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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래킹 후기 4편 - "비스따리 자누스"

 

 

"비스따리 자누스"는 네팔어로 우리나라 말로는 "천천히 걸어가세요"를 의미합니다.

 

 

 

 

본격적인 ABC트래킹이 시작된 4일차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일정은 뱀부 - 도반 - 히말라야호텔 - 데우랄리 - MBC 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뱀부에서의 하루가 또 밝았습니다.

오늘은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에 기상을 했습니다.

 

 

 

 

걷고 또 걷고... 먹고 또 먹고...

그리고 하룻밤 푹 자고 하다보니 시간이 물 흐르듯 지나갑니다.

 

 

 

 

 

 

새벽부터 COOK이 준비한

따끈따끈한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고 트래킹 준비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출발시간이 1시간 정도 당겨졌습니다.
출발장소인 뱀부(2,310m)와 도착장소의 MBC(3,700m)의 고도차가 1,300m이상이 납니다.

 

 

 

 

고도에 적응하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한 하루입니다.

 

 

 

 

땀이 흘러내리자...

계곡에 멈춰서서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해봅니다.

 

 

 

 

 

또한, 마차푸차레를 배경으로 태극기를 들고 사진도 찍어 봅니다.

어제 탈수증세로 상당히 고생한 박정옥 도전자는 아직까지는 몸 상태가 괜찮아 보입니다.

 

다행입니다.

 

 

 

 

 

자연경관이 만들어낸 예술적인 아름다움에 취해 걷다보니

이렇게 뱀부에서 도반까지는 비교적 순조롭게 트랭킹이 진행되었습니다.

 

 

 

 

뱀부에서 출발한지 1시간 50분만인 오전 8시쯤 도반에 도착을 했습니다.

 

 

 

 

깊은 계곡이라 그런지 날이 밝았으나 아직까지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쌀쌀했습니다.

트래킹 중에는 가벼운 복장으로 움직이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는 땀이 식지 않도록 체온을 유지 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반의 이곳 롯지는 다음날 ABC트랭킹 후 하산길에 머물게 됩니다

 

 

 

 

 

해발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한걸음 한걸음 몸의 움직임속에

다들 거친 숨을 몰아쉬고 휴식을 취하는 횟수가 늘어납니다.

 

 

 

 

급하고 절박하면 누구에게서나 괴력간은 힘이 솟구쳐 나옵니다.

그것이 바로 의지입니다. 그 힘이면 세상에 못할 것이 없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걸어갈 수 있습니다.

 

어제보다 몸상태가 현저히 좋아보이는 박정옥 도전자,

현지 가이드 셰르파, 김종률 도전자 등을 뒤에 두고 이제부터는 저만의 속도로 트래킹을 시작했습니다.

 

 

 

 

도반에서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가속을 높여

히말라야 호텔에 도착하니 오전 9시 20분이었습니다.

 

 

 

 

선두그룹인 오은선 대장과 4~5명만이 뜨거운 차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방금 도착한 제가... 제가 마실 밀크티를 시키면서 골든벨을 울렸습니다.

이곳의 차 가격은 밀크티 60NPR, 블랙티 70NPR, 진저티(생강차) 80NPR 등 입니다.

전체금액 250NPR(우리나라 돈 대략 3,000원 정도)로 생색 제대로 냈습니다. ㅋㅋ

 

 

 

 

그후로 사람들이 도착할때마다 차를 시켜먹게 되었는데...

조금하는 네팔말로 차를 더 달라고 졸랐더니...

디디, 도라도라(디케디케) 티 디누스 (이모... 차를 조금만 더 주세요.)

환하게 웃으면서 흔쾌히 진저티와 블랙티를 꽁짜로 주웠습니다. 그래서 저만 밀크티, 진저티, 블랙티 3잔을 마셨습니다.

 

단야밧 (감사합니다.)

 

 

 

 

 

 

즐겁게 차를 마시는 동안 해가 모습을 제대로 드러냈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모두들 밖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너무도 오랫만에 만난 연인을 대하듯... 설레는 마음과 표정으로 일광욕을 즐겼습니다.

 

 

 

 

광합성 작용은 역시 힘을 솟게 만듭니다.

몸이 한껏 충만한 느낌으로 데우랄리로 향합니다.

 

 

 

 

 

ABC트래킹 4일째만에 혼자서 걷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입니다.

침묵은 내 안에 죽어있었다고 생각했던 감각을 예리하게 뒤흔들어 깨우고 있습니다.

 

 

 

 

침묵속에 묵묵히 걷고 있는 저를, 무심히 쳐다보고 있던 선두 가이드 셰르파를 만났습니다.

 

1편에도 소개를 했지만...

저랑 참 많이 같이 다녔는데... 그의 이름을 잊었습니다. 다시한번 미안합니다.

멋지게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11시 25분쯤...

제가 데우랄리에 도착하니 오은선 대장만이 막 도착하여 홀로 쉬고 있었습니다.

 

 

 

 

고요한 침묵속에 더없이 아주 편한 자세로 주변을 즐깁니다.

이게 뚜벅이 스타일입니다.

 

 

 

 

세상을 볼때... 풍경을 볼때...

인간이 가진 욕심을 버리고 바라본다면

마음이 따르는 대로,

아이가 세상을 보는 듯이,

동물이 세상을 보는 듯이,

 그렇게 또 다른 세상이 나에게 열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사람... 두사람...

사람들이 천천히 데우랄리에 도착을 했습니다.

각자의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면서 사진도 찍어봅니다.

 

제일 마지막으로 박정옥 도전자가 부축을 받으며 도착을 했습니다.

아까와는 다르게 몸상태가 영 아닙니다. 고소증이 심하게 온 것 같습니다. 걱정입니다.

 

 

 

 

 

2시간여 머물렀던 해발고도가 3,230m인 데우랄리에서

점심으로 카레를 먹었습니다. 맛 있었습니다.

 

 

 

 

 

점심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고소증에 괴로운 표정이 역력하게 드러납니다.

 

 

 

 

 

데우랄리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오늘의 목적지인 MBC로 향해 출발을 했습니다.

모두의 발걸음이 이렇게 무겁게 보인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작 적응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비스따리 자누스! 비스따리... 비스따리... (천천히 걸어가세요. 천천히!... 천천히!...)

이제부터는 정말로 아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야 합니다. 고도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데우랄리를 출발한지 5분도 지난지 않아서 우려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박정옥 도전자가 쓰러진 것입니다. 오은선 대장, 유라시아트렉의 서기석 대표, 현지 밍마 셰르파 등이 응급처치를 했습니다.

오은선 대장이 박정옥 도전자와 함께 오기로 하고 무전기로 비상연락망을 가동했습니다.

 

무사히 MBC까지 오기를 바랠뿐입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지 가이드 셰르파와 도전자에게 계속해서 '비스따리'를 외치는 것 뿐이었습니다.

 

 

 

 

 

 

 

모두들 충분한 수분섭취와 잦은 휴식을 취하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가슴이 터질듯한 산소부족의 고통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고소증을 하나씩 이겨내며 MBC로 향하는 길목에 빙하를 발견했습니다.

붕괴의 위험때문에 더 깊이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빙하를 봤다는 거 하나만으로 모두에겐 흥분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몇분을 더 걸은 후에 우리는 MBC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마치 우리의 도착을 기뻐하기라도 하듯이 갑자기 하늘이 열렸습니다. 아마도 천운을 타고난 듯 합니다.

 

 

 

 

순간을 놓치면 평생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손 놀림이 바빠집니다.

 

사진을 찍을 때 한쪽 눈을 감는 이유는 마음의 눈을 위해서 이고,

찰나에 승부를 거는 것은 사진의 발견이 곧 나의 발견이기 때문입니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세계 3대 미봉 중 하나인 '마차푸차레'는 '생선꼬리'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네팔인이 신성시여겨 등반을 할 수 없는 봉우리로,

전설에 의하면 신 시바와 부인 파르바티의 신혼여행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차푸차레 사진을 연신 찍은 후... 오후 4시 30분쯤...

이정수 도전자와 함께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남봉이 올려다보이는

MBC SHANKAR GUEST HOUSE에 도착을 했습니다.

 

 

 

 

방배정이 진행되는 동안 다이닝룸에 임시로 모여 추위를 이겨봅니다.

말은 안하고 있지만... 다들 고소증세를 보입니다.

모여있으니 공기가 더 희박합니다. 숨쉬는 것이 고통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체험하는 것 같습니다.

 

 

 

 

조금전까지 맑았던 주변풍경이 순식간에 하얀 구름같은 안개로 가려졌습니다.

자연은 예측할 수 없기에 더 신비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방배정이 끝나고 김진희, 박종의, 조상현, 신승민 그리고 나

블랙야크 셰르파 5인이 다이닝룸 아래의 5인실 롯지에 묵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점점 말이 없어집니다.

고소증에 좋다는 진저티(생강차)를 마시기도 하고... 약도 먹어습니다. 침낭에 들어가 몸의 온도를 높여보기도 합니다.

 

 

 

 

 

15년전 처음 이곳을 왔을때는 전혀 고소증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저녁식사로 된장국을 먹은 후 약간 어지러움을 느꼈습니다. 산소부족을...ㅋㅋ

 

 

 

 

조금은 늦은 시각이지만...

오은선 대장과 함께 안전하게 박정옥 도전자가 MBC에 도착을 했습니다.

 

 다행입니다.

 

 

 

급변화된 날씨와 고소증으로 오늘은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을 행하는 것은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자는거' 이게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습니다.

  

to be continue.... 5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