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잠을 잤다. 그래 봐야 오전 6시가 막 지났을 뿐이다. 욱신거리는 종아리를 손으로 주무르며 텐트에서 나왔다. 카누와 시에라컵을 들고 정수기로 갔다. 온수 버튼을 누르고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았다. 카누를 컵에 부었다. 커피 입자가 물에 녹아들면서 순식간에 검은 아지랑이가 나타났다.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고 금방이라도 햇빛이 비처럼 쏟아질 것 같았다. 햇반과 라면을 끓였다. 파김치를 곁들여 느긋하게 아침을 먹으면서 어젯밤 마시다 남은 막걸리로 반주를 했다. 아침 후 라디오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거나 멍을 때리기 시작했다. 변함없이 괭이갈매기는 날아들었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우리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해는 공기를 뜨겁게 데우기 시작했고 우리는 나무..

아침은 금방 찾아왔다. 새 소리와 파도 소리가 단잠이 든 나를 깨웠다. 대풍감 너머로 해가 떠오르기 전인데도 주위는 환하게 밝아 있었다. 울릉도에서는 낮을 평소보다 조금 더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햇반에 짜장 소스를 데워 이른 아침을 먹었다. 오전 7시도 안 되었는데 아침 햇살은 강렬히 세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물을 끓였다.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머릿속으로 구상하기 시작했다. 아침 햇살이 학포야영장을 뒤덮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길을 나섰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오르막길에 밭 모서리에 심어진 개복숭아나무의 초록색 열매, 도로에 검은 칠로 그림을 그린 듯한 검붉게 익은 뽕나무의 오디, 강렬한 붉은빛의 딱총나무 열매 등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주름처럼 ..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배가 먼바다로 나오니 떨림의 강도는 조금씩 세졌다. 이층침대의 잔잔한 떨림은 꼭 안마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에어컨의 바람 소리와 어긋나게 아래층 남자의 코 고는 소리도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괴상한 소리의 화음이 6인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6인실을 밖으로 나왔다. 동해의 해는 이미 떠 있었다. 흰빛의 둥근 해는 수줍은 듯이 주변을 붉게 물들이며 수평선 위로 제 몸을 일으켰다. 하늘과 구름과 바다 사이를 해가 구멍을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울릉도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갑판 위로 올라가 점점 가까워지는 울릉도를 바라보았다. 배의 떨림은 점점 사라져갔고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하선 안내방송이 있고 난 뒤 나는 울릉도에 첫발을 디뎠..

울릉도를 가는 날이 밝았다. 새벽부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집을 비우는 동안 큰 문제가 생기지 않게 사전조치를 취해야 했다. 40년도 넘은 오래된 단독주택에 살다 보면 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보수를 해야만 한다. 아침을 먹기 전인데도 온몸이 땀으로 젖어버렸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날씨는 눈부실 정도로 화창하고 더웠다. 더운 정도가 너무 지나쳐 모든 것이 다 녹아버릴 것 같았다. 아직 6월도 안 되었는데 올여름을 어떻게 넘길까 살짝 걱정되었다. 점심을 먹고 샤워를 했다. 어젯밤 대충 챙겨둔 백패(backpack) 장비들을 배낭에 넣었다. 갈등은 항상 이 순간에 찾아왔다. 배낭여행을 하다 보니 무게를 고려해서 배낭에 장비를 챙겨야 한다. 장비를 가지고 갈까 말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대전역에..

옛날부터 두미도에 사람이 살았다. 내가 지금 통영에서 바다누리 호를 타고 그 섬에 가는데 두미도를 모른다면 말이 되겠는가? 두미도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천천히 알아보자. 아름다운 섬도 알아주는 이가 없으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다. 아름다운 섬에 있어도 그 아름다움을 찾지 않으면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다. 두미도 옛길 두미도 옛길을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 있다. 옛길이 험하다고 찾지 않으면 잊힌 길이 되는 것이다. 옛길을 찾는 데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우선 고지도와 현재 지도를 현장과 비교해 본다. 현지인들의 생생한 증언은 옛길을 찾는 데 최고의 도움이 된다. 두미도의 자연 앞에서는 아름다운 기운을 느끼게 된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산의 힘을 보여주고 바다로 뻗어 들어간 갯바위는 바다를 넘치게 한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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