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병이 도졌다. 여행 병이 도져서 통영 여행 중에 제주여행을 위한 항공권을 예약했다. 남들은 여행을 떠날 여유가 없어 늘 아쉬워하는데 난 병이 도지면 여행이 최우선이 되고 나머지는 그다음으로 밀린다. 경제적인 이유를 우선 생각했다면 나는 여행을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수입은 줄겠지만, 여행을 통해 얻는 것이 훨씬 많다. 나에게 여행은 생각날 때 계획하고 결정하면 그만이다. 그게 나의 지병이다. 살아있기에 움직이는 것이고 움직이기 위해 여행을 다닌다. 여행을 다니는 행위는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생존본능이다. 낯선 곳의 정겨움과 아름다움에 끌려 답답한 도시의 삶에 당당히 맞서게 된다. 여행은 나만의 피신처가 되어준다.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해마다 제주를 3번 이상 찾고 있다. 3..
주거지 인근에서 휴식은 진정한 휴식이 아니다. 낯선 장소의 아름다움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제공한다. 훼손된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고 재충전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여행도 삶처럼 몰아치듯 한다면 금세 지치게 된다.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삶의 고뇌는 힘을 뺀 채로 여유를 가져야 놓아버릴 수 있다. 성난 파도의 포효보다 잔잔히 흐르는 유연한 파도의 부드러움이 여행에서 더 필요하다. 몸의 힘을 빼고 마음은 가볍게 할 때 여행은 더 편안한 일상으로 다가온다. 미조항 조도호 탄산음료의 거품처럼 보글거리는 소리는 배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는 파도로 점철된다. 아무 데도 안 가보고, 아무것도 안 하면 알 수 없다. 여행 중에 경험하게 되는 생소한 분위기와 냄새가 부드러운 바닷바..
지난주 월요일, 남해 호도에 들었다. 이른 아침 미조항에서 막 배에 오르려는데 등에 책가방을 멘 아이들이 배에서 내린다. 배를 타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사는 곳, 조도에 사는 아이들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호도는 미조항의 지척에 산다. 조그마한 포구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해안 절애와 그래서 더 애틋한 기린초와 해국이 첫 마중을 한다. 섬에 들면 늘 마주하는 포구에 목멘 어선 한 척 없는 조그만 항에는 낚시꾼들 몇 명이 바쁘게 캐스팅을 해대고 있었다. 마을 쪽을 향해 난 콘크리트포장 길을 따라 길을 잡았다. 처음부터 가파른 비탈은 길을 이리저리 갈지자로 끌고 다니고, 두어 번의 모퉁이를 지나 마을 당산을 만났다. 마을에서 만난 첫 번째 사내에게 저간의 마을 사정과 숲에 있을 법한 옛길과 지명 등에 대한 질문..
이주 만에 다시 찾은 두미도. 오직 선택받은 사람만이 살고 싶은 섬, 두미도를 이해할 수 있다. 헤어진 여인을 다시 만난 것처럼 기뻐하는 남구의 누렁이가 나를 반긴다. 종을 뛰어넘은 인간과 동물의 우정이다. 아름다움을 말로 표현할 때 이미 그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이 아니다. 아름다움은 어떤 글로도 표현할 수 없다. 현실과 이상 무더운 한낮의 더위를 피해 계곡으로 걸음을 옮긴다. 녹음이 짙어진 그늘진 계곡은 맑은 물이 흐른다. 계곡물은 바위에 부딪혀 철퍼덕거리기도 하고 급류가 되어 헐떡거리기도 하며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신음하기도 한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계곡물은 졸졸 흘러야 아름답게 느낀다. 우리는 현실의 계곡물을 보고 이상적인 계곡물을 생각한다. 나무는 잎의 광합성을 통해 하늘로 가..
오랜만에 통영에 들렀다. 요즈음은 어디를 가든, 언제쯤 들고 나는지에 대한 기억도 잘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굳이 기억하려고도 않는다. 다만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에 함께 통영을 누볐던 기억만은 그날의 강렬한 햇볕에 박제된 체 뚜렷이 남아 있다. 통영 서호시장에서 시락국밥 한 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두미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아름다운 섬이라는 것과 머리 두(頭) 자와 꼬리 미(尾) 자를 이름으로 가진 섬이라는 정도의 무지함을 걸머지고 두미도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 사월 중순이었다. 남구 항의 첫인상은 평범했다. 차를 타고 일주도로를 따라 한 바퀴 돌 때도 아주 특별한 인상은 없었다. 물론 청석의 앞바다나 덕리마을의 기암괴석들은 아름다웠지만 아주 특별한 풍광은 아니었다. 그 두미도에서 오월 초까..
옛날부터 두미도에 사람이 살았다. 내가 지금 통영에서 바다누리 호를 타고 그 섬에 가는데 두미도를 모른다면 말이 되겠는가? 두미도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천천히 알아보자. 아름다운 섬도 알아주는 이가 없으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다. 아름다운 섬에 있어도 그 아름다움을 찾지 않으면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다. 두미도 옛길 두미도 옛길을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 있다. 옛길이 험하다고 찾지 않으면 잊힌 길이 되는 것이다. 옛길을 찾는 데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우선 고지도와 현재 지도를 현장과 비교해 본다. 현지인들의 생생한 증언은 옛길을 찾는 데 최고의 도움이 된다. 두미도의 자연 앞에서는 아름다운 기운을 느끼게 된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산의 힘을 보여주고 바다로 뻗어 들어간 갯바위는 바다를 넘치게 한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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