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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베트남 여행]-2일차(12/09), 프놈펜-씨엠립 슬리핑버스, Davyta House, 씨엠립 시내구경, 씨엠립 자전거대여 등
배고픈한량 2024. 12. 24. 09:46
운동화 대신 크록스로 갈아신었다.
에어컨의 찬 바람을 즐기며 들뜬 마음을 진정시킨 후 대기실 의자에 앉아 인스타에 글을 쓰고 있었다. 자정이 지나 버스가 터미널에 들어왔고 승무원이 대기실로 찾아와 탑승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줬다. 출발 시각보다 30분쯤 일찍 버스를 탔고 내가 예약한 1층 13A 좌석에 들어가 피곤한 몸을 바닥에 뉘었다.
새벽 1시
금속이 깎이는 듯한 거친 소리를 내며 버스는 출발했다. 실내의 모든 조명이 꺼진 슬리핑 버스는 적막했지만, 커튼이 쳐진 좌석은 생각보다 포근했고 에어컨의 찬 바람으로 인해 서늘함을 느낄 정도였다. 이미 베트남과 태국에서 슬리핑 버스를 타 봤지만, 캄보디아의 슬리핑 버스는 또 달랐다.
선잠이 들었다가 깼다를 반복했다.
서너 번 버스가 정차하는 느낌이 있었고 새벽 어스름이 완전히 사라진 오전 6시 15분 버스는 씨엠립 비락분탐 터미널에 도착했다. 내가 가는 길은 거침이 없었다. 50대임에도 여전히 강철 체력을 자랑하며 한국에서 프놈펜까지, 다시 프놈펜에서 씨엠립까지 쉬지 않고 한달음에 왔다.
아직 본격적인 일상이 시작되지 않은 거리는 한산했다. 오른손은 핸드폰으로 구글 지도를 보면서 왼손은 여행용 가방을 끌며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거리를 걸어 숙소로 향했다. 여행 한 달 전에 예약한 호텔을 취소하고 다시 예약한 Davyta House는 일반 가정집이었다. 내가 막 도착했을 때 주인 남자가 마중을 나왔고 오전 7시가 되기 전 체크인을 마쳤다.
5일에 80$, 이른 체크인 5$를 더하여 총 85$를 현금으로 지급했다. 추후 아고다 적립금 환급액을 제외하면 하룻밤 22,000원의 가격으로 이곳에서 5박을 숙박하는 것이다. 직접 와서 보니 처음에 예약한 호텔의 시설보다 나쁘지는 않았고 건물의 3층을 오직 나 혼자 쓰게 된 사실에 기뻤다. 짐 정리를 마치고 테라스 의자에 앉아 고즈넉한 씨엠립 마을풍경을 바라보며 한국에서 가져온 밀크커피를 마셨다. 긴 이동의 피로는 찬물샤워로 말끔하게 씻어내고 침대에 누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음악을 들었다.
한 시간 반 정도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후 본격적인 씨엠립 구경에 나섰다. 그래 봐야 오전 8시 30분이 조금 지난 시각이었는데 쨍쨍 내리쬐는 햇볕은 한낮의 뜨거운 열기와 버금갔다.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 될 수 있으면 그늘이 진 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낯선 곳을 여행할 때마다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주변 지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Pub Street, Old Market, Night Market, 강변 등 핵심이 되는 장소를 몇 군데 찾아다니면서 길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직업 특성상 남들보다 지도 보는 능력이 월등하게 좋아서 한번 지나간 길의 노선은 머릿속에 이미지처럼 저장되어 어느 방향으로 다시 가게 되어도 전혀 헤매지 않는다.
씨엠립 Old Market에서 첫 식사를 했다.
건물 주변을 둘러보다 길게 이어진 채소 노점을 지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네 재래시장 좌판처럼 물건을 진열해 놓고 찾아오는 사람들과 흥정을 하면서 물건을 팔고 있었다. 관광객이 많은 건물 주변과 달리 안쪽에는 현지인들만이 그들의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낯선 곳을 여행할 때마다 내가 두 번째로 하는 일은 주변 물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가장 분주한 쌀국수 노점에서 현지인과 섞여 쌀국수를 먹었다.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현지인이 먹고 있는 쌀국수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닭고기, 소고기 등 고기류를 조금씩 추가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국물까지 남기지 않고 다 먹었고 나는 3$를 내고 거스름돈 2,000리엘 받았다. 쌀국수 가격은 2.5$(약 3,600원)인 셈이다. 쌀국수를 먹는 동안 현지인들이 내는 쌀국수 가격을 못 본 척 유심히 관찰했었다. 현지인 대비 대략 2배 정도 바가지요금이었다.
씨엠립 시내 곳곳에 자전거/오토바이 대여소들이 있었고 가격은 자전거 3$~5$, 오토바이 8$~10$로 같았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빌리는 것이 반납할 때도 편할 거라고 판단했다. 내일 앙코르와트 일출을 보기 위해서 새벽 4시쯤 출발해야 하므로 저녁에 미리 자전거를 빌려두기로 했다.
현지인들이 많이 마시는 노점에서 파는 냉 음료는 1,000리엘(약 350원) 이었다. 맛의 유무를 떠나 얼음이 들어간 음료를 판다는 것이 좋았다. 편의점과 몇 개 없는 대형할인점에도 들어가 물(1.5L 0.5$), 캔맥주(앙코르 330ml 0.6$) 등 식료품 가격을 알아봤다. 현지의 조그마한 가게보다는 비쌌지만 여러 가지 물품을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틀을 하루처럼 보내고 있다.
유성-세종-인천-프놈펜-씨엠립까지. 나에게 멈추라는 적색 사인이 작동하지 않아 쉼 없이 달려왔다. 아주 잠시 슬리핑 버스에서 선잠이 들긴 했어도 깊은 잠은 자지 않았다. 심지어 겨울에서 여름으로 한순간에 계절이 바뀌다 보니 적응이 처음에 쉽지 않았다.
오후 1시쯤 숙소로 돌아와 한낮의 뜨거운 열기로 달궈진 몸뚱어리를 찬물로 샤워하며 식혔다. 해가 질 때까지 커튼으로 햇볕을 가리고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숙소에서 낮잠을 잤다.
오후 5시가 지나 다시 씨엠립 시내로 나갔다. 여전히 기온은 30도에 육박했고 비교적 한산했던 도로는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서 점점 오토바이의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짧고 강렬한 저녁노을이 서쪽 하늘에서 사라지면 어둠이 찾아온 강가 주변은 음식을 파는 노점식당들로 야시장이 섰다.
씨엠립은 새벽부터 환한 빛이 있는 세상이고 저녁에도 그리 어둡지 않았다. Pub Street을 장식한 다채로운 조명은 스피커가 찢어질 듯한 음악 소리만큼 나에게 큰 떨림을 주었다.
자전거를 빌리려고 숙소 근처 대여점에 갔다. 구글맵의 업데이트보다 현지의 변화가 빨랐다. 잠금장치, 헬멧, 야간 랜턴을 포함하여 하루에 5$, 총 10$를 주고 이틀 동안 사용할 스포츠용 자전거를 빌렸다. 보증금으로 돈이 아니라 한국 운전면허증을 요구해 조금 의아했다. 자전거를 타고 주변 골목을 잠시 돌아다니다 바로 숙소에 들어왔다.
무조건 바깥에 나갔다 오면 샤워를 해야 했다. 세상에 어둠이 짙게 드리우자 열기는 그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시원한 바람까지 불었다. 은은한 불빛이 발산하는 테라스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으며 앙코르 맥주와 소주를 섞어 소맥을 만들어 마셨다. “기분 좋다”
1층에 잠시 내려왔다가 단란하게 지내는 집주인 가족을 만났다. 9살짜리 딸이 있어 한국에서 가져간 사탕, 껌, 과자 등을 조금 나누어 주었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왜 숙소 이름이 Davyta House인지 물었다. 내 궁금증에 볼펜으로 종이에 글을 써가며 설명해 주었다. 각자 이름의 끝 두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었다. 앞으로 더욱 번창하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CHENDA(남자 이름), TEAVY(여자 이름), CHEATA(딸 이름) = DAVY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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