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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산행 - 움직이지 않는 구름은 구름이 아니다
새벽 공기는 여전히 차갑다.
입김이 어둠속에 하얀 자국을 남겼다.
찬 바람도 불고 있다.
몸을 움츠리고 잰 걸음으로 움직였다.
대전복합터미널에서 구천동행 첫 차를 타고 왔다.
나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은 덕유산을 찾은 것이다.
예상은 했지만 이곳이 더 추웠다.
장갑을 끼려고 보니 왼손장갑이 없다.
아무래도 차에다 놓고 내린 듯 하다.
구천동 계곡을 따라 걸었다.
봄에는 산뜻해서 좋고 여름에는 싱그러워 좋고
가을에는 풍요로워 좋고 겨울에는 총명함이 좋다.
내 인생은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물소리의 차가움만큼
장갑을 끼지 않은 내 왼손이 시렵다.
겨울이다.
추위에 떨지 마라
점점 봄은 다가온다
추운 겨울에도
봄이 온다는 것이 감동적이다
봄이 오기도 전에
난 그 봄을 맞이하고 싶다
봄아!
넌 지금 어디쯤 오고 있니?
백련사를 지나 향적봉으로 향했다.
흰 눈을 밟을수록 더운 단단해지는 눈 길을 만들었다.
가쁜 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한다.
체온이 10도는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다.
고통이 극에 달하는 극한 상황에서 묘한 충동을 느꼈다.
눈밭에 벌러덩 드러눕고 싶다.
순간의 감정, 충동이라 그런 것이다.
숲에 흩어져 쌓여버린 눈들이
가장 완벽한 자연을 만들었다.
눈은 솜이불처럼 포근하다.
이 산능선을 넘어가면 하늘과 닿고
저 산능선을 넘어가면 땅과 닿는다.
하늘이 땅을 품고 땅이 또 하늘을 보듬는다.
하늘에 설레고 땅에 평온함을 느낀다.
하늘을 붙잡고 땅을 붙잡아서 지금 이순간을 살아간다.
자연은 홀로 있는 사람에게만 가슴을 연다.
세월과 함께 망각되는 것도 있지만
자연과의 추억은 세월과 함께 아름다운 기억이 짙어진다.
찾아오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사람과의 만남처럼 산이 정답게 느껴진다.
농익은 자연풍경이 계절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슬프도록 푸르고 싶은 하늘을 바라보며 다짐한다.
자연과 사귀기 위해 이곳에 홀로 머물러야겠다.
구름 밑을 천천히 걸어다니는 나는
희고 다양한 모양의 구름을 무심히 올려다 본다.
움직이지 않는 구름은 구름이 아니다.
자국을 남기지 않는 구름은 구름이 아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고 또 올려다 본다.
구름사이로 해가 나를 엿보고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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