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이 객실의 통창으로 침입했다. 어제저녁에 미리 짐을 챙겨놔서 아침에는 전혀 부산스럽지 않았다. 여느 때보다 여유롭게 샤워를 했고 오전 7시가 지났을 때 3일간 머물렀던 호스텔을 나와 잘츠부르크 중앙역에 왔다. 오늘은 오스트리아에서 스위스로 가는 날이다. 커피와 빵을 샀고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플랫폼 의자에 앉아 먹었다. 4분 연착된 기차를 탔을 때는 많은 사람이 피곤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기차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풍경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10분이 지났을 뿐인데 기차는 독일을 지나고 있었다. 로밍 문자가 아니었다면 오스트리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느새 한 시간가량을 독일을 지나 다시 오스트리아로 들어섰다. 기차는 중..
호스텔의 아침은 조용했다. 시끌벅적한 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고요하고 차분한 아침이었다. 낮에는 당연히 덥겠지만 아침 공기는 상쾌하면서도 쌀쌀했다. 숙소 앞 버스정류장에서 5번 버스를 탔다. 어젯밤에 산 잘츠부르크 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안 가본 동네를 지나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이미 들떠 있었다. 종점인 운터베르그 정류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7시 43분이었다. 첫 케이블카를 타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이쪽저쪽을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말없이 주변을 거닐었다. 조그만 천이 흐르는 마을 사이로 운터베르그가 조망되었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늘도 물소리와 새소리는 싱그러운 아침을 맞게 하는 동반자였다. 잘츠부르크 카드를 이용하여 케이블카에 탑승했다. 정확히 오..
잘츠부르크에서의 이틀째 아침이 밝았다. 어제 빈에서 왔는데 오늘은 할슈타트를 다녀올 생각이다. 오랜만에 마시는 커피를 들고 오전 7시 11분 기차를 탔다. 이른 아침이라 기차는 한산했다. 좌석을 예약하지 않았는데 앉을 자리가 많았다. 오전 8시 4분에 Attnang-Puchheim에서 환승을 한 후 왼쪽 창가에 앉았다. 막 그문덴 역을 지났을 때 왼쪽 차창으로 크라운 호수가 기차의 움직임 속도만큼 영화의 한 프레임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바트이슐 역에 도착했을 때는 기차 안이 소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탔다. 방목한 소의 모습을 찍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을 때 거대한 할슈타트 호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기차는 호수를 왼쪽으로 돌아 할슈타트 역에 도착했다. 하늘은 흐렸고 바람은 차가웠다. 반바지와 반소매..
밤은 더웠다. 열린 창문으로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았고 조그만 선풍기만이 문 앞에서 헐떡이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샤워하는데 찬물이 머리카락을 통해 온몸으로 미끄러져 갈 때의 짜릿함이 더위를 가시게 했다. 기차 시간까지 특별한 일이 없기에 어제의 여행기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 인적이 없던 거리는 오전 6시가 지나면서 이따금 사람들의 발걸음이 보였다. 호스텔 통창으로 바라본 거리는 분주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9시가 지났을 때 빈 중앙역에 왔다. 다들 어디를 가는지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나만이 느긋하게 사람들을 구경하며 서 있었다. 이미 OBB 앱으로 확인했지만, 기차역 전광판을 통해 탑승 플랫폼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오스트리아에서 기차 타는 방법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
한가한 아침을 맞았다. 공기는 평소보다 빠르게 데워졌고 아침부터 빠르게 상상을 달구고 있었다. Billa에서 산 빵으로 늦은 아침을 먹고 호스텔을 나왔다. 오늘은 빈 1일 교통권을 끊어 빈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생각이다. 호스텔을 나오면 오른쪽에 지하철 입구가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와 교통권 판매기에서 1일권을 8유로에 끊었다. 빈은 지하철(U), 노면전차(숫자나 알파벳), 버스(숫자 뒤 A) 등의 대중교통이 있다. 지하철은 우리의 지하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타거나 내릴 때 버튼을 눌러서 직접 문을 열어야 한다는 점만은 확연히 달랐다. 지하철로 네 정거장인 Schwedenplatz 역으로 가서 노면전차로 갈아탔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예전 성벽이 있던 자리를 허물고 그 자리에 노면전..
새벽에 홀로 깨어 좁은 공간의 침대에서 넓은 창문을 바라봤다. 녹색의 잎이 얼마나 무거운지 가지가 땅으로 휘어져 포물선을 그렸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며 떠들고 있었다. 오전 6시가 지날 때까지 침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긴바지를 입고 Flixbus 정류장으로 갔다. 오늘은 슬로바키아 수도인 브라티슬라바로 가는 날이다.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브라티슬라바는 빈에서 1시간 2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버스는 빈 공항을 거쳐 달리던 속도 그대로 국경을 지나쳤다. 어떠한 검문검색도 없었다. 이윽고 버스는 Most SNP에서 멈췄다. 또 다른 나라에 발을 디뎠다. 일주일 만에 4개국이다. 낯선 곳이지만 전혀 낯설지가 않은 장소처럼 여겨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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