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영향으로 개도에서 오후 5시에 사선(개인 소유의 선박)을 타고 백야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처음 계획은 백야도에서 개도, 개도에서 금오도, 금오도에서 돌산도의 여정이었으나 일정이 어긋난 이 시점에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 아쉬웠다. 오늘 밤 백야도에서 야영하기로 했다. 한 시간 후면 날이 저문다. 그전에 백야도에서 야영지를 찾아야 한다. 이틀 전 여수에서 버스를 타고 백야도에 도착했을 때 우연히 본 정자가 생각났다. 아침부터 모든 배가 결항이라 백야항에는 문을 연 식당과 슈퍼가 없었다. ‘큰일이데, 물이라도 구해야 하는데….’ 버스정류장에 배낭을 놓고 버스가 백야항으로 들어오는 도로를 따라 걸었다. 200m 정도 걸어갔을 때 불 켜진 특산물 상점을 발견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주인분이 평상에서 지인..

음력 8월 19일, 내 생일이다. 푹 자고 일어나니 새벽 3시 50분이다. 새벽에 내가 바라던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백야도와 금오도 사이 다도해에 떠 있는 섬, 나는 그 섬의 청석해수욕장 암반 위에 있다. 조용히 하늘을 바라본다. 요즘은 도통 별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예전에 본 별이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하거나 기억 못 하거나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현재 내가 보는 별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혼자서 별을 만끽하는 이런 순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단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영혼이 정화된다는 말로는 부족함이 있다. 하늘을 날아서 달과 별 사이를 내 멋대로 여행을 다니는 공상에 빠져든다. 새벽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먹태를 안주 삼아 생일 술로 맥주를 마신다. 나에게 행복은 이런 것이다...

‘내가 미쳤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오늘 이러고 있나? 나도 모르게 나온 소리다. 장거리 이동에 산행까지 그야말로 강행군이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몸을 이끌고 개도 구릉지의 도로를 걷고 있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를 바라보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이온 음료를 마신다. 그리고 걷고 또 걷는다. 이곳이 개도주조장이다. 개인적으로 주조장보다는 술도가라는 단어가 더 좋다.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을 것 같은 이곳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도 없으면 안 되는데….’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안으로 들어간다. 건물 안쪽에 어머님이 보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나의 출현으로 당황하시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눈이 마주치자 ‘어머니 막걸리 주세요.’를 외친다. 감로수가 따로 없다. ‘몇 병 줄까..

개도에 발을 딛는다. 북쪽에는 여수반도, 북동쪽에는 돌산도, 남동쪽에는 금오도, 서쪽에는 고흥반도가 있다. 개도는 주위의 섬을 거느린다는 뜻으로 蓋(덮을 개) 자를 써서 개도(蓋島)라고 한다. 개도에는 엿섯 마을이 있는데 화산, 월항, 신흥, 호령, 모전, 여석이다. 개도에는 마을버스가 운행되었지만, 이용자가 거의 없어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고 한다. 암석해안이 발달해 있다. 개도 남부에는 천제봉(328m), 봉화산(338m) 등 비교적 높은 산들이 솟아 있고 북쪽으로 갈수록 고도가 낮아진다. 섬 중앙부는 구릉지가 형성되어 있다. 대장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5분간의 지하철을 타고, 10분간의 걷기를 하고, 약 3시간의 기차를 타고, 1시간의 버스(2번)를 타고, 20분간의 배 타고 개도에 도착했는데도..

새소리와 파도 소리에 눈을 떴다. 세상은 아직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가로등 불빛만이 어둠에 항거하고 있었다.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고 쌀쌀했다. 산속이라 그런지 텐트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해가 빛을 내뿜기 전에 배낭을 꾸렸다. 주변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나와 K는 산에서 내려와 일주버스를 타고 사동항에 왔다. 관광안내센터에서 승선을 기다리며 이번 울릉도 여행을 되돌아봤다. 캠핑과 백패킹을 함께 했다. 나는 큰돈 들이지 않고, 배낭에 꼭 필요한 것만을 넣어 가볍게 메고, 울릉도 자연 속을 걸어 다니는 여행을 했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즐겼다. 울릉도를 다 돌아보지 않았더라도 여행을 즐겼기에 그것으로 충분했다. 여행을 즐기고 행복함을 느꼈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여행을 한..

3박 4일이 훌쩍 지나갔다. 새벽 4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 야영장은 해가 뜨기 전부터 사람들로 분주했다. 이른 아침을 먹고 서둘러 텐트를 철수하고 배낭을 꾸렸다. 최대 3박만 가능하므로 오늘 야영장을 나가야만 했다. 일단 우리는 배낭을 야영장에 맡겨 두었다. 정해진 목적지는 없었다. 야영장을 벗어나 일주 버스를 타기 위해 언덕을 올랐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여러 대의 자동차가 지나갔고 갑작스럽게 은색 자동차가 우리 앞에 멈춰섰다. 울릉도에서의 세 번째 행운이었다. “오늘 함께 다닙시다.” 처음에 U형을 만난 건 야영장이었다. 사흘 동안 학포야영장에서 야영을 한 공통분모로 유대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특별히 긴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몇 번 얼굴을 마주쳤다는 것만으로도 유대감이 긴밀해졌다. 살아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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