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갑산 산행 - 어느 화창한 날



어젯밤, 달이 떴다.


토끼가 방아 찧는

어릴적 그 달은 아니다.


달에 인간이 발을 디딘후부터

날의 신비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른 아침

두개의 해가 떴다.


하늘에 뜬 해

저수지에 비친 해


삭막한 도심을 벗어나

따뜻함이 느껴지는 천장호에 왔다.


아무도 오지 않은 출렁다리를

걷는 것처럼 기분 좋은 게 없다.






아래서 위를 올려다 본다


칠갑산 정상

내가 가야할 곳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


아래서 올려다 보는 것보다

즐거움이 더 크다.






공기는 햇빛에 반짝거리고

햇빛은 감미롭게 다가온다.


높은 것에 대한 도전의지가 필요하다.

남이 반할 만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가야산(충남) 산행 - 바람 부는 날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좋다.


주체적인 삶을 살면

자연처럼 평화로운 상태에 놓인다.





흙 냄새와 어우러져

낙엽 냄새가 향긋하다.


우연히 찾아온 가야산(충남)이

우울했던 감정을 즐겁게 바꿨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되어야 한다.

흔들려야지만 꺾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나무는 바람과 함께 춤을 춘다

춤을 춰야만 세상을 살 수 있다.






비가 왔었다.

어제와 내일사이에서


한겨울 해가 저물면

그 자리에 서서 오는 밤을 바라본다.


빗방울은 흙과 바위사이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채 얼어버린다.


길쭉한 고드름이 되었다.


해를 향해 기도하는 물빛

고드름마다 그 색깔이 다르다.


빗방울이 고드름을 데려왔다.

고드름 빛이 숲속에 은은하게 퍼진다.







오늘 하루는

죽어라고 바람이 분다.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아무 생각없이 걷고 있다.


눈을 감고

바람소리를 듣는다.


바람이 몇번이나

잎 떨어진 나뭇가지를

흔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흔적없는 바람의 날에 베여

내 마음까지 쓰리고 아프다.


어색한 침묵의 순간처럼

오늘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나무의 아름다움은

숲에 의해


숲의 아름다움은

산에 의해


산의 아름다움은

명산도전으로 정상에 섰을 때


비로소 그 의미를 알게 된다.

덕유산 산행 - 움직이지 않는 구름은 구름이 아니다



새벽 공기는 여전히 차갑다.

입김이 어둠속에 하얀 자국을 남겼다.


찬 바람도 불고 있다.

몸을 움츠리고 잰 걸음으로 움직였다.





대전복합터미널에서 구천동행 첫 차를 타고 왔다.

나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은 덕유산을 찾은 것이다.


예상은 했지만 이곳이 더 추웠다.


장갑을 끼려고 보니 왼손장갑이 없다.

아무래도 차에다 놓고 내린 듯 하다.






구천동 계곡을 따라 걸었다.


봄에는 산뜻해서 좋고 여름에는 싱그러워 좋고

가을에는 풍요로워 좋고 겨울에는 총명함이 좋다.


내 인생은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물소리의 차가움만큼

장갑을 끼지 않은 내 왼손이 시렵다.


겨울이다.

추위에 떨지 마라

점점 봄은 다가온다


추운 겨울에도

봄이 온다는 것이 감동적이다

봄이 오기도 전에

난 그 봄을 맞이하고 싶다


봄아!

넌 지금 어디쯤 오고 있니?





백련사를 지나 향적봉으로 향했다.

흰 눈을 밟을수록 더운 단단해지는 눈 길을 만들었다.


가쁜 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한다.

체온이 10도는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다.


고통이 극에 달하는 극한 상황에서 묘한 충동을 느꼈다.





눈밭에 벌러덩 드러눕고 싶다.

순간의 감정, 충동이라 그런 것이다.


숲에 흩어져 쌓여버린 눈들이

가장 완벽한 자연을 만들었다.


눈은 솜이불처럼 포근하다.







이 산능선을 넘어가면 하늘과 닿고

저 산능선을 넘어가면 땅과 닿는다.


하늘이 땅을 품고 땅이 또 하늘을 보듬는다.


하늘에 설레고 땅에 평온함을 느낀다.

하늘을 붙잡고 땅을 붙잡아서 지금 이순간을 살아간다.







자연은 홀로 있는 사람에게만 가슴을 연다.


세월과 함께 망각되는 것도 있지만

자연과의 추억은 세월과 함께 아름다운 기억이 짙어진다.


찾아오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사람과의 만남처럼 산이 정답게 느껴진다.


농익은 자연풍경이 계절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슬프도록 푸르고 싶은 하늘을 바라보며 다짐한다.

자연과 사귀기 위해 이곳에 홀로 머물러야겠다.









구름 밑을 천천히 걸어다니는 나는

희고 다양한 모양의 구름을 무심히 올려다 본다.


움직이지 않는 구름은 구름이 아니다.

자국을 남기지 않는 구름은 구름이 아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고 또 올려다 본다.

구름사이로 해가 나를 엿보고 미소 짓는다.

2020년 신년산행 - 계룡산 삼불봉



한해가 지나고 2020년이 시작되었다.


새해의 첫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절대로 두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계룡산으로 향했다.

랜턴으로 어둠을 물리치면서 삼불봉으로 향했다.







해는 아직 뜨지 않았다.


새해 첫 해돋이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삼불봉 주변이 구름의 장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내 마음속 해에게 다짐을 한다.

2020년 나의 한단어는 '인내심'이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늘상 마음속으로 되내이는 말들이다.

올해의 나의 작은 바램도 외쳐본다.


자유롭게 여행을 다닌다.

매일 글을 쓴다.

언제나 즐겁게 산다.

치과치료를 마친다.

매일 명상을 한다.






산은 구름에 기대어 살고

구름은 바람에 기대어 산다.

기대어 산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살아갈만한 곳이다.


산, 구름, 바람도 서로 기대어 사는데

상처받은 이 세상에 내가 기댈곳은 어디인가?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나는

따뜻한 내 가슴에 기대어 본다.





겨울은 흙에서 난 것들이

근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계절이다.


가진 것보다 못 가진 것이 더 아름답지 않은가?


아무렇지 않게 느낀 내 감정이 나의 말을 빌려 표현되니

나 같은 사람도 시인이 되게 만든다.





구름사이로 고개를 내민 햇빛은

남매탑에 영광의 빛을 비추며 구름을 타고 계룡산을 넘어가고 있다.


남매탑 주변을 돌며 다짐한다.


남들과 비교하여 우쭐하거나 낙담할 필요 없이

확고한 나 자신의 삶을 앞으로 살아가자.





오늘 내가 본 하늘은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이

파도처럼 바람에 출렁이는 맑은 하늘이다.


오늘도 난 사고의 자유를 꿈꾸고 있다.

2019 김미곤대장과 함께하는 명산100 - 6월 관악산



오늘 관악산을 가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아침공기가 상쾌하다.







유성집을 나선 후 3시간 15분만에

지하철과 기차를 이용하여 과천정부청사역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산행은 과천향교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과천방향에서 등산을 시작해

사당방향으로 하산을 할 예정이다.






콘크리트 도로를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기 시작한다.


바람이라도 불면 좋을 텐데...


무리지어 산행하는 도전단을 지나

연신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산행을 지속했다.





셰르파와 도전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이정수 도전자님이 특히 반가웠고 김미곤 대장도 만났다.


연주암에서 물 한모금 마신 후

부지런히 계단을 올라 연주대에 올라섰다.


하늘엔 구름 한점 보이지 않는다.








산행을 시작한 후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정상까지 올라왔다.


순식간에 인증샷을 찍고

그늘을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오전 9시 30분인데도 불구하고

속살을 훤히 들어낸 연주대 정상부근은 너무 더웠다.





사당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이렇게 맑은 날이 일년에 몇번이나 있을까??

사진이나 그림처럼 보이는 서울 풍경을 두 눈에 담아본다.


이명섭 사다 셰르파, 인원식 셰르파 부부를 만났고

한참 더 지난 후에 충청 블랙야크 명산 100 도전단 산타크루도 만났다.


사당까지 긴 걸리를 하산해야 하지만

두 눈이 즐겁기때문에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개인일정을 본 후

지하철을 타고 금천구청역에 내렸다.


스타즈호텔 독산에서

블랙야크 셰르파 전체회식이 있었다.


알찬 하루를 보내고

KTX를 타고 대전으로 내려가면서

2019년 신춘문예 당선작품을 살펴본다.


신춘문예에 도전해 보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