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을 청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청소기로 미세먼지를 흡입한 후 물걸레로 깨끗하게 닦아내고 싶다. 능선에서 도심의 아파트를 바라다본다. 한정된 토지를 공유하며 허공에 떠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고소공포증은 없을 것이다. 공간을 찾아 늘어나는 회색의 도심 고층아파트보다 점점 줄어드는 너른 들녘의 휑함이 더 눈에 들어온다.

 

숲 향기

 

오늘도 날렵한 산꾼처럼 장시간 길 없는 숲을 해치고 다닌다. 내가 걸어 들어온 숲에 자연이 숨죽이며 깨어나고 있다. 내 시선은 나뭇가지 사이의 허공을 향하고 있지만 내 평화로운 마음은 숲속을 향해 열려 있다. 마음으로 자연을 느껴본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연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

숲에는 나무 하늘엔 흰 구름,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날마다 새로워진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좋은 향기가 난다. , 낙엽, 나무 향기에 취한다. 속살을 다 드러낸 나무뿌리를 보고 마음이 상하기도하지만, 동물 발자국이나 분변을 보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벗을 본 것처럼 반갑기만 하다. 산에는 여러 존재가 다채롭게 서식하고 고유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다.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일이다. 정상에 서면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평온해진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대화를 시작한다. ‘대지가 너무 메말라 가는데 비를 내려 주시겠어요?’ 하늘이 대답한다. ‘비가 오면 추위가 찾아올 텐데 헐벗은 산이 감기라도 걸릴까 봐 걱정이야.’ 자연은 온몸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비를 피하려고 우산을 드는 건 사람밖에 없다.

 

들어서다

 

내가 지나간 자리, 눈에 잘 띄는 나뭇가지에 빨간 끈을 매어 놓는다. 구봉산 능선길을 놔두고 깎아지른 능선 암벽 밑으로 길을 찾아 헤매고 있다. 돌너덜 위에 썩지 않고 쌓인 낙엽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자니 여간해서 속도가 나지 않는다. 사람 발자국 없는 곳이지만 야생동물이 이동한 흔적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 흔적을 따라 걸어갈 때면 고마운 마음에 발을 살포시 올려놓게 된다. 그 옛날, 숲속을 지나간 흔적은 이내 길이 되기도 한다.

산은 그저 견딘다. 더워도 견디고 추워도 견딘다. 꽃이 져도 견디고 잎이 떨어져도 견딘다. 바람에 나무가 꺾이고 넘어져도 견디고 암벽이 갈라져 암석이 떨어져도 견딘다. 아무 말 없이 견디기만 하는 산이 안쓰러워 오늘도 산을 찾아 위로의 말을 전한다. 소나무 그늘에 홀로 붉게 물든 단풍이 있다. 산의 활엽수 나무는 대부분 잎을 다 떨구었는데 외로이 홀로 서서 하늘을 향해 일인시위 중이다.

나무가 나무를 때린다. 바람이 세게 불기라도 하면 큰 나무의 가지가 휘청거리며 작은 나무의 얼굴을 때린다. ‘미안하다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바람결에 취해 자꾸 따귀를 때린다. 가끔은 큰 나무의 그런 행동을 말려도 보고 타일러도 본다. ‘같이 잘 지내야지라고 말은 하지만, 바람이 부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라 내 마음만 애가 탈 뿐이다. 세상을 사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바람이 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겨울이지만 바람을 맞고 싶을 정도로 더운 한낮이다. 바람이 불어오자 즐거운 세상 소식을 들은 것처럼 입꼬리가 올라가고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높이 올라야 더 멀리 볼 수 있기에 가파른 암벽 능선을 과감히 기어오른다. 솟구쳐 흐르는 땀 줄기가 식어 한기를 느낄 때까지 노루벌을 바라보며 서 있다. 산에 오면 언제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다가온 겨울이 부끄러워 홍조 띤 잎으로 어색하게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본다. 노루벌을 흐르는 물소리에서 힘겹게 한해를 살아온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섞여 있다. 차가워진 수온만큼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큰소리로 외쳐본다. ‘조금만 더 힘내자고요!’

 

 

더 많은 경험을 하려면 여행을 떠나는 것이 가장 좋다. 나중에 떠난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 절대로 못 떠나게 된다. 생각했다면 무조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현실을 마주했을 때 감정의 아드레날린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보이는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돈은 경험을 사는 데 써야만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아무튼

 

공기가 차갑다. 해가 떠서 세상을 눈부시게 비추는데 바람이 불어와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하늘이 파랗다. 아무튼, 하늘이 파란 건 좋지만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을 갖는 건 싫다. 엄청 조용한 아침이다. 아침의 조용함은 자연 속에서밖에 있을 수 있는 조용함이다.

느슨해진 계절을 즐기는 가을이다. 가을 단풍의 색채는 눈을 만족하게 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새벽에 내린 안개비가 먼지를 뒤집어쓴 세상을 깨끗하게 씻어 버렸다. 아침 햇살이 자작나무숲을 비출 때 오랜만에 나는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었다. 그 기분을 아는가? 신선한 공기를 오감으로 느꼈을 때 전해지는 감각의 떨림이 좋다. 자작나무숲을 바라보는데 어느 필터가 필요하겠는가? 순수한 아침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만이다.

바람은 한쪽으로만 불지 않는다. 바람결에 자작나무의 몸짓이 만든 청량한 소리가 들려온다. 지그시 눈을 감는다. 똑같은 소리는 하나도 없다. 소리의 파동이 미세하지만, 차이가 있다. 감각이 무뎌져 가는 요즘, 받아들려고 노력하니 다시 거짓말처럼 감각이 살아났다. 영롱한 햇빛이 지면을 내리쬐고 있다. 눈을 뜨니 눈부시다. 너무도 강렬한 빛이라 태양과 맞서길 거부한다. 고개를 숙여 항복을 선언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아주 가끔 그런 순간이 나를 압도할 때가 있다. 바로 지금이 그렇다. 강렬한 햇빛을 받은 자작나무 흰 나무껍질이 거울처럼 빚을 반사하여 내 몸을 비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무대 위 가수처럼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방향을 잃은 여행자처럼 한동안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하루아침에

 

계절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제까지는 녹음이 짙은 나뭇잎에 불과했는데 하루아침에 빨간 사과처럼 발그레하게 단풍이 들었다. 그 모습에 얼마나 놀랐던지. 기쁨은 찰나의 순간에 느끼게 된다. 내가 단풍을 갈망하기에 진정으로 자유롭게 갈망하기에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숲을 물들인 것이다. 나무가 만든 단풍은 세월의 흐름과 같이 조금씩 변화하는 삶의 예술 작품이다.

나는 바다만큼 산도 좋아한다. 여름밤 모래 해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앉아 파도가 만들어낸 물의 속삭임을 듣곤 한다. 가을 낮 단풍든 우듬지 나뭇잎이 바람과 함께 산중 춤판을 벌이면 나무 아래에서 하염없이 혼자 서 있곤 한다. 파도와 같이 나무도 귓속말로 소곤소곤 이야기한다. ‘누가 더 좋은데.’바다에는 모래와 파도가 있고, 산에는 야생화와 나무가 있다. 바다에서도 산에서도 언제나 일상을 벗어난 느낌이 든다. 일상을 벗어나는 것은 언제나 멋진 일이다.

지금까지 나는 너무 좁은 곳에서 살았다. 세상에 나가기 위해 나는 지금의 울타리를 벗어나야 한다. 드넓은 세상에 내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심신의 역량을 최대치로 키울 보다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여행은 적어도 넓은 세상으로 가는 하나의 통로임에는 틀림이 없다. 가을은 짐을 꾸리고 여행을 떠나기에 아주 좋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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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가장 드문 월요일에 계룡산을 찾곤 한다. 계룡산에서 조망이 가장 좋은 곳은 삼불봉이다. 삼불봉에 서서 한참 동안 주변 풍광을 살펴본다. 봄엔 생명의 기운이 돋아나고 여름엔 녹음으로 가득 차고 가을엔 형형색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겨울엔 헐벗은 가지에 눈 코드를 입는다.

계룡산의 매력은 많은 조망에 있다. 곳곳에 숨어 있는 바윗덩어리들은 험준한 산맥으로 시선을 확장하게 만드는 아름다움이 있다. 높은 바위에서 내려다볼 때 불쑥 솟아오른 굴곡진 능선, 주름치마 같은 산맥의 주름, 저수지를 둘러싼 황금 들판은 계절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게 만든다.

계룡산의 또 다른 매력은 계절감이다. 봄의 노란 생강나무꽃이, 여름의 푸른 소나무 솔잎이, 가을의 청량한 은선폭포 물소리가, 겨울의 하얀 운해의 관음봉이 산을 찾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산은 매일 조금씩 변해간다. 변화는 관심을 가지고 볼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다. 산의 나무는 올해도 나이테를 하나 더 만들었다.

 

나는 산꾼이다

 

봉우리든, 나무든, 암석지든, 새들이든, 꽃이든 숲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애정을 갖는 사람이다.

자연은 언제나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좋아하는 숲은 가식적 포장이 없는 세월의 흐름을 몸소 보여준다. 암벽에서 떨어져 나온 크고 작은 암석,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울창한 나뭇가지, 비가 오면 큰 소리로 울어대는 폭포의 비명 등을 볼 수 있다. 누구나 똑같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보다는 나만이 느낄 수 있는 특이한 아름다움에 더 관심을 가진다.

숲속 작은 오솔길에 해가 비추면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피며 해를 맞이한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수풀 사이로 기웃기웃 수줍게 해바라기 하는 구절초가 화들짝 놀라 나를 쳐다본다.

숲속 바위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본다. 물의 흐름은 알지 못한다. 굽이굽이 흘러가면서 이끼들이 들러붙은 바위에 부딪힌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흩어졌다가 물은 다시 흐른다. 흐르는 물은 손으로 움켜쥘 수 없지만, 손바닥을 모으면 담을 수 있다. 한번 흘러간 물은 긴 흔적을 남기면서 빠르게 숲속으로 사라진다. 여전히 물은 흐른다.

 

들어서다

 

벌써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뛰어나게 아름다운 풍경보다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좋다. 조촐한 풍경 속에는 어딘가에 예술적 미학이 있다. 산이 양팔을 벌려 껴안듯 자리하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하늘이 하늘이고 산줄기가 산줄기이고 땅이 땅인 자리에서. 하늘과 산줄기와 땅이 경계처럼 구분되기보다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맞닿은 곳에서 소통하고 싶다.

자연의 품인 산을 난 자주 찾고 있다. 도시 생활에 피곤함을 느낄 때 아픈 상처를 치료하러 산에 들어선다. 세상이 이런저런 이유로 나를 업신여기고 외면해도 자연의 품인 산은 절대로 나를 외면하지 않는다. 오늘은 산에서 숨을 쉬고 상처를 치유한다.

처음엔 아는 만큼 보였지만 지금은 느끼려고 노력한 만큼 자세히 보인다.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우연히 과거의 산과 만나 하나의 완전체가 되었다.

 

여행은 여행을 떠나봐야 비로소 알게 된다. 짐은 단출하지만, 실속 있고 가벼워야 한다. 여행은 낯선 장소의 길을 걷는 것과 같다. 어디를 갈지 정하지 않아도 늘 새로운 길과 만나게 된다. 여행의 가치는 여행에 저당 잡힌 시간만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여행자의 삶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더우면서 시원한 순간

 

장마철 하늘은 온종일 잿빛 구름이다. 요즘 날씨가 왜 그런지 궁금하다.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같이 두꺼운 잿빛 구름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새벽엔 비가 오고 낮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다 소나기를 퍼붓는다. 여름 날씨는 내게 어리광을 부리는 듯하다. 소중한 것을 주머니 깊숙이 숨겨둔 어린아이처럼.

녹음이 한층 더 짙어진 메타세퀘이어 길을 걷는다. 무성한 가지가 만들어낸 그늘은 도시의 활화산 같은 열기를 차단해주고 있다. 맴맴 맴맴 당차고 길게 매미가 울어댄다. 천적을 피해 오랜 세월 숨어 있던 매미가 딱딱한 껍데기를 깨고 자유의 함성을 쉼 없이 내지른다. 내 가슴속에도 뜨거운 피가 휘도는 느낌이다.

자연은 누군가를 더 좋아하지 않고 세상 만물을 공평하게 대한다. 햇빛이 구석구석 빠짐없이 비추는 것도 누군가를 더 좋아하거나, 누군가를 더 싫어하는 차별은 없는 것이다. 자연은 안락함과 편안함을 제공하는데 사람만이 자기 분수에 만족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의 무게

 

비 내리는 숲에는 물을 머금은 이끼가 있다. 이끼는 무질서하게 얽혀 있고 나름의 기하학적 무늬를 이루고 있다. 세월이 만들어낸 이끼의 진한 초록색이 돌에 달라붙어 넓은 초원을 이루고 있다. 초원에 자리를 잡은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허공에 떠다니는 듯하다.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분다. 습도는 점점 높아만 간다. 낮의 햇살은 먹장구름에 갇히고 곧 비가 쏟아질 듯 후텁지근하다. 얼굴에 땀 줄기가 흐르면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시원한 곳을 찾아 피서를 떠난다. 하늘은 폭포수처럼 비를 쏟아내고 있다.

비가 들이친 자리에 빗방울이 맺혔다. 빗방울이 더해지는 순간 물이 되어 흘러내린다. 빗방울처럼 오래된 기억들도 어느 순간 맺혔다가 스르륵 사라진다. 빗방울처럼 기억은 층층이 쌓여 흔적만 남겨 놓고 사라지고 추억을 가슴에 새길 뿐이다.

최대한 숨을 크게 들이쉬려고 노력했다. 공기는 생각보다 훨씬 비릿한 냄새가 난다. 땅에서 불쑥 솟아오른 듯, 형제바위 사이로 보이는 세상은 호수의 물안개처럼 잔잔하게 얼어붙은 안개를 하늘로 빨아들이고 있다. 비가 내리면서 햇빛조차 비치지 않는 푸른 숲은 이른 아침의 호수를 연상케 하고 있다.

 

걷고, 보고, 찍고, 사색하기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을 견뎌내면 소나기가 한낮의 열기를 식혀주듯 삶의 쉼표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비록 짧은 국내 여행이지만 낯선 장소에서 만나게 될 모든 것이 색다른 경험으로 남게 될 것이다. 걷고, 보고, 찍고, 사색하는 동안 여행지를 명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방랑벽인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여전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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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행은 즐겁다. 목적지까지의 이동 시간이 길더라도 여행 일부이기에 순간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주로 숲으로 여행을 떠난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만족감보다 오르는 과정에서 특별한 매력을 느낀다. 산 정상에서 주변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산속을 걸으며 주변을 살펴보는 것에 더 매력을 느낀다.

 

다시 찾은 계룡산

 

마음 내키는 대로 슬슬 걸었다. 자연은 그 자체가 가장 아름다워 잡념이 끼어들 틈이 없다. 울창한 숲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낀다. 천정골 계곡에서 신선이 되어 유유자적 노닐고 있다.

숲에는 물이 있다.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처럼 바위로 떨어져 산산이 흩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이 짙어지듯 그 물소리가 더 짙어진다.

숲속을 걸어 다니면 많은 소리가 들린다. 메마른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의 청량함을,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가지의 시원함을,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의 멋짐을, 최고의 시간이고 최고의 순간이다. 나비는 오늘 아침 정말 상쾌하지 않니? 이리저리 풀 위를 날아다니는 게 너무 근사한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 같다. 갓난아기의 천진난만함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 것 같은 시간이다.

 

공기의 움직임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뭇가지의 흔들림으로 공기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비록 장벽이 있더라도 공기는 구부러져 흐른다. 공기는 꼭 직선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공기가 지나간 자리에 엄청난 고요가 찾아온다. 숨소리가 그렇게 큰 소음일 줄 미처 몰랐다. 공기의 움직임을 우리는 바람이라 부른다. 센 바람과 마주하지 않으면 공기의 흐름이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없다.

하늘은 왜 파랗게 보이는 걸까? 공기 알갱이들이 태양에서 오는 모든 빛 중에서 파장이 짧은 파란빛을 가장 많이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기가 없는 달은 하늘이 검게 보인다.

같은 산이라도 해도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산의 모습은 달라진다. 계절에 따라 방향을 달리하여 바라보면 계절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언제나 맑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좋은 곳이 된다.

구름은 왜 하얗게 보이는 걸까? 구름은 크고 작은 물방울로 이루어졌고 모든 색깔은 빛을 발산시킨다. 구름에 반사된 모든 빛이 섞여 하얗게 보인다.

능선을 타고 넘는 골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땀에 젖은 온몸의 세포를 일깨우기 충분할 정도로 계곡의 시원함과 능선의 뜨거움이 함께 노란 생명의 꽃향기를 실어왔다. 꽃이 피어 단 하루밖에 가지 않는다는 원추리. 마른 땅 위에 무릎을 꿇고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계룡산에서 원추리를 볼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

 

내 맘대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변하고 더욱 단단해졌다.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명상하고, 공부하고, 운동한다. 모든 행동이 다르게 보이지만 똑같은 목표를 위해 힘쓰고 있다. 나의 성장을 위해 나의 미래를 위해서 오늘도 내 맘대로 노력 중이다.

절실하게 원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절실함이 더해질수록 희망이 커져 더 고통스럽다. 절실함에 걸맞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 발짝 한 발짝 노력이 더해지면 소복소복 눈이 쌓이듯 내가 희망하는 곳까지 닿을 수 있다.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조급하게 행동하지 마라. 절실함에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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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 마음을 헤아리고 자연의 이치를 따르며 사는 삶이다.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사리사욕을 버리고 선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것은 사계절이 변화하듯 때가 되면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은 세상 모든 것의 고향이다.

 

여름이다

 

며칠을 세종시 외곽을 헤매고 다니고 있다. 둘레길 노선을 찾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땀구멍으로 노폐물이 빠진다. 시원한 것, 입맛 당기는 것, 고단한 육신을 사르르 녹게 만드는 것을 먹고 싶다. 몸이 알코올을 탐한다. 술은 짧은 인생의 영원한 동반자다. 입안에 가득 찬 맥주의 첫 한 모금이 짜릿하다.

낮이 밤보다 길다가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다. 활활 불타는 장작의 불꽃처럼 긴 낮은 대지를 뜨겁게 달군다. 윙윙거리며 쫓아다니는 산모기처럼 한낮의 공기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숨이 막힌다. 소나무, 참나무, 밤나무, 생강나무, 철쭉과 주변의 덩굴식물이 숲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숲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위로 스며든다. 바람은 계곡을 타고 흘러와 능선에서 나를 맞아준다. 숲에서 바람과 내가 서로 뒤엉겨 있는 순간이 좋다.

 

아름다운 고갯길에 산다는 것이 참 좋다

 

여름 햇살이 콘크리트 농로를 비출 때 옛날 마을에서 마을로 걸어 다녔던 고개를 넘었다. 저 멀리 나발터 마을이 보이고 오른편으로 호박들이 점령군처럼 밭을 자치하고 있다. 짙은 초록색 이파리가 한낮의 빛과 잘 어울린다. 그렇게 높지 않은 고갯길이지만 배 과수원이 대부분인 이 길에 호박은 그런대로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호박이 들어간 된장국과 살짝 데친 호박잎으로 점심 한 끼 먹고 싶은 날이다.

어제보다 더 오늘이 더운 여름날이다. 바람도 불지 않아 거대한 나무의 잎사귀들도 숨을 죽이고 있다. 등과 배의 땀이 폭포수처럼 흐른다. 손바닥에도 땀이 맺혀 끈적거린다. 소형배낭의 등받이가 땀에 젖어 하얗게 염분을 만들었다. 내일보다 더 오늘이 더운 여름날이다.

 

한낮의 땡볕이 뜨겁다

 

아미산을 내려와 마을을 지나면 한적한 농로를 걷게 된다. 빨갛게 익어가는 복숭아가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아직 먹을 수 없지만, 복숭아나무를 보면서 걷는 길이 마음에 든다. 복숭아에 싫증이 날 때쯤 샛노랗게 익어가는 살구를 보게 된다. 짧은 흙길이 서서히 끝나가는 지점이다. 시간은 정지해 있지 않고 흘러가지만, 도란도란 이야기꽃은 길 위에 서려 있다.

길옆에 나타난 생명체를 내려다본다. 바닥에 온몸을 붙이고 아주 느린 속도로 전력을 다해 이동하는 달팽이를 발견한 것이다. 귀엽다. 휴대전화를 꺼내 눈을 떼지 않고 동영상을 찍었다. 남들은 흥미가 없어 보이지만 난 달팽이에게 흥미를 느낀 것이다. 긴 머리가 살랑살랑 바람에 날린다. 꾸물꾸물한 움직임에 빠져 잠깐 몰입한 순간이다.

부어오른 눈두덩, 언제 다쳤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새 눈곱마저 생겨 속눈썹에 엉겨있다. 그 누구도 가지 않은 숲속을 헤매다 나뭇가지에 뺨을 맞고, 가시에 온몸이 긁혀도 좋은 숲길을 찾고자 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햇빛도 바람도 차단된 울창한 숲속에서 나는 지금 어디쯤 있는지 푸석거리는 소리에도 온몸에 소름이 돋아난다. 익숙해질 것 같지만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숲길 노선 찾기는 자연인의 삶과 컴퓨터 게임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이어지는 순간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은 나에게 세상의 아름다움과 흉함이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계절은 어느덧 홀연히 흘러간다. 만물이 타들어 갈 듯 더운 여름이 한 걸음 더 가을로 다가서는 중이다. 자연이란 신비한 이름 앞에 언제나 겸손함을 잊지 말고 보호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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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병이 도졌다. 여행 병이 도져서 통영 여행 중에 제주여행을 위한 항공권을 예약했다. 남들은 여행을 떠날 여유가 없어 늘 아쉬워하는데 난 병이 도지면 여행이 최우선이 되고 나머지는 그다음으로 밀린다. 경제적인 이유를 우선 생각했다면 나는 여행을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수입은 줄겠지만, 여행을 통해 얻는 것이 훨씬 많다. 나에게 여행은 생각날 때 계획하고 결정하면 그만이다. 그게 나의 지병이다.

살아있기에 움직이는 것이고 움직이기 위해 여행을 다닌다. 여행을 다니는 행위는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생존본능이다. 낯선 곳의 정겨움과 아름다움에 끌려 답답한 도시의 삶에 당당히 맞서게 된다. 여행은 나만의 피신처가 되어준다.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해마다 제주를 3번 이상 찾고 있다. 3월 말 4월 초는 봄바람이 솔솔 부는 오름에서 명상하는 것이 좋다. 5월 말 6월 초와 9월 말 10월 초는 자연의 푸르름 속에 텐트를 치고 누워있는 것이 좋다. 11월 말 12월 초는 제철 생선인 방어를 먹기 위해 모슬포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여행을 못 간다고 투정 부릴 이유는 없다. 그냥 훌쩍 떠나면 된다.

 

제주 백패킹

 

백패킹이 좋은 이유는 아무것도 안 해도 그냥 좋다는 점이다. 책을 읽거나, 명상하거나, 의자에 앉아 멍을 때리기를 하면 된다. 느릿느릿 주변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시간에 틈이 많아 시간의 자유를 느끼며 일상을 보낼 수 있다.

백패킹은 자신을 성찰하면서 내면을 돌아보게 된다. 내면에는 외부 사람에게 표현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갈등이 있다. 자연과 즐겁게 놀이하듯 내면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자연의 소리와 함께 내면이 소리를 내고 내 몸 깊은 곳까지 소리의 울림이 머물게 된다. 나만의 빛으로 다시 반짝이게 되는 순간이다. 마침내 나는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내가 여기에 있어 참 좋다.

나무가 만들어낸 그늘을 찾아 나무 주변을 맴돌고 있다. 장렬하게 내리쬐는 한낮의 햇빛과 마주하는 것은 무리한 것이다. 백패킹을 즐기는 나에게는 해, 달, 들판, 바다 등 모든 자연이 친구가 되어준다.

지구가 만들어낸 공기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낀다. 여름이 찾아오면 선풍기, 에어컨의 인공바람보다 자연 바람의 시원함을 느끼고 싶어진다. 나무 그늘에서 갓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 더위도 사라지고 마음도 한결 편안해진다. 자연 바람은 은은한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다. 자연 바람이 알아서 온도를 조절해 준다. 오늘도 자연 바람을 맞으며 한량처럼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숲에서는 새소리를 실은 바람 소리가 바다에서는 바람의 출렁임을 실은 파도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수평선에서 시작된 붉은 빛이 바다와 하늘을 점점 붉은 빛으로 물들였다.

밤에는 어둠이 세상을 지배한다. 도시의 밤은 어둠을 그대로 두지 않고 불을 밝힌다. 도시의 불빛은 하늘에 빛나는 별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제껏 밤하늘의 별을 못 보고 지내고 있다. 별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불타오른다. 도시의 불빛이 별을 숨기는 데는 그 이유가 있다. 도시의 불빛보다 별빛이 더 아름답게 세상을 비춘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게 진실을 숨기는 것이다.

백패킹을 할 때 인위적으로 만든 야영장을 이용하면 하수이다. 진정한 고수는 자연을 벗으로 삼아 조용히 야영한다.

 

여행과 자유

 

여행을 혼자 다닌다고 외로울 거란 생각은 오산이다. 누군가와 꼭 감정을 공유해야만 즐거운 여행이 되는 건 아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자연이 더 좋아지게 된다. 더 좋아지게 되면 점점 즐거워지고 자주 혼자 여행을 다니게 된다. 문득 도시에서 도망치고 싶어질 때 절대로 망설이지 않는다. 누구도 나에게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드넓은 자연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은 혼자 하는 여행이다.

여행을 계획하면 진정한 자유가 없다. 계획의 그물을 벗어나야 진정한 자유를 맛보게 된다. 여행은 나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여행 중에 만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통해 내면의 자아를 만나게 된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냄으로써 자아가 성장한다. 여행을 통해 자아와 교감을 나누고 함께 대화를 나누게 된다. 자아를 만나기 위한 여행은 언제나 큰 용기가 필요하다.

 

 

주거지 인근에서 휴식은 진정한 휴식이 아니다. 낯선 장소의 아름다움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제공한다. 훼손된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고 재충전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여행도 삶처럼 몰아치듯 한다면 금세 지치게 된다.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삶의 고뇌는 힘을 뺀 채로 여유를 가져야 놓아버릴 수 있다. 성난 파도의 포효보다 잔잔히 흐르는 유연한 파도의 부드러움이 여행에서 더 필요하다. 몸의 힘을 빼고 마음은 가볍게 할 때 여행은 더 편안한 일상으로 다가온다.

 

미조항 조도호

 

탄산음료의 거품처럼 보글거리는 소리는 배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는 파도로 점철된다. 아무 데도 안 가보고, 아무것도 안 하면 알 수 없다. 여행 중에 경험하게 되는 생소한 분위기와 냄새가 부드러운 바닷바람처럼 좋다.

삶은 여행과 같은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설레고 흥분되어 잠도 이루지 못하지만, 여행길의 험난함과 마주치게 되면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게 된다. 미지의 세상으로 언제든 떠날 수밖에 없는 삶은 여행과 같아서 더 애틋한 마음이 든다.

 

살고 싶은 섬, 호도

 

360도 주위를 살피며 섬 냄새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 다채로운 식생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호도의 야생화와 더불어 나무는 다른 나무와 똑같이 닮지는 않는다. 훈훈한 초록빛이라도 그 색깔이 다 다르다. 계절은 나무의 변화와 같다. 나는 변화하는 숲속에서 흘러가는 계절을 파악하려 애쓴다. 나는 자연과 유기적으로 얽혀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충만하다.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 속에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는 존재들이 있다. 자연은 늘 같은 모습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그 모습이 시시각각 변한다.

갯바위에 앉아 조도와 두미도를 바라보는 한적함이 좋다. 바다 공기를 마시면서 자연에 호흡을 맡긴다. 이 순간이 여행자로서 가장 좋아하는 명상과 사색의 시간이다. 세상살이에 빠져있을 때는 마음이 흐트러진다. 본래 타고난 밝은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옳고 깨끗한 생각을 하려면 마음을 차분하고 안정되게 해야 한다. 자연과 마주할 때는 언제나 명상에 빠져든다.

생각을 소유하지 않고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흘려보낸다. 그래야 집착을 버릴 수 있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나는 여행지에서 자연에 몸을 맡긴 채 망중한을 즐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명상에 전념하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용기를 가지고 자신을 가꿔나가면 얼마든지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룰 수 있다.

 

호도 여행의 화두(話頭)

 

바람이 부는 데로 떠다니는 구름은 신기하게도 풍경화 속 양 떼의 그림처럼 예쁘게 떠 있다.

새벽에 내린 비는 호도를 적시고 바다로 흘러갔다. 물은 물에서 나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물이란 근원은 똑같지만 불리는 이름의 형태만 다를 뿐이다. 똑같은 물을 바라보면서 그 물이 다르다는 착각을 하고 세상을 살고 있다. 모든 자연은 궁극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간다.

갯바위에 서 있는 낚시꾼의 위태로운 상황만큼 수평선으로 점점 기울어져 가는 햇빛에 비친 바다의 윤슬은 그 어떤 빛보다 휘황찬란하다.

나에게 여행의 가장 큰 화두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찰나의 영원함

 

여행지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접하게 되면 처음 의도와는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된다. 한 걸음씩 걸어 다닌 길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흥미진진한 여행이 되는 것이다. 여행은 내가 서 있는 장소에 대해 찰나의 영원함을 매 순간 느끼는 것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고 싶다. 나는 언제나 미지의 장소를 보러 떠나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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