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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여행 4일차] 하카타에서 구마모토 가기, 구마모토 여행[노면전차 타기, 스이젠지 공원, 일본 결혼식, 히가시하마야(Higashihamaya), 카세(KASE) 강, 크리스마스 마켓 축제], 후쿠오카 食堂 光
배고픈한량 2022. 12. 29. 09:53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를
자유 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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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여행 4일차]
하카타에서 구마모토 가기,
구마모토 여행
[노면전차 타기, 스이젠지 공원, 일본 결혼식 히가시하마야(Higashihamaya), 카세(KASE) 강, 크리스마스 마켓 축제],
후쿠오카 食堂 光
구마모토에 가는 날이다.
어제보다는 훨씬 여유 있게 아침을 맞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커피포트에 물을 넣고 전원을 켰다.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잠에서 덜 깬 아이처럼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카누를 잔에 쏟은 후 뜨거운 물을 부었다. 찐한 커피 향이 방안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커피를 마시면서 헤르만 헤세의 ‘디 에디션’을 읽었다.
커피를 다 마신 후 샤워를 했다.
깨끗하고 단정한 옷차림으로 호텔을 나왔다. 마음속 설렘을 간직한 체 하카타역으로 갔다. 그 설렘은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과 여행의 들뜸이 뒤엉킨 것이라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박동은 점차 빨라질 거란 예감이 들었다. 그 예감은 기차를 타는 순간 그대로 나타났다.
32분간의 짧은 기차여행을 마쳤다.
신칸센이 정말 빠르긴 빨랐다. 구마모토역에서 나를 반갑게 맞아준 건 구마모토의 마스코트인 구마몬이었다. 곰을 뜻하는 구마와 사람을 뜻하는 몬이 합쳐진 말이다. 구마몬 자체는 독특했다. 시커먼 하늘에 흰 뭉게구름이 군데군데 떠다니는가 싶더니 어느새 붉은 태양이 땅을 불그스레 물들였다. 그 강렬한 붉은색의 색감이 사람들은 빠져들게 했다. 구마몬은 구마모토역에서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조형물이라 모두가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카타역처럼 이곳도 크리스마스 마켓 축제가 펼쳐지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영업 전이지만 각양각색의 의자와 벤치가 흐트러지게 놓여 있었다.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이 속에 나름의 질서가 존재했고 정형화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배치가 나는 더 정감이 갔다.
노면 전차를 타고 스이젠지 공원에 갈 생각이다.
구마모토역을 등지고 광장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도로와 인접한 곳에 노면 전차 타는 정류장이 있다. 구마모토 노면 전차는 A 라인(빨간색)과 B 라인(파란색)으로 구분된다. 구마모토역에서는 무조건 A 라인(빨간색)을 이용하면 된다. A 라인(빨간색)은 총 26개의 정류장이 있는데 3번이 구마모토역이고 10번이 구마모토성이고 18번이 스이젠지 공원이다.
구마모토역에서 왼쪽 노면 전차에 탔다.
지구는 오른쪽으로 회전하니까 우리는 무조건 왼쪽으로 가면 된다. 구마모토역에서 33분 걸리고 15개의 정류장을 지나가야 한다. 버스와 마찬가지로 가운데 문으로 탔다가 앞으로 내릴 때 요금을 내면 된다. 요금은 거리와 상관없이 균일요금인 성인 170엔이다.
노면 전차를 타고 스이젠지 공원으로 가는 길 자체가 흥미로웠다.
시커먼 아스팔트 도로에 11자 레일이 일정 간격으로 떨어져 두 줄로 찍혀 있었다. 조금 떨어진 정면에서 파란색 노면 전차가 이쪽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코앞까지 다가온 파란색 노면 전차는 긴 마찰음을 내며 맞은편 정류장에 멈춰섰다. 나는 파란색 노면 전차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노면 전차 앞문 스크린에서 정류장 번호와 이름이 같이 나왔다.
운전사는 멈추거나 출발할 때 ‘중얼중얼’ 마이크로 계속 말을 하는데 일본어라서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구마모토성을 지나고 드디어 스이젠지 공원 역에 도착했다. 하차 벨을 누르자 정류장에 노면 전차가 멈췄고 앞문으로 내리면서 직접 요금을 냈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고 나서 도로를 건넜다.
카세(kase) 강을 가로지르는 좁은 다리를 지나 우회전을 했다. 상점가를 지나 매표소까지 왔다. 입장료는 400엔이지만 JR 북규슈 레일패스를 소지해서 10% 할인을 받았다. 동전으로 360엔을 지급하고 입장권을 받았다.
17세기 조성된 고요한 일본식 정원이다.
완전히 고여있는 성취원지(成趣園池)를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는 비단잉어들, 아직 관리되지 않은 큰 나무와 완전히 관리된 작은 조경수들,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과 완전히 푸르른 상록수의 나뭇잎, 주말이라 봉사활동을 나와 아이와 함께 낙엽을 쓸고 있는 규슈전력회사 직원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사이에 나와 친구 K가 연못을 돌아 정원 사이를 걷고 있었다.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가 발걸음으로 흩어져 우리를 다시 감싸버렸을 때 과거의 정원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공기의 순간적인 흐름에 손이 시려서 장갑을 끼고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도리이를 지나 계단을 올랐다. 그곳에 이즈미신사가 있었다. 화려하게 기모노를 차려입은 사람들이 신사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음…. 결혼식이 있나 보군.’
우리는 깨끗하게 비질 된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 신사 왼쪽에 있는 잣나무(五葉の松) 앞으로 걸어갔다. 잣나무를 보고 있자니 물성(物性)이 느껴졌다. 그건 잣나무의 기운이었다. 친구 K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대상을 발견한 것이다.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사이 나는 신사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안 가본 곳에 무엇이 있는지 보물찾기라도 하듯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신사 오른쪽에 굵기와 마디 간격이 다른 대나무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바람이 우듬지를 스치면 대나무는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는 바람의 세기만큼 점점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노래는 대숲을 벗어나 신사와 스이젠지 공원을 휘돌아 이내 멀리 떠나갔다.
결혼식은 이미 시작되었다.
신전 안에서 이루어지는 예식은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다. 밖에서 바라본 어두운 신전 안의 모습은 엄숙한 분위기 그 자체였다. 한국의 전통혼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본식의 결혼식이었다. 예식이 다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스이젠지 공원을 나왔다.
무작정 카세(KASE) 강을 따라 걸었다.
강변을 걷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구글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민물장어 요리 전문식당인 히가시하마야(Higashihamaya)를 발견했다. 장어 정식, 장어 덮밥 등 식당 입구에도 포장판매(Takeout) 메뉴가 있었지만 뭐…. 일본어를 모르니 사진과 가격만 대충 확인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오전 11:30분
오픈 시간에 맞춰 왔는데도 불구하고 안쪽 테이블에 두 분이 식사하고 계셨다. 어차피 일본어를 모르니 메뉴판을 봐야 소용이 없었다. 영어로 추천메뉴를 부탁했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 따뜻한 말차를 음미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7분쯤 지났을 때 음식이 나왔다.
2단 도시락으로 밥과 장어가 나왔다. 쟁반에 2단 도시락을 분리했다. 장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살이 두툼해 보여서 기분이 더 좋았다. 쟁반 위에 밥, 장어, 샐러드, 국이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냥 보기엔 소박해 보여도 내 눈엔 진수성찬이다.
나는 운치 있는 자리에 앉았다.
내가 앉은 자리 뒤편으로 카세(KASE) 강의 지천이 흐르고 있다. 갓 지은 흰쌀밥에 민물장어를 올렸다. 민물장어라고 흙냄새가 날 거란 생각은 크게 한입 입에 문 순간 기우였다는 것을 알았다. 달곰한 소스에 적당히 잘 익은 민물장어, 장어 간(liver)으로 만들었다는 국물도 최고였다. 양은 적지만 샐러드도 좋았고 밥이 약간 부족했는데 추가로 더 주셨다.
4,070엔, 장어 4분의 3의 보통 크기
나중에 계산서를 보고 알았는데 우리가 먹은 음식은 うな重이었다. 가격대는 높지만, 한국에서 절대 먹을 수 없는 맛의 민물장어였다. 다음에 또 구마모토에 간다면 또 방문해보고 싶은 식당이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다.
바람이 불어 구름이 떠다녔고 그늘을 만들었다. 구름은 우리에게 빛을 허락하지 않았다. 12월 초순인데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카세(KASE) 강의 흐름에 따라 무작정 걸었다. 강 주위를 활용하여 만든 공원이라 그런지 어디에서나 강이 보였다.
나는 징검다리에 서 있었다.
발밑으로는 강의 지류가 숨을 죽인 듯 조용히 흐르고 있다. 넓고 긴 잎이 펼쳐져 있는 바나나 나무가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강물 소리에 리듬을 맞추듯 바나나 잎은 바람에 흔들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공원은 무척 넓었다.
음악을 듣는 사람, 멍하니 강의 흐름을 바라보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 빠른 걸음으로 공원을 걷는 사람, 오리배를 타고 강 위를 떠다니는 사람 등 각자의 방식으로 공원을 즐기는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공원을 벗어났다.
순식간에 넓었던 길은 좁은 골목으로 바뀌었고 풍경도 달랐다. 골목은 가지가 뻗은 것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왼쪽, 오른쪽, 직진을 거듭하다가 보니 전형적인 일본 주택가가 나타났다.
승용차와 자전거가 우리를 지나쳐 어떤 건물 앞에 멈춰섰다.
건물 입구에 ‘구마모토현립 도서관’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도서관 주차장 담벼락에는 피보다 진한 색의 동백꽃이 어깨동무하고 서 있었다. 한적한 골목길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일본 주택가 분위기가 그런지 조용하고 한적하며 쓸쓸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늦기 전에 구마모토역으로 돌아가야만 할 것 같았다.
골목을 빠져나와 큰 도로로 나오니 노면 전차 정류장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서둘러 시리쓰타이이쿠칸마에(市立体育館前, Shiritsutaiikukan-mae) 정류장으로 향했다. 인도를 걸어가는 동안 레일의 마찰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큰 소음으로 울부짖었다. 소음 탓인지 우리가 정류장에 도착할 무렵에 노면 전차도 바지런히 다가오고 있었다.
A 라인(빨간색)을 확인하고 전차에 탑승했다.
아침에 타고 온 역순으로 노면 전차는 굉음을 내며 움직였다. 나는 빈자리에 앉아 사람들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창밖을 두리번거렸다. 전차의 속력만큼 다가오는 풍경은 그 속도 그대로 나를 지나쳐갔다. 잠시 한눈팔면 보지 못할 풍경들은 이내 사라져갔다. 동전을 교환한 후 요금을 내고 구마모토역에서 내렸다.
광장은 크리스마스 마켓 축제가 한창이었다.
이름 모를 가수가 기타를 치며 광장이 떠나갈 듯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관심 있게 듣는 사람은 없었다. 젊은 사람들은 수제 맥주나 포도주를 마셨고 가족 단위는 주로 음식을 먹었다. 꼬마 아이는 부모의 무관심을 틈타 해맑게 웃으며 광장을 돌아다녔다. 특별히 어떤 것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분위기에 젖어 들었다.
구마모토역에서 기차를 탔다.
오후 3:02 출발인 신칸센 SAKURA 560, 4호차 좌석은 6-D였다. 100km가 훨씬 넘는 거리이지만 신칸센은 우리를 32분 만에 하카타역으로 데려다주었다. 숙소인 Cross Life Hakata Yanagibashi로 오는 길에 야나가바시 시장에 있는 食堂 光에 저녁예약을 했다. 저녁을 먹기 전까지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오후 7시
예약시간에 맞춰 食堂 光에 들어갔다. 여느 일본식당에서 볼 수 없는 넓은 실내공간은 이미 만석이었다. 예약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앉을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2022년 9월 30일 오픈해서 그런지 깨끗하고 정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의 저녁 메뉴를 주문했다.
3가지 메뉴 중 한 가지는 이미 품절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테이블을 슬쩍 훔쳐본 다음 메뉴판에서 초밥과 튀김을 주문했다. 물론 남은 두 가지 저녁 메뉴도 주문했다.
'늘 조용한 것은 아니군.'
여느 일본식당 같지 않게 대화 소리가 컸다. 나는 하이볼을 친구 K는 생맥주를 주문했다. 소음에 익숙해지자 우리는 하이볼과 생맥주를 각각 한 모금씩 마셨다. 식탁에 놓인 세 가지 쇼유(醤油)가 궁금해서 물어봤다. 튀김, 초밥, 회를 단순히 살짝 뿌리거나 찍어 먹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고 알려줬다.
생선튀김과 뿔소라 회가 나왔다.
생선튀김은 연어와 농어인데 짭짤하면서도 술안주로 그만이었고 뿔소라 회는 얇게 썰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꼬들꼬들하니 식감이 좋았다. 10가지 다른 생선으로 큼직한 초밥이 나왔는데 어떤 것을 먼저 먹을지 고민이 되었다.
‘안주가 좋은데 어찌 술을 안 마실 수 있으랴.’
병맥주와 하이볼을 또 주문했다.
食堂 光은 점심에는 주로 카이센동(해산물 덮밥) 등 식사메뉴, 저녁에는 술 종류와 그에 따른 간단한 요리를 제공하는 이자캬야(いざかや)로 운영되고 있었다. 또한, 식당 바로 앞에 생선가게(仲西鮮魚店)도 운영하고 있었다. 매일 새벽에 들어오는 생선은 신선했고 생선가게를 직접 운영하니 식당에서 판매하는 가격도 저렴했다. 카드는 아직 받고 있지 않아서 현금으로 6,900엔을 계산했다. '우와…. 너무 싼 거 아닌가?‘
규슈여행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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