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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유럽 2탄 - 22일차(6/17), 프랑크푸르트여행, 독일~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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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내가 떠난다고 눈물을 다 흘려주다니 고맙다. 평소처럼 새벽에 깨어 홀로 야외 테라스로 나갔다. 여행기를 쓰다가 시간을 확인하고 우산과 에코백을 챙겨 마트로 향했다. 내가 자주 갔던 마트는 정확히 7시에 문이 열렸다. 곧장 주류코너로 가서 와인 2병과 맥주 2병을 샀다. 와인은 여행용 가방에 넣어 한국으로 가져갈 것이고 맥주는 오늘 마실 생각이다.

 

조식을 먹고 객실에 혼자 남았을 때 샤워부터 했다. 불필요한 것들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와인이 깨지지 않게 옷으로 말아 묶었다. 와인을 시작으로 여행용 가방에 하나씩 테트리스 오락을 하듯 넣었다. 여행을 시작할 때보다 부피가 줄어 여행용 가방의 공간은 충분했다.

이번에는 배낭에 넣을 것들을 모았다. 노트북, 충전기, 신발, 물병 등 간소해진 짐은 가방이 전혀 무겁지 않았다. 아직 DM에서 물품을 사기 전이니까. 체크아웃까지는 30분의 여유가 있다. 맥주를 마시며 카톡을 보고 있는데 보이스톡이 왔다. 내가 유럽에 있을 때 경익 형이 마지막으로 통화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내일이면 한국에 있을 테니까. 성두와도 통화를 했다. 선물은 따로 못 주니까 전화를 선물로 대신한 것이다. 맥주를 다 마시고 체크아웃을 하면서 여행용 가방을 유스호스텔에 맡겼다.

 

 

 

그동안 여행 선물은 커피(원두), , 사탕 등만 샀었다. 면세점에서 사는 술은 내가 마시려고 사는 것일 뿐이다. 이번에는 여러 가지 사 보려 한다. 그래 봐야 얼마 되지 않은 금액이라 부담은 없었다. 이미 쾰른에서 향수 선물세트를 사둔 것도 있으니까.

배낭의 빈 곳을 채우려고 dm(Drogerie mark)으로 향했다. 비가 내린 후라 후텁지근함이 밀려왔다. 매장에 들어가 잠시 돌아다녔을 뿐인데 땀이 흘렀다. 무엇을 사야 하나?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발포 비타민, 발레아 캡슐 앰플, 감기 차, 사탕 등을 많이 사 가는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사진을 확인하고 물품을 찾으러 다녔다. 이런 쇼핑을 해보지 않아서 물품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보물찾기라도 하듯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물품을 발견할 때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하나씩 바구니에 담아 계산대로 갔다. 바코드를 찍는 소리가 연이어 들린다. 나는 물품을 담느라 정신이 없다. 카드로 계산을 마치고 영수증을 받았는데 그 길이만 30센티가 넘었다.

 

 

 

산 물품을 배낭에 다 넣었더니 무겁다. 그 배낭을 메고 안 가본 거리와 공원을 걸었다. 유럽에는 거리와 공원에 플라타너스가 많이 심겨 있고 크기도 어마어마한 것들이 많다. 우리처럼 전선에 걸린다고, 건물의 간판을 가린다고 해서 함부로 잘라버리지는 않는다.

 

 

 

1130분쯤 이른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이틀 전에 갔던 Góc Phố 베트남 식당이다. 오늘은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는데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한다. 화장실을 가면서 소고기 쌀국수를 주문했다. 분짜가 맛있었으니 당연히 쌀국수도 맛이 좋을 것이다.

고수 향 가득한 쌀국수를 보고 입안은 벌써 침이 고였다. 유럽에선 돈 내고 추가해야 할 숙주와 채소류도 서비스로 한 소쿠리 주셨다. 이정도면 완전 단골 대우인데. 매콤하게 먹고 싶어 칠리소스를 더 했고 고추장 양념도 넣었다. 맑고 깔끔한 육수가 얼큰하고 칼칼한 육수로 변신을 했다. 유럽에서의 마지막 음식은 내 위장으로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들어갔다.

 

 

 

 

 

유로 2024로 유럽 각국에서 온 응원단이 자국의 경기를 보러 독일에 왔다. 오늘은 벨기에와 슬로바키아의 경기가 있는 날이다. 경기 시작 5시간 전이지만 뢰머 광장은 양국의 응원전이 펼쳐졌다. 역시 응원은 단합된 목소리로 응원가를 크게 외치는 쪽이 이기기 마련이다. 오늘의 응원전 승자는 슬로바키아였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축구경기도 슬로바키아가 1:0으로 이겼다.

 

 

 

 

 

유스호스텔로 돌아와 맡겨두었던 여행용 가방을 찾았다. 선물로 산 물품을 다시 정리하여 짐을 다시 쌌다. 소파에 앉아 못다 쓴 여행기를 쓰다가 오후 3시쯤 기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중앙역에 간 다음 S9으로 갈아탈 때 인파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양국의 응원단이 기차를 점령하고 있었다. 두 정거장만 가면 모두 내릴 테지만. 숨 막힐 정도로 밀폐된 공간에서 엄청난 고성의 응원을 들어야 했다. 개미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홀로 힘겨운 사투를 벌였다.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공항 1터미널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2터미널로 왔다. 아직 3시간 전인데 대한항공 카운터엔 벌써 긴 줄이 서 있었다. 한국과 달리 절차가 너무 느렸다. 여행용 가방을 수화물로 부치는 데만 30분이 걸렸다. 다시 출국 절차를 통과하는데 20여 분이 소요되었고 면세점에서 와인 한 병을 산 후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이 모든 과정에 1시간 30분이 걸렸다. 아무리 줄이 길어도 우리나라에선 15분이면 충분한데. 이래서 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줄을 빨리 서라고 한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탑승까지 여유가 있어 노트북을 켜고 여행기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 탑승이 시작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젠 정말 떠나는구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시 2123일간의 걷다 보니 유럽’ 2탄이 마무리되었다. 언제가 될지 정확히 모르지만, 내년에 3탄을 기약하며 일상으로 회귀한다. ‘안녕, 나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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