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를

자유 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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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여행 6일차]

하카타에서 미야지다케 신사 가기, 미야지다케 신사,

후쿠오카 여행[우동 타이라,  골목길, 나카 강, 톈진 중앙공원, 아크로스 후쿠오카, 캐널시티 하카타, 야나가바시 시장]

 

하카타-후쿠마 전철요금, 편도 480엔
JR 가고시마 본선(구간쾌속 모지코)
후쿠마역

 

흐린 날이었다.

바람이 불고 이따금 빗방울이 떨어지는 쌀쌀한 날이었다. 하늘에는 회색 구름이 바다처럼 넓게 깔려있었다. 나는 하카타역에서 JR 가고시마 본선 전철을 타고 후쿠마역으로 향했다. 전철 안에는 출근하는 회사원, 등교하는 학생 등 각자의 용무를 위해 전철을 탄 사람들이 핸드폰을 보거나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지하철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는 출입문 쪽에 서 있었다.

출입문이 열리면 정류장에 제일 먼저 내릴 수 있는 곳이었다. 전철의 속도만큼 외부 풍경이 창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후쿠오카의 시골 풍경이지만 어쩐지 낯설지만은 않은 풍경이었다. 나는 후쿠마역에 도착할 때까지 창밖을 응시하며 그렇게 서 있었다.

 

후쿠마 거리 가로수
후쿠마 거리 일본주택
버스정류장
미야지다케 신사 입구

 

나는 후쿠마역을 나와 도로를 건넜다.

버스를 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기에 그냥 걷기로 했다. 이곳도 희끄무레한 구름이 가득한 날씨였다. 해는 구름 뒤에 숨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직선으로 뻗은 도로에는 가로수가 내가 갈 곳을 안내하고 있었다. 가로수 잎들은 미미한 바람에도 하나둘 춤을 추기 시작했다. 12월의 잔뜩 찌푸린 날씨는 이 거리에서 다 볼 수 있었다.

나를 급하게 만든 건 아랫배의 통증이었다.

점점 주기가 짧아지는 통증을 겨우 참아가며 잰걸음으로 어느 주차장 화장실에 도착했다. 5분이 지나 다시 화장실을 나왔을 때는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하늘은 조금 전에 보던 그 하늘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좀 더 환해진 듯했다. 도로 위 교통표지판을 보고 미야지다케 신사(宮地嶽神社)에 거의 다 왔음을 알아차렸다.

 

미야지다케 신사 입구, 빛의 길

 

도로를 건너 우회전을 했다.

도리이를 지나 상점이 끝나는 지점에서 계단을 올랐다. 계단은 가파르게 보였지만 막상 올라가 보니 많은 힘이 들지는 않았다. 신사 뒤쪽은 산이고 앞쪽은 미야지하마 해변(Miyajihama Beach)이 있는 바다가 있었다. 그 바다가 바로 현해탄이었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일직선의 길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신사에서 모래가 아름다운 해변까지는 15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계절상 빛의 길은 볼 수 없었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 오른쪽 공간에 일몰을 찍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사진을 보니 10월과 2월에 얼마나 멋진 일몰 풍경을 볼 수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난 한참을 그곳에 서서 바다까지 길게 뻗은 길을 응시하고 있었다.

 

미야지다케 신사
원숭이

 

신사 입구는 한산했다.

신사에 들어가기 전 일본인들은 손을 씻고 입을 헹궜다. 신사 참배에 앞서 마음가짐을 다 잡는 일종의 의식이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신사는 한산했고 침묵이 흘렀다. 아예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삼삼오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신사 안은 어떠한 소음도 용납되지 않는 곳처럼 고요했다.

미야지다케 신사에는 일본 제일의 대주 연줄, 대북, 대령이 있었다. 이 중 대주 연줄은 지름 2.6m, 길이 11m, 무게 3톤이나 나갔다. 어마어마한 대주 연줄은 매년 12월에 새것으로 바꾼다고 한다.

원숭이를 발견했다.

신사에서 나와 계단을 향해 걸어가는데 찻집 앞 공터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조련사의 말 한마디에 원숭이는 편안한 자세로 무언가를 응시하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사람들이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오히려 원숭이는 모여드는 사람들을 못 본 척 곁눈질로 보는 듯했다. 우리가 원숭이를 신기하게 바라보듯이 원숭이도 사람들을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보고 있었다.

 

후쿠마 거리 전깃줄
JR 가고시마 본선(구간 쾌속)
드립 커피 구매 후

 

후쿠마역을 향해 걸었다.

도로 좌우의 전봇대의 전깃줄이 도로를 따라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이미 한번 걸었던 길이라 어느새 익숙한 거리처럼 느껴졌다. 후쿠마역에서 전차를 타고 하카타역으로 돌아왔다.

마치 멀리 떠났다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사람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월요일의 하카타역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구글 지도를 검색해 보고 Kaldi Coffee Farm에서 드립 커피를 샀다.

어느새 12시가 넘었다.

아침을 안 먹어서 그런지 더 배가 고팠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거듭하다 갑자기 떠오르는 음식이 있었다.

 

우동 타이라

 

몸이 원하는 것에 관심을 두기로 했다.

이 순간 내 몸이 원하는 것은 몸을 따뜻하게 해줄 뜨거운 국물이었다. 따뜻한 국물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곧장 걸어갔다. 안 가본 곳이기에 일말의 의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 몸이 원하는 한 우동 타이라에서 우동을 맛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줄 서 있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식당 밖으로 줄을 선 사람이 5명이라서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줄을 섰다. 키와미야 함바그 이후 무언가를 먹기 위해 줄을 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한두 명씩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서 줄이 줄어드는 것 같았지만 내 뒤로 줄은 더 길어졌다. 식당 안에도 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기운이 조금 빠졌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초만원이었다. 이런 상황을 밖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메뉴
주방
주방이 보이는 식당내부

 

줄을 선 상태에서 메뉴판을 받았다.

일본어와 숫자로 표기된 메뉴판을 보고도 절대 당황하지 않았다. 나는 우동 먹으로 왔으니까. 주문을 받으러 왔을 때 ‘recommend menu, please.’라고 말했다. 그런데 영어를 잘 하는 여사장이 어떤 메뉴를 알려줬다. 미소를 띠며 속사포처럼 영어로 설명을 계속했다. ‘OK, I’ll take it.‘

칸막이 너머 주방은 분주했다.

유독 흰색 메리야스의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아저씨는 면만 뽑았다. 뽑고, 또 뽑고. 정말 쉬지 않고 면을 뽑았다. 이렇게 뽑은 면을 삶은 후 그릇에 담아 육수를 붓고 그 위에 고명을 얹어서 나왔다. 주방과 홀의 손발이 척척 맞았다. 괜히 대박집이겠는가

 

소고기, 튀김, 파가 들어간 우동

 

줄을 선 후 12분 만에 자리에 앉았다.

우동은 15분이 지난 후에 내 앞에 놓였다. 식당 안의 훈훈한 공기처럼 뜨거운 국물과 진한 육수 맛의 우동을 보니 '내가 참 선택을 잘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우동 이름은 모르겠고 고명으로 소고기, 튀김, 파가 올려져 있었다.

그릇을 들고 육수를 마셨다.

육수는 짜지 않고 깔끔하면서 담백했다. 칼칼하게 먹으려고 고춧가루를 조금씩 골고루 뿌렸다. 우동 면발은 중간 크기 면인데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한 것이 씹는 식감마저 아주 좋았다. ‘후루룩후루룩기다리는 시간보다 먹는 시간이 훨씬 짧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좋은 맛과 질이라면 언제든지 다시 찾고 싶은 식당이다.

 

후쿠오카 골목여행

 

하늘이 한층 낮아졌다.

비가 내리는 오후가 찾아왔다. 차량과 우산을 든 행인들이 가득한 거리에서 갈 곳을 잃은 사람처럼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도로 건너에 SUN ROAD라는 아케이드 시장이 있어 비를 피할 수 있었다. 녹색 신호등이 불을 밝히자 잊고 있던 뭔가가 생각난 듯 빗속을 뛰어 아케이드로 들어섰다.

가볍게 흩날리는 겨울비조차도 따뜻하고 고요했다.

시간이 지나 비가 멈춘 흐린 날이지만 경쾌하고 즐거운 노랫소리로 가득했다. 나의 여행방식과 어울려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골목길을 연출했다. 어떤 건물도, 어떤 상점도, 어떤 주차장도, 어떤 전봇대도 그 골목을 다니는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렸다. 마치 오래전부터 살고 있었던 사람처럼 익숙한 것을 대하듯 나는 골목을 걸었다. 골목과 골목을 걷는 사람들이 내 여행방식을 대변해 주는 듯 그렇게 아름다울 수밖에 없었다.

 

톈진 중앙공원에서 바라본 아크로스 후쿠오카 건물

 

톈진 중앙공원 나무 벤치에 앉았다.

꼼짝 안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신발을 벗고 양반다리를 했다. 그곳에서 아크로스 후쿠오카 건물이 잘 보였다.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이 즐비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만든 자연에서도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듯했다. 얼마 전 산 아사히 맥주가 알코올 제로의 무알코올 맥주였다. 무열량의 다이어트 콜라가 판매되고, 카페인 없는 무카페인 커피가 판매되듯이 아크로스 후쿠오카 건물은 자연미 없는 인공 자연을, 미적인 자연만을 구축해 놓았다. 인공적인 자연을 보고 감탄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카 강
캐널시티 하카타
참치, 고래 등 4종류의 회

 

해가 지면서 빗줄기가 굵어졌다.

낙숫물이 흘러내리듯 지붕에서 처마를 흘러 땅으로 떨어졌다. 우산을 든 사람들이 나카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낮의 밝음은 어느새 뭉개지듯 번져 밤의 어둠으로 변했다. 거리의 조명이 하나둘씩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유독 캐널시티 하카타의 조명만이 뭉개지듯 번져 더욱 빛을 발산했다.

시간은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규슈 아니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밤이지만 우리들의 즐거운 시간은 영원히 멈추지 않았다. 야나가바시 시장에서 참치, 고래 등 4종류의 회를 샀고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맥주도 샀다. 우리는 호텔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술 한잔 기울이며 상대를 바라보고 말에 솔직한 마음을 담아 이번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년 유럽 캠핑 여행을 생각하면서 3년 만의 해외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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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여행 5일차]

하카타에서 모지코 가기,

시모노세키 여행[간몬연락선, 가라토시장, 간몬 해저 터널],

모지코[모지항, 블루잉모지(ブルーウィングもじ), 오뎅 야마구치(おでんの山口)],

후쿠오카 부산정(釜山亭)

 

어느 일요일 아침, 하카타 거리

 

해도 없는 아침인데 세상은 이미 훤했다.

새벽어둠을 틈타 비는 세상의 묵은 때를 씻어버렸다. 호텔 방에선 빗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따금 창문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이 희미한 흔적을 남겼을 뿐이다. 나는 침대 이불에서 나와 창문 밖을 바라봤다. 하늘에는 어떻게 회색 구름이 새긴 것인지 하늘이 우울해 보였다.

우산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새로 내린 비 위에 내 발자국이 찍혔다. 선명했던 발자국은 찰나의 순간에 번져 바닥에서 사라졌다. 나는 생각했다. 비에 대해 그만 무심해지자. 우리는 봄비 같은 겨울비를 맞으며 하카타역으로 행했다. 일요일 아침, 하카타 거리는 청소 차량만이 분주하게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내가 지나간 다음에도. 계속 그렇게.

 

JR 북규슈 레일패스
하카타-고쿠라, SONIC 5 특급열차
고쿠라-모지코, JR 가고시마 본선
모지코역
모지항 여객선 매표소
간몬 연락선

 

하카타에서 특급열차를 탔다.

고쿠라에서 JR 열차로 갈아타고 모지코까지 왔다. 모지코역을 등지고 왼쪽 도로를 건너 바닷가 쪽으로 걷다 보니 모지항 여객선 터미널이 보였다. 모지코역을 나와 잰걸음으로 모지항 승선장까지 이동했다. 모지항의 넓은 공터에서는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요금은 편도 대인 400

승선권을 뽑아 배를 타러 승선장에 가니 해협이 눈에 들어왔다. 기타큐슈 모지항에서 시모노세키 가라토까지는 날씨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보통 5~1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비가 온 후 바다는 청색이 짙어져 검게 보였다. 정박해 있던 배는 검정 물결의 일렁거림에 크고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다.

 

모지항
간몬대교
간몬연락선

 

바닷바람이 검은 바다를 겨울빛으로 물들였다.

북동쪽으로는 혼슈와 규슈를 연결하는 간몬대교(関門橋)가 해협 위를 가로질러 허공에 떠 있었다. 간몬대교 그림자가 더해져 바다는 원래 색보다 더 짙어졌고 그것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검정 바다는 윤기가 넘쳤다.

잔잔한 파도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것 같았다. 배의 갑판에 올라 시모노세키를 바라봤다. 검은 바다가 마치 현해탄 같았다. 배의 진행 방향과 속도에 따라 바람이 바뀌었다. 바다 위에는 긴 흰 물거품이 남아 배가 지나온 흔적이 그어졌다. 나는 시모노세키에 그렇게 도착했다.

 

가라토 여객터미널 앞
가라토시장
가라토시장 안
해산물덮밥과 성게덮밥
가라퇴장 앞 바닷가 산책로
덮밥 먹방

 

가라토시장(唐戸市場)과 마주했다.

시장 안을 비추는 조명은 인파에 뭉개져 명암이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시끄러움, 혹은 뒤엉킨 혼란과 흥분감 사이의 들뜬 기분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시장은 서늘했고 비린내가 가득 퍼져 있었다. 그나마 천장이 높아 비린내 농도가 심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초밥을 사기 위해 인파 속에 있던 나는 파도가 앞의 파도를 밀어내듯 뒷사람들의 걸음에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이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초밥을 사러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시장 안을 표류하던 나는 인적이 그나마 적은 상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게 덮밥을 발견하고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바로 이런걸 꿩 먹고 알 먹고라고 표현한다. 시장 밖으로 나오자마자 흥분상태에서 성게 덮밥을 순식간에 먹었다.

 

초밥

 

된장국
초밥먹방
가라토시장 앞 바닷가 산책로

 

망설임은 초밥을 살 기회를 빼앗아간다.

다시 초밥을 사기 위해 혼돈의 시장에 들어섰다. 진열된 초밥이 먹고 싶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야 한다. 우리는 우럭, 도미, 장어 초밥과 짱뚱어가 들어간 된장국을 샀다. 이번에도 바로 시장 밖으로 나왔다. 사람이 적은 바다가 산책로로 가서 바다를 배경으로 초밥을 먹었다. 바다에서 막 잡아 온 생선으로 초밥을 만든 것처럼 신선했다. 초밥의 생선이 일반 초밥에 비하면 두 배나 컸으며 그만큼 밥도 많았다. 초밥 한 개면 입안이 꽉 찼다. 우리는 초밥 먹기에 마음을 다했다. 지금까지 내가 먹어본 초밥 중에 신선도, , 크기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초밥이었다.

최고예요.’

 

가라토 등대
가라토 거리

 

12월의 첫 번째 일요일이다.

평일처럼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급하게 처리해야 할 용무나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다. 늦잠을 자거나 침대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 하루다. 내가 있는 곳이 낯선 여행지라도 일요일에 내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배가 부르니 걷기에 더욱 좋은 날이었다

비는 그쳤고 바람이 불지 않아 춥지 않았다. 하늘에 회색 구름이 가득했지만, 바다색만큼 짙지는 않았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만 주의를 기울였다. 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은 나에게는 소중한 시간이다.

 

시모노세키, 간몬 해저 터널 입구
간몬 해저 터널

 

가라토시장에서 간몬터널 입구까지는 1.4km를 걸어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갔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도 해저 터널을 이용할 수 있었다. , 엔진을 끈 상태로 밀어서 통행해야 했다.

해저 터널을 걷는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한국도 아니고 일본에서 혼슈와 규슈를 잇는 1958년에 개통된 간몬 해저 터널을 걸었다. 해수면 58m의 아래의 터널은 혼슈에서 규슈 방향으로 내리막임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긴 줄을 팽팽히 잡았다가 살짝 힘을 푼 것처럼 터널은 완만한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혼슈의 시모노세키에서 규슈의 모지코까지 이어진 약 780m의 거리였다. 지금 걷는 이 해저 터널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멈추지 않고 걷다 보면 환한 불빛이 나를 반겨줬다.

 

모지코, 간몬 해저 터널 입구
메가리 신사와 간몬대교
모지항
노포크 히로바역
모지항 낚시 배

 

해저 터널을 나왔다.

메카리 신사가 있는 해안은 물살이 끊임없이 소용돌이쳤다. 수심이 낮고 해류가 빠르게 흐르며 어종이 다양하여 어업이 발달하였다. 더 넓은 바다로 흘러가는 바닷물이 다 똑같아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물살의 세기가 천차만별이다. 거친 물살을 피해 배들은 모지코가 아니라 시모노세키 쪽으로 왕래를 했다. 작은 배들은 물살에 쉽게 흔들리니까 빠르게 지나가려고 엔진의 출력을 높였다.

모지코까지 가는 길은 한적한 거리였다.

메카리 신사를 지나 노픽 광장으로 거기서 노포크 히로바역까지 이어졌다. 철로를 따라 벚나무가 서 있는 해안 길을 가다 보면 항구를 만나게 된다. 새벽에 낚시 배를 타고 바다를 다녀온 낚시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잡아 온 고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지항 레트로 전망대
블루잉모지

 

나는 의자에 앉았다.

오늘도 많이 걸었다. 친구 K는 발바닥이 아픈 듯 신발을 벗고 쉬고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이 의자에서 블루윙모지가 가장 잘 보였다. 부산의 영도대교처럼 다리가 올라갈 때를 기다리며 광장과 다리를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큰 나무 아래에서 만담하는 이야기가 마이크를 통해 크게 들렸고, 캐릭터 탈을 쓴 남자가 아이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보였고, 일정한 목적 없이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다.

약간 멍한 상태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피곤함을 느꼈는데 나중에는 몸이 편안해졌다. 오후 1시가 되자 블루윙모지가 분주해졌고 이내 건너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다리는 오른쪽부터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그 속도가 달팽이가 길을 건너가듯 너무 느렸다. 왼쪽까지 다 올가을 때는 10여 분이 훌쩍 지난 뒤였다. 마지막으로 배만 지나가면 되는데. 이렇게 이벤트는 완성되었다. 잠시 후 다리는 올라간 속도만큼 천천히 내려왔고 사람들은 다시 블루윙모지를 건넜다.

 

모지항 벼룩시장

 

기차 시간까지 각자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벼룩시장의 흰 천막은 은은한 조명을 밝혔지만, 하늘은 어딘지 모르게 우울해 보였다. 눈앞에는 똑같은 천막들이 일렬종대나 횡대로 펼쳐져 있었다. 아무리 벼룩시장이지만 복고풍 항구와 어울리지 않은 현대적인 분위기가 어색했다. 액세서리, 의류, 화분, 생활용품, 음식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있었다. 천막마다 자신들의 물건들을 전시해 놓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판매하고 있었다.

벼룩시장 천막 사이를 걸었다.

옷깃을 여미고 에코백을 왼쪽 어깨에 둘러멨다. 두 발은 인파 속을 걷고 있었지만 두 눈은 온갖 것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바삐 움직였다. 이곳에서의 돈은 그저 필요한 것을 얻는데 필요한 교환수단에 불과했다.

 

오뎅 야마구치(おでんの山口)
식당내부
메뉴

 

오후 새참을 먹기 위해 오뎅 야마구치(おでんの山口)에 갔다.

이 식당은 모지코역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있으며 모지코와 어울리는 복고풍 감성의 식당이었다. 오후 230분이 넘었지만, 식당에 손님이 아무도 없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한참을 쭈뼛거리다 과감하게 안으로 들어섰다. 할아버지는 테이블을 정리하고 할머니는 오뎅을 만들고 있었다.

오뎅정식 550

메뉴판의 검정색은 메뉴이고 빨간색은 가격이었다. 다행히 사진이 있는 메뉴판이 있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주문을 했다. 근데, 할머니가 뭐라고 계속 말씀하시는데 일본어를 못하는 내가 알아들을 방법은 없었다.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을 본 할머니도 이내 포기했는지 그냥 자리를 뜨셨다. 5분쯤 지났을 때 주문한 오뎅정식이 나왔다.

 

오뎅정식

 

정말로 사진과 똑같았다.

할머니가 나에게 하려던 말을 나중에 알았다. 내가 오뎅 4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말은 통하지 않고 눈만 껌뻑껌뻑하니까 할머니가 사진과 똑같이 가져다주신 거였다. 한국에서는 어묵 하면 어묵만 생각하는데 일본은 달걀, , 감자, 꼬치(돼지고기) 등이 들어간 오뎅요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한국처럼 국물을 마실 수 없어 아쉬웠다.

오뎅은 한국보다는 짠데 항구 특유의 육체 노동자들을 위한 전통 음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음식이 특별히 맛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온 할아버지, 할머니가 운영하는 노포(老鋪)는 틀림없었다.

 

모지코역
고쿠라역
고쿠라-하카타, SONIC 40 특별열차
부산정(釜山亭)

 

우리는 다시 만났다.

아침에 이곳에 올 때의 역순으로 다시 하카타로 돌아가야 했다. 기차 안에는 아침보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하카타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27분이었다. 오후 5시가 넘으면 해는 서쪽 하늘로 넘어가서 잠들었다. 하카타역의 크리스마스 마켓 축제의 조명은 오늘도 변함없이 불을 밝히고 사람들은 흥분된 상태로 그 불빛을 바라보거나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후쿠오카에서 벌써 5일째 밤이었다.

이제는 밤거리가 익숙해졌다. 저녁 먹을 식당을 찾으면서 가지 않은 골목을 걸었다. 어둠 속에 홀로 불을 밝히고 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부산정(釜山亭).’ 고민의 흔적인 미간의 깊은 주름이 식당을 발견한 뒤 축구경기장의 푸른 잔디처럼 평평하게 바뀌었다. 허기짐의 빈자리는 발바닥의 통증과 배고픔의 꼬르륵소리가 채우고 있었다.

 

삼겹살

 

간판을 보고 한국식당임을 눈치챘다.

어떤 메뉴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입구에 갔다가 메뉴에 삼겹살을 보는 순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들어갔다. 예약하지 않았지만, 일찍 식당에 와서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추천메뉴인 무한리필 삼겹살을 선택했다. ‘소주와 맥주도 주세요.’ 오랜만에 한국말로 편안하게 주문을 할 수 있어 좋았다.

12800.

삼겹살 무한리필 가격이다. 한국보다 무한리필 가격은 비쌌지만, 김치 모둠, 나물 모둠, 오징어젓, 잡채, 샐러드, 파채, 쌈장, 마늘, 상추 등 너무 푸짐했고 무한리필까지 해 주었다. 일하시는 외국인 종업원이 삼겹살을 가져다주면서 김치를 불판에 올렸다. '이러면 다 타는데.' 한국인인 내가 가만있을 수 없어 김치를 제거하고 고기 기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김치를 올렸다.

 

삼겹살 무한리필

 

10분쯤 그렇게 고기를 구웠다.

겉이 타지 않게 삼겹살을 잘 뒤집으면서 먹기 좋을 정도로 구운 삼겹살을 한입 크기로 잘랐다. 원래 기름기 많은 구운 음식은 잘 안 먹는 친구인데 이곳에서의 친구 K는 젓가락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배가 고팠구먼.’ 첫판을 이렇게 순식간에 다 먹었다. 삼겹살 리필을 요청하면서 막간을 이용하여 주꾸미까지 구워 먹었다.

외국인 종업원의 배달 사고인지 리필된 삼겹살은 처음의 3배만큼이나 많았다. 아무 말이 없으니 다시 삼겹살을 구웠다. 손바닥에 상추를 놓고 잘 구워진 삼겹살 2점을 올렸다. 마늘을 쌈장에 찍어 삼겹살 위에 살포시 내려놓고 파채와 고사리로 장식을 마무리했다. 쌈을 잘 접어 손에 들고 술잔을 살짝 부딪친 후 원샷을 했다. 입안에 알코올이 다 사라지기 전에 쌈을 넣고 맛을 음미했다.

삼겹살로 하루를 마감하는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밤새 켜져 있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처럼 배가 꺼지지 않는 규슈여행의 5일째 밤도 그렇게 지나갔다.

 

 

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를

자유 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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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여행 4일차]

하카타에서 구마모토 가기,

구마모토 여행

[노면전차 타기, 스이젠지 공원, 일본 결혼식 히가시하마야(Higashihamaya), 카세(KASE) 강, 크리스마스 마켓 축제],

후쿠오카 食堂 光

 

하카타역 안내판
16번 탑승구
MZUHO 601

 

구마모토에 가는 날이다.

어제보다는 훨씬 여유 있게 아침을 맞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커피포트에 물을 넣고 전원을 켰다.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잠에서 덜 깬 아이처럼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카누를 잔에 쏟은 후 뜨거운 물을 부었다. 찐한 커피 향이 방안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커피를 마시면서 헤르만 헤세의 디 에디션을 읽었다.

커피를 다 마신 후 샤워를 했다.

깨끗하고 단정한 옷차림으로 호텔을 나왔다. 마음속 설렘을 간직한 체 하카타역으로 갔다. 그 설렘은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과 여행의 들뜸이 뒤엉킨 것이라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박동은 점차 빨라질 거란 예감이 들었다. 그 예감은 기차를 타는 순간 그대로 나타났다.

 

구마몬
구마모토역 크리스마스 마켓축제

 

32분간의 짧은 기차여행을 마쳤다.

신칸센이 정말 빠르긴 빨랐다. 구마모토역에서 나를 반갑게 맞아준 건 구마모토의 마스코트인 구마몬이었다. 곰을 뜻하는 구마와 사람을 뜻하는 몬이 합쳐진 말이다. 구마몬 자체는 독특했다. 시커먼 하늘에 흰 뭉게구름이 군데군데 떠다니는가 싶더니 어느새 붉은 태양이 땅을 불그스레 물들였다. 그 강렬한 붉은색의 색감이 사람들은 빠져들게 했다. 구마몬은 구마모토역에서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조형물이라 모두가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카타역처럼 이곳도 크리스마스 마켓 축제가 펼쳐지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영업 전이지만 각양각색의 의자와 벤치가 흐트러지게 놓여 있었다.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이 속에 나름의 질서가 존재했고 정형화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배치가 나는 더 정감이 갔다.

 

구마모토 노면전차

 

노면 전차를 타고 스이젠지 공원에 갈 생각이다.

구마모토역을 등지고 광장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도로와 인접한 곳에 노면 전차 타는 정류장이 있다. 구마모토 노면 전차는 A 라인(빨간색)B 라인(파란색)으로 구분된다. 구마모토역에서는 무조건 A 라인(빨간색)을 이용하면 된다. A 라인(빨간색)은 총 26개의 정류장이 있는데 3번이 구마모토역이고 10번이 구마모토성이고 18번이 스이젠지 공원이다.

구마모토역에서 왼쪽 노면 전차에 탔다.

지구는 오른쪽으로 회전하니까 우리는 무조건 왼쪽으로 가면 된다. 구마모토역에서 33분 걸리고 15개의 정류장을 지나가야 한다. 버스와 마찬가지로 가운데 문으로 탔다가 앞으로 내릴 때 요금을 내면 된다. 요금은 거리와 상관없이 균일요금인 성인 170엔이다.

 

A  라인(빨간색) 노면 전차

 

 

노면 전차를 타고 스이젠지 공원으로 가는 길 자체가 흥미로웠다.

시커먼 아스팔트 도로에 11자 레일이 일정 간격으로 떨어져 두 줄로 찍혀 있었다. 조금 떨어진 정면에서 파란색 노면 전차가 이쪽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코앞까지 다가온 파란색 노면 전차는 긴 마찰음을 내며 맞은편 정류장에 멈춰섰다. 나는 파란색 노면 전차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노면 전차 앞문 스크린에서 정류장 번호와 이름이 같이 나왔다.

운전사는 멈추거나 출발할 때 중얼중얼마이크로 계속 말을 하는데 일본어라서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구마모토성을 지나고 드디어 스이젠지 공원 역에 도착했다. 하차 벨을 누르자 정류장에 노면 전차가 멈췄고 앞문으로 내리면서 직접 요금을 냈다.

 

스이젠지 공원 입구
매표소
비단잉어
성취원지(成趣園池)
규슈전력회사 봉사활동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고 나서 도로를 건넜다.

카세(kase) 강을 가로지르는 좁은 다리를 지나 우회전을 했다. 상점가를 지나 매표소까지 왔다. 입장료는 400엔이지만 JR 북규슈 레일패스를 소지해서 10% 할인을 받았다. 동전으로 360엔을 지급하고 입장권을 받았다.

17세기 조성된 고요한 일본식 정원이다.

완전히 고여있는 성취원지(成趣園池)를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는 비단잉어들, 아직 관리되지 않은 큰 나무와 완전히 관리된 작은 조경수들,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과 완전히 푸르른 상록수의 나뭇잎, 주말이라 봉사활동을 나와 아이와 함께 낙엽을 쓸고 있는 규슈전력회사 직원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사이에 나와 친구 K가 연못을 돌아 정원 사이를 걷고 있었다.

 

이즈미 신사
잣나무(五葉の松)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가 발걸음으로 흩어져 우리를 다시 감싸버렸을 때 과거의 정원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공기의 순간적인 흐름에 손이 시려서 장갑을 끼고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도리이를 지나 계단을 올랐다. 그곳에 이즈미신사가 있었다. 화려하게 기모노를 차려입은 사람들이 신사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결혼식이 있나 보군.’

우리는 깨끗하게 비질 된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 신사 왼쪽에 있는 잣나무(五葉) 앞으로 걸어갔다. 잣나무를 보고 있자니 물성(物性)이 느껴졌다. 그건 잣나무의 기운이었다. 친구 K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대상을 발견한 것이다.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대숲
결혼식
스이젠지 공원

 

그사이 나는 신사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안 가본 곳에 무엇이 있는지 보물찾기라도 하듯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신사 오른쪽에 굵기와 마디 간격이 다른 대나무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바람이 우듬지를 스치면 대나무는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는 바람의 세기만큼 점점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노래는 대숲을 벗어나 신사와 스이젠지 공원을 휘돌아 이내 멀리 떠나갔다.

결혼식은 이미 시작되었다.

신전 안에서 이루어지는 예식은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다. 밖에서 바라본 어두운 신전 안의 모습은 엄숙한 분위기 그 자체였다. 한국의 전통혼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본식의 결혼식이었다. 예식이 다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스이젠지 공원을 나왔다.

 

카세(KASE)  강
민물장어 요리 전문식당, 히가시하마야 (Higashihamaya)

 

무작정 카세(KASE) 강을 따라 걸었다.

강변을 걷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구글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민물장어 요리 전문식당인 히가시하마야(Higashihamaya)를 발견했다. 장어 정식, 장어 덮밥 등 식당 입구에도 포장판매(Takeout) 메뉴가 있었지만 뭐. 일본어를 모르니 사진과 가격만 대충 확인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오전 11:30

오픈 시간에 맞춰 왔는데도 불구하고 안쪽 테이블에 두 분이 식사하고 계셨다. 어차피 일본어를 모르니 메뉴판을 봐야 소용이 없었다. 영어로 추천메뉴를 부탁했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 따뜻한 말차를 음미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うな重 - 4,070엔

 

7분쯤 지났을 때 음식이 나왔다.

2단 도시락으로 밥과 장어가 나왔다. 쟁반에 2단 도시락을 분리했다. 장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살이 두툼해 보여서 기분이 더 좋았다. 쟁반 위에 밥, 장어, 샐러드, 국이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냥 보기엔 소박해 보여도 내 눈엔 진수성찬이다.

나는 운치 있는 자리에 앉았다.

내가 앉은 자리 뒤편으로 카세(KASE) 강의 지천이 흐르고 있다. 갓 지은 흰쌀밥에 민물장어를 올렸다. 민물장어라고 흙냄새가 날 거란 생각은 크게 한입 입에 문 순간 기우였다는 것을 알았다. 달곰한 소스에 적당히 잘 익은 민물장어, 장어 간(liver)으로 만들었다는 국물도 최고였다. 양은 적지만 샐러드도 좋았고 밥이 약간 부족했는데 추가로 더 주셨다.

4,070, 장어 4분의 3의 보통 크기

나중에 계산서를 보고 알았는데 우리가 먹은 음식은 うな이었다. 가격대는 높지만, 한국에서 절대 먹을 수 없는 맛의 민물장어였다. 다음에 또 구마모토에 간다면 또 방문해보고 싶은 식당이다.

 

카세(KASE) 강 공원
멀구슬나무
바나나 숲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다.

바람이 불어 구름이 떠다녔고 그늘을 만들었다. 구름은 우리에게 빛을 허락하지 않았다. 12월 초순인데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카세(KASE) 강의 흐름에 따라 무작정 걸었다. 강 주위를 활용하여 만든 공원이라 그런지 어디에서나 강이 보였다.

나는 징검다리에 서 있었다.

발밑으로는 강의 지류가 숨을 죽인 듯 조용히 흐르고 있다. 넓고 긴 잎이 펼쳐져 있는 바나나 나무가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강물 소리에 리듬을 맞추듯 바나나 잎은 바람에 흔들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공원은 무척 넓었다.

음악을 듣는 사람, 멍하니 강의 흐름을 바라보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 빠른 걸음으로 공원을 걷는 사람, 오리배를 타고 강 위를 떠다니는 사람 등 각자의 방식으로 공원을 즐기는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었다.

 

동백나무

 

우리는 공원을 벗어났다.

순식간에 넓었던 길은 좁은 골목으로 바뀌었고 풍경도 달랐다. 골목은 가지가 뻗은 것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왼쪽, 오른쪽, 직진을 거듭하다가 보니 전형적인 일본 주택가가 나타났다.

승용차와 자전거가 우리를 지나쳐 어떤 건물 앞에 멈춰섰다.

건물 입구에 구마모토현립 도서관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도서관 주차장 담벼락에는 피보다 진한 색의 동백꽃이 어깨동무하고 서 있었다. 한적한 골목길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일본 주택가 분위기가 그런지 조용하고 한적하며 쓸쓸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노면 전차

 

늦기 전에 구마모토역으로 돌아가야만 할 것 같았다.

골목을 빠져나와 큰 도로로 나오니 노면 전차 정류장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서둘러 시리쓰타이이쿠칸마에(市立体育館前, Shiritsutaiikukan-mae) 정류장으로 향했다. 인도를 걸어가는 동안 레일의 마찰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큰 소음으로 울부짖었다. 소음 탓인지 우리가 정류장에 도착할 무렵에 노면 전차도 바지런히 다가오고 있었다.

A 라인(빨간색)을 확인하고 전차에 탑승했다.

아침에 타고 온 역순으로 노면 전차는 굉음을 내며 움직였다. 나는 빈자리에 앉아 사람들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창밖을 두리번거렸다. 전차의 속력만큼 다가오는 풍경은 그 속도 그대로 나를 지나쳐갔다. 잠시 한눈팔면 보지 못할 풍경들은 이내 사라져갔다. 동전을 교환한 후 요금을 내고 구마모토역에서 내렸다.

 

크리스마스 마켓 축제
SAKURA 560, 4 호차 좌석은  6-D

 

광장은 크리스마스 마켓 축제가 한창이었다.

이름 모를 가수가 기타를 치며 광장이 떠나갈 듯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관심 있게 듣는 사람은 없었다. 젊은 사람들은 수제 맥주나 포도주를 마셨고 가족 단위는 주로 음식을 먹었다. 꼬마 아이는 부모의 무관심을 틈타 해맑게 웃으며 광장을 돌아다녔다. 특별히 어떤 것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분위기에 젖어 들었다.

구마모토역에서 기차를 탔다.

오후 3:02 출발인 신칸센 SAKURA 560, 4호차 좌석은 6-D였다. 100km가 훨씬 넘는 거리이지만 신칸센은 우리를 32분 만에 하카타역으로 데려다주었다. 숙소인 Cross Life Hakata Yanagibashi로 오는 길에 야나가바시 시장에 있는 食堂 光에 저녁예약을 했다. 저녁을 먹기 전까지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食堂 光
오늘의 저녁메뉴
하이볼
쇼유(醤油)

 

오후 7

예약시간에 맞춰 食堂 光에 들어갔다. 여느 일본식당에서 볼 수 없는 넓은 실내공간은 이미 만석이었다. 예약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앉을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2022930일 오픈해서 그런지 깨끗하고 정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의 저녁 메뉴를 주문했다.

3가지 메뉴 중 한 가지는 이미 품절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테이블을 슬쩍 훔쳐본 다음 메뉴판에서 초밥과 튀김을 주문했다. 물론 남은 두 가지 저녁 메뉴도 주문했다.

'늘 조용한 것은 아니군.'

여느 일본식당 같지 않게 대화 소리가 컸다. 나는 하이볼을 친구 K는 생맥주를 주문했다. 소음에 익숙해지자 우리는 하이볼과 생맥주를 각각 한 모금씩 마셨다. 식탁에 놓인 세 가지 쇼유(醤油)가 궁금해서 물어봤다. 튀김, 초밥, 회를 단순히 살짝 뿌리거나 찍어 먹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고 알려줬다.

 

생선튀김
뿔소라 회
초밥
야채튀김

 

생선튀김과 뿔소라 회가 나왔다.

생선튀김은 연어와 농어인데 짭짤하면서도 술안주로 그만이었고 뿔소라 회는 얇게 썰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꼬들꼬들하니 식감이 좋았다. 10가지 다른 생선으로 큼직한 초밥이 나왔는데 어떤 것을 먼저 먹을지 고민이 되었다.

안주가 좋은데 어찌 술을 안 마실 수 있으랴.’

 

즐거운 저녁식사

 

병맥주와 하이볼을 또 주문했다.

食堂 光은 점심에는 주로 카이센동(해산물 덮밥) 등 식사메뉴, 저녁에는 술 종류와 그에 따른 간단한 요리를 제공하는 이자캬야(いざかや)로 운영되고 있었다. 또한, 식당 바로 앞에 생선가게(仲西鮮魚店)도 운영하고 있었다. 매일 새벽에 들어오는 생선은 신선했고 생선가게를 직접 운영하니 식당에서 판매하는 가격도 저렴했다. 카드는 아직 받고 있지 않아서 현금으로 6,900엔을 계산했다. '우와. 너무 싼 거 아닌가?‘

 

규슈여행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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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 강과 캐널시티 하카타

 

[규슈여행 1일차]

 대전에서 후쿠오카 가기, 후쿠오카공항에서 하카타 오는 법, Cross Life Hakata Yanagibashi, 교자전문점 아사히켄 등

 

 

가슴이 설렌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가방을 꾸리기 시작했다. 옷가지와 세면도구, 책 한 권이면 충분했다. 비가 올지도 모르니 우산도 챙겼다.

으음, 좋았어.’

카키색 가방이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 홍콩, 마카오, 러시아 등을 여행하면서 5년 넘게 가지고 다닌 애착이 가는 배낭이다. 오전 920분에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대문을 닫고 인도를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만큼 나는 흥분되어 있었지만, 집에 혼자 남아계신 어머니에 대한 걱정으로 만감이 교차했다.

 

여행가방

 

인천공항까지의 여정은 길었다.

유성온천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대전역에 왔다. 성심당에서 빵을 산 후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왔다. 서울역에서 오후 1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 1청사에 도착하니 오후 2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3년 만이군.’

201911, 1415일 동안 러시아 횡단 열차 여행이 마지막 해외여행이었다. 내가 얼마나 해외여행을 그리워했는지를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인천공항의 따뜻한 공기가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30분 먼저 도착한 대구 친구 K를 제주항공 앞에서 만났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식당가의 면 전문점에 들어갔다. 주문한 물냉면이 나오기 전에 성심당 빵을 먹었다. 동방예의지국의 국민으로 식당 측에 양해를 구하고 먹었다. 빵과 냉면은 어색한 조합이지만 생각 이상으로 괜찮았다.

 

대구친구 K

 

출국장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그 줄 뒤에 우리가 섰고 우리 뒤에 또 다른 사람이 서서 더 긴 줄을 만들었다. 20여 분 만에 보안검색대를 지나고 자동출국 심사를 마쳤다. 아직은 여전히 썰렁한 느낌의 탑승동 로비를 걸어 16번 게이트로 향했다. 비행준비 중인 제주항공 여객기를 보니 규슈여행이 시작되었음을 다시금 실감했다.

탑승이 시작되었다. 탑승권을 스캔하는 소리가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비행기로 향하는 탑승구 통로에서 마음을 다잡아봤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좌석은 5D. 오른쪽 라인 앞쪽에서 세 번째 통로 좌석이었다. 좌석은 하루 전에 E-TICKET으로 예약을 했다. 나는 늘 통로 좌석을 선택한다. 비행기 탑승과 하차가 가장 수월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시간 낭비는 없었다.’라고 단언한다.

오후 420분에 이륙했어야 하는 비행기는 정확히 27분이 더 지난 후 활주로를 내달려 허공을 향해 솟구쳤다. 이륙이 지연되고 있다고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 않아도 될 걱정에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 모든 일은 이유 없이 발생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내가 그 사실을 인지하느냐 인지하지 못하느냐의 차일 뿐이다. 항공기는 안전이 최우선이다. 이 말만 기억하면 감정낭비는 더는 하지 않아도 된다.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비행이 끝났다.

똑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주변 세상이 바뀌었다. 구름 위를 떠다니던 나는 어느새 밤의 세계에 진입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앞쪽 통로 좌석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입국 절차를 마쳤다. 오후 617, 후쿠오카에 첫발을 디뎠다.

 

후쿠오카공항 구제선 청사

 

난 여행이 두렵지 않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야 한다. 처음 와본 곳이지만 마치 일상처럼 다니던 것처럼 몸이 움직였다. 친구 K는 나의 이런 모습에 깜짝 놀라 했다.

어떻게 가려고?’

셔틀버스 타면 돼

동남아는 주로 택시가 이동수단이지만 일본은 교통편이 발달해 우리나라처럼 생각하고 교통편을 알아본 것이다. 1번 정류장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후쿠오카공항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하카타역에 왔다.

유심칩, 도시락 와이파이, 로밍 등은 하지 않았다.

해외여행을 다닐 때마다 구글 오프라인 지도만을 준비해서 다녔다. 남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난 특별한 직업병을 가지고 있다. 지도만 보면 어디든 방황하지 않고 찾아갈 수 있다. 내가 지나간 곳을 사진을 보듯 이미지로 내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다.

 

후쿠오카공항 무료 셔틀버스
후쿠오카공항철도

 

하카타역의 규모만큼 사람이 많았다.

출구를 향해 인파를 해치면서 나아갔다. 하카타역 광장은 이미 크리스마스 축제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보지 못한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촛불···꼬마 전등을 달아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우리의 방문을 반가워하는 듯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 작품들이 조명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숙소로 향하는 길은 하카타역보다는 어두웠다. 차량이 반대로 운행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와 다른 풍경은 딱히 없었다. 불 켜진 가로등은 한국만큼 주위를 밝게 만들지는 못했다. 침침한 밤의 거리를 자유롭게 걸어 6일 동안 투숙할 호텔에 도착했다.

CROSS LIFE HAKATA YANAGIBASHI

ORIX HOTELS & RESORTS

 

하카타역 일루미네이션
숙소로 가는 길
CROSS LIFE HAKATA YANAGIBASHI

 

내 마음속의 숙소와 같았다.

외관은 웅장하고 직원은 친절하고 숙소는 깨끗하며 부대시설은 완벽했다. 일본에서 13만 원 초반대 가격으로 이런 좋은 호텔에 머물 수 없다. 이번에 아고다 VIP Platinum 등급 혜택을 제대로 봤다. 여행지의 숙소는 편안해야 한다. 집처럼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어야 한다.

6박을 숙박할 예정이다.

매일 이동하는 여행과 한 곳에 머물며 다니는 여행은 본질에서 차이가 있다. 한곳에 머무는 여행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변덕스러운 날씨를 마주하는 것처럼 하루하루 떠난 여행지에서 어떻게 할지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6일 동안 나는 호텔의 손님이지만 그 6일 동안 1105호 객실의 주인이기도 하다.

 

11층 1105호 컴포트 트윈룸 - 소파베드

 

정탐꾼처럼 밤거리를 걸었다.

나카 강을 따라 좁은 골목을 무작정 걸었다. 어둠은 이미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희미한 가로등 불 속에 우리의 걸음은 개선장군처럼 기세가 등등했다. 텐진의 맛집들은 긴 줄이 서 있고 나카스 포장마차 거리는 이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시계는 9시를 향해 쉬지 않고 초침이 움직였지만, 우리가 들어갈 자리는 아직 찾지 못했다.

호텔에서 멀지 않은 교자 전문점 아사히켄을 우연히 발견했다. 나는 한자 餃子가 만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는 한자를 보니 기분이 들떠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할머니 두 분이 운영하는 소탈한 일본식 만둣집이었다. 일본어를 못해도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가리키며 주문했다.

 

텐진 거리
나카스 야차이(포장마차)
교자 전문점 아사히켄

 

여행 첫날 첫 끼를 만두와 아사히 맥주로 시작했다.

앙증맞게 생긴 찐만두와 튀김만두가 10개가 얇게 썰어진 양배추 산맥을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이었다. 나무젓가락으로 만두를 집어 간장에 찍은 후 입에 넣었다.

맛있다.’

오이시

아는 일본말이 몇 개 되지 않지만, 내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서로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식당의 정감이 있는 분위기와 맛있는 만두에 난 이미 취해버렸다.

 

교자 전문점 아사히켄, 만두와 내부모습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나는 버번위스키 Jim Bean과 도시락 등을 샀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K는 우유를 샀다. 그래도 첫날밤인데 그냥 잘 수는 없었다. 얼음을 넣은 유리잔에 버번위스키가 출렁거린다. 고소한 옥수수 향이 입안을 감싼다. 목 넘김이 뜨겁고 강렬하지만 긴 여운은 남지 않았다. 여행 내내 버번위스키 Jim Bean은 맥주와 더불어 밤 친구가 돼 주었다.

잘 자게 친구!‘

 

버번위스키 JIM BEAM과 도시락
잘 자게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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