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월요일, 남해 호도에 들었다. 이른 아침 미조항에서 막 배에 오르려는데 등에 책가방을 멘 아이들이 배에서 내린다. 배를 타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사는 곳, 조도에 사는 아이들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호도는 미조항의 지척에 산다. 조그마한 포구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해안 절애와 그래서 더 애틋한 기린초와 해국이 첫 마중을 한다. 섬에 들면 늘 마주하는 포구에 목멘 어선 한 척 없는 조그만 항에는 낚시꾼들 몇 명이 바쁘게 캐스팅을 해대고 있었다. 마을 쪽을 향해 난 콘크리트포장 길을 따라 길을 잡았다. 처음부터 가파른 비탈은 길을 이리저리 갈지자로 끌고 다니고, 두어 번의 모퉁이를 지나 마을 당산을 만났다. 마을에서 만난 첫 번째 사내에게 저간의 마을 사정과 숲에 있을 법한 옛길과 지명 등에 대한 질문..

오랜만에 통영에 들렀다. 요즈음은 어디를 가든, 언제쯤 들고 나는지에 대한 기억도 잘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굳이 기억하려고도 않는다. 다만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에 함께 통영을 누볐던 기억만은 그날의 강렬한 햇볕에 박제된 체 뚜렷이 남아 있다. 통영 서호시장에서 시락국밥 한 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두미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아름다운 섬이라는 것과 머리 두(頭) 자와 꼬리 미(尾) 자를 이름으로 가진 섬이라는 정도의 무지함을 걸머지고 두미도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 사월 중순이었다. 남구 항의 첫인상은 평범했다. 차를 타고 일주도로를 따라 한 바퀴 돌 때도 아주 특별한 인상은 없었다. 물론 청석의 앞바다나 덕리마을의 기암괴석들은 아름다웠지만 아주 특별한 풍광은 아니었다. 그 두미도에서 오월 초까..

이년 전 사월 어느 봄날, 오래 묵은 빚의 이자라도 갚는 심정으로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나들이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는커녕 늘 마음으로는 죄인이다. 유성 나들목을 지나 자연스럽게 우회전을 하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서대전 IC에서 국도로 길을 잡았다. 왜 이렇게 자연스러울까! 흑석리를 지나고 우명동을 지나면서 길은 논산 벌곡으로 접어든다. "진산 가려고?“ "어떻게 허다 보닝께 이리루 왔구먼!“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자주 다니던 드라이브 코스였지만 꼭 우연만은 아니었다. 왠지 모를 끌림으로 차는 자꾸만 고향 땅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매년 봄날 하루쯤은 시간을 내어, 들로 혹은 산으로 쏘다니며 나물 사냥을 하곤 했었다. 국수딩이든 벌금자리든 냉이든 달래든 돌미나리든 돌나물이든..

기린에서 길을 들자면 방동리도 멀다. 도시의 삶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얼마나 더 가야 방동리가 나오나? 할 것이다. 진동리는 그다음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동네가 진동리다. 초입에 들어서 한참을 가다 보면 아침가리계곡을 알리는 안내판이 나온다. 여기인가 싶지만 어림도 없다. 오늘 가야 할 지표는 설피 마을, 부지런히 페달을 가속한다. 마치 군 경계 하나쯤을 넘었을까 하는 지루함이 몰려들 때쯤 조침령터널을 마주하며 좌회전을 한다. 설피 마을의 초입이다. 그렇게 깊은 골을 품고 사는 마을이 진동리다. 진동호를 돌고 돌아 말안장으로 훅 들어선다. 백두대간이다. 오늘은 단목령으로 길을 잡는다. 이렇게 부드럽고 두터운 대간이 있을까! 늘 대간은 가파르고 곧추서고 칼 능선으로 길잡이 노릇을 한 터였다. 너무 낯..

얼마 전쯤 서천의 벗으로부터 문득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벗의 목소리는 활기찼다. 본래에도 자신만만하고 활달한 벗이긴 하나, 그날의 목소리는 더욱 기운찼다. “서천에 한번 와야것다.” “그려” 그렇게 오랜만에 벗을 만난다. 그 잘난 전화기 덕분에 목소리로만 간간이 인사치레를 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벗을 본 것이다. “왔어, 현장에 가봐야 할 거 아녀?” “그려” 그렇게 찾은 곳이 종천면에 있는 치유의 숲이다. 치유의 숲 입구에 저수지가 있고 그 둘레를 따라 무장애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본래의 업무인 유아숲 체험시설은 뒷전으로 밀리고 오랜만에 만난 벗은 노린재나무의 가치며, 저수지 옆 한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신갈나무 고목의 삶터며, 저수지 주변에 살고 있..

금산 인제 금산 인제 금산…. 쳇바퀴치고는 좀 긴 걸음들을 무시로 옮기고 있었다. 인제에 들어 처음 찾은 곳은 상남면 미산동이다. 미산약수교 앞에 서서 개인약수를 품은 계곡을 바라본다. 올라가는 길이 눈에 선하고, 마음은 이미 저 앞으로 가고 있었다. 동행한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과 내린천에서 솟구치는 날카로운 바람에 흠칫 놀라 벌써 저만큼 나아간 정신을 끌어당긴다. 지역과 사람과 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아직은 찬 바람 속을 날고, 급히 한마디 보태느라 개인약수는 잊은 지 오래다. 그렇게 소개인동이며, 의식동 등을 돌고 돌아 인제의 짧은 걸음을 마쳤다. 다음날 곰배령을 찾아들었다. 기린면의 골짜기며 산봉우리들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림들이다. 오랜만에 스쳐 가는 그리운 풍경들, 방동리와 진동리..
- Total
- Today
- Yesterday
- 자유여행가
- 명산100
- 50대한량의유럽여행
- 유럽여행
- 나에게여행이란
- 블랙야크 마운틴북
- 블랙야크 셰르파
- 마운틴북
- 제주여행
- 나만의글쓰기
- 제주백패킹
- 여행
- 베트남 북부여행
- #여행에미치다
- #시베리아 선발대
- #다르게살아보기
- 걷다보니유럽
- 홋카이도 여행
- 50대한량의유럽배낭여행
- 일본여행
- 뚜벅이
- 베트남 여행
- 여행을떠나는이유
- 뚜벅이가 꿈꾸는 세상
- 유럽배낭여행
- 대마도 여행
- 제주맛집
- 대마도 백패킹
- 해외여행
- 베트남여행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