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등산(성판악~관음사)



첫날은 비가 왔다.


몽환적인 분위기에 취해보려고

교래리 삼다수숲길을 다녀왔었다.


둘째날은 흐리고 가끔 비가 왔다.


기상관계로 정상은 입산통제였고

나는 제주시내를 배회하며 돌아다녔다.






삼고초려[三顧草廬]


지금 나에게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믿음이 강력하면 언제가는 이루어진다.


햇볕은 쨍쨍


오늘 날씨 참 좋다.

하루 아침에 천지가 개벽한 듯 하다.


지금 행복을 느끼는 데는

날씨라는 약간의 결핍이 필요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하늘을

내 등뒤에 두고 열심히 산을 오른다.


가끔 바람에 나뭇가지가 나부낀다.

기다리지 않아도 바람은 내 얼굴을 때린다.







상고대를 기대하며 산을 오르는데

기대하던 눈은 자취조차 찾을 수 없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눈꽃 한번 피우면 얼마나 좋을까?


실망하기엔 이르다.


지금 이순간은 태양이 만들어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맑은 날이다.










곧 죽을 것 같이 거친 호흡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한라산에 오른다.


한라산 정상에 올라와서는

각자의 자리에 안착해서 순간을 즐기고 있다.


산을 오르기전 가졌던

한라산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는 순간이다.







세월이 더해지면서

알게되는 아름다움이 있다.


정상에 오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볼 수 없는 것이 백록담이다.


삶의 모습이 그런 것이고

자연의 모습이 또한 그런 것이다.







있는 곳이 다르면 세상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구름, 바다, 도시가 주변에 펼쳐진다.

내가 어디선든 멀리 떠나왔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 되지

무얼 위해서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근심하며 산단 말인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