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거리 여행자다. 나는 집이 좋지만, 집에 있으면 곧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나는 거리의 현실을 직시하지만, 꿈속에 살려고 늘 노력 중이다. 나는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여행은 생활이며 생존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어느 장소를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여행은 떠나고 싶을 때 과감히 떠날 수 있는 결단력만 있으면 된다. 여행 장소를 보는 시각은 사물을 얼마나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은 다 다르고 다른 인생의 길을 걷는다. 인생이 그러한데 더군다나 똑같은 여행은 있을 수 없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여행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완벽한 여행 준비는 없다. 시험공부 하듯 여행을 준비하면 세세한 것에 대한 순간의 몰입을 방해받는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마음에 울림을 주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다. 일단 일상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세상이 잘 내려다보이는 비행기 창가 좌석에 앉아 농도 짙은 어둠이 깔린 창공을 손바닥으로 지우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밖을 내다봐도 창공에 불빛 한점 보이지 않는다. 비행기는 어둠보다 더 진한 암흑 속을 통과 중이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제주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바다를 발밑에 두고 머리로 창공을 이고 있어야 한다. 일주일 후에 다시 돌아갈 바다를 건너고 있다.

 

한라산(관음사~성판악, 영실~어리목)

 

비가 내려 마음이 심란하다. 관음사에서 백록담으로 향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무모해 보인다. 해발고도가 높아질수록 비바람은 점점 강력해진다. 악천후로 고생하면서도 결국 정상에 올랐다. 또렷한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숙소에서 젖은 등산화를 말리며 눈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눈이 내린다. 새벽 눈 같은 마음으로 복잡하고 어지러운 내 마음을 눈처럼 희고 깨끗하게 씻어 주었으면 한다. 갑작스러운 추위로 도로에 쌓인 눈이 얼어버렸다. 6시에 숙소를 나왔지만, 도로통제로 인해 영실 주차장에는 11시쯤 도착했다.

세상은 온통 흰 눈으로 덮여있다. 그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 눈의 충돌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흰 눈이 세상을 향해 자유낙하를 하고 있다. 나무에 쌓인 눈을 두 손으로 모아본다. 솜이불처럼 가볍지만 차갑다. 바람결에 흩날리지 않으려고 서로서로 팔짱을 끼고 버티고 있다. 한라산에서 눈을 보니 강아지처럼 그저 좋다.

눈보라에 사방이 난리가 났다. 제정신 못 차릴 정도로 차가운 눈보라의 춤사위가 예사롭지 않다. 나는 장갑을 끼고 모자를 눌러쓴 후 주머니에 장갑 낀 손을 넣었다. 산 아래는 고요하고 맑은데 산 위로 올라갈수록 날린 눈과 눈보라로 인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산을 뒤덮은 수천만 개의 눈이 얼어 얼음꽃이 피었다. 눈이 괜히 온 게 아니었다. 바람에 길게 뻗은 눈길 위를 걷는다. 내가 가야 할 길이다. 겨울 산을 올라봐야 산을 진정으로 알게 된다.

어디서 오는 바람인가? 부드러운 바람이 옷자락을 흔들고 지나간다. 나무에 눌어붙은 흰 눈에서 맑고 투명한 냉기가 흘러나온다. 산은 높고 햇살은 더욱 눈에 부시다. 무서운 기세로 폭설이 몰아친 후에 찾아온 짧은 평화의 순간이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이 이 기쁨을 누린다. 한 줄기 빛이 헐벗은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땅에 안착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함박눈이 내려 세상을 온통 하얗게 뒤덮어도 한줄기 햇빛만으로도 눈을 녹여 땅속에 스미게 한다.

해발고도가 높아 춥지만, 마음은 시원하고 흰 눈은 차갑지만, 가슴은 포근하다. 눈은 하늘에서 흐르고 풀덤불 위에도 나무에도 상고대 꽃이 피는 자리가 있다. 그렇게 추운 겨울을 사는 모습이 의젓해 보인다. 구름을 뚫고 터벅터벅 산을 올라 그 좋은 자리에 왔다. 흰 이불 덮고 미동도 하지 않는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은 듯 고요함이 가득하다.

 

이중섭 미술관

 

나는 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가? 눈은 뜨고 있는데 아무것도 본 것이 없다. 항상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하다. 어떤 일을 결정짓지 못하고 정신없이 분주한 생활을 하다 보니 필요한 것만 보게 된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한 행동이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생활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분주해도 여유는 순간마다 찾아오는데 잡으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사물을 자세히 보면 묘한 기쁨과 쾌락을 얻을 수 있다.

작품은 작가의 정신세계가 추구하는 것을 눈의 호기심을 위해 재현하는 것이다. 눈은 작가의 정신세계의 일부 또는 전부가 반영된 작품을 보는 것이 된다. 예술성은 작가의 정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아름다움은 오직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작품에 기울이는 관심으로 드러난다.

 

서귀포 앞바다

 

폭설이 내린 뒤 하늘의 기척은 말쑥하고 아름답다. 버스를 타고 중문에 왔다. 바닷가 기암절벽이 조금씩 무너진 자리를 보고나니 마음이 내려앉는다. 기온은 따뜻하지만, 파도는 크게 일렁인다. 얼굴을 때리는 바닷바람은 뼛속까지 한기가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외투의 옷깃을 세운다. 해변의 모래는 스펀지같이 푹신하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발자국이 찍혀다 이내 사그라진다. 희고 길게 뻗은 햇빛이 구름을 가로지르며 바다 한가운데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길을 걷다가 길을 잃었다. 바람이 온몸으로 세상을 흔들리게 만드는 동안 태양도 온몸으로 세상에 빛을 뿌리고 있다. 서귀포 앞바다 가를 지나가고 있던 나를 누군가가 훔쳐보고 있다. 멋들어진 호텔과 쭈뼛쭈뼛 서 있는 워싱턴 야자수가 누가 지나가나 눈길도 주지 않고 몰래 쳐다보고 있다. 이런 곳을 내가 지나가고 있다. 비로소 세상을 담은 바다를 들여다본다. 오늘 하루도 금세 지나간다.

오늘 하루 잘 보냈는가? 짧은 겨울 해가 서산 뒤로 저물고 있다. 을씨년스러운 밤이 찾아오면 오늘도 넉넉하지 않은 마음 살피려고 달을 보며 서 있다. 모든 것이 풍족하게 넘쳐나는 세상살이도 남의 호흡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것이 부족하게 보인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라는 속담처럼 나만의 호흡으로 세상을 보아야 한다. 나의 삶을 알차게 살아야 세상이 아름답다.

 

목욕합시다

 

여행은 몸으로 하는 공부다. 글씨나 숫자로 하는 공부보다 몸으로 하는 공부가 발뒤꿈치에 굳은살이 박인 것처럼 오래 기억된다. 여행할 때 사람들의 감각은 고양이처럼 예민하고 생쥐처럼 빠르게 반응한다. 특히 눈은 세상을 그저 바라보는 눈이 아니라 세상의 사물을 깊게 들여다보는 눈이어야 한다. 반짝이는 두 눈빛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 여행자가 풍경의 아름다움에만 심취해 있으면 하수이고, 풍경과 어우러져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으면 고수이다.

제주에서 일주일 동안 혼자 목욕을 했다. 한라산 백록담을 오르며 비에 목욕했다. 윗세오름을 오르면서는 세상을 하얗게 만든 눈으로 목욕했다. 해안가를 걸으면서 몸이 날아갈 듯한 바닷바람에 목욕했다. 해가 뜬 한낮에는 따뜻한 햇볕에 목욕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어서 제주 오셔서 같이 목욕 안 하시렵니까? 올해가 힘들다면 내년에 꼭 함께 목욕합시다.

 

 

여행은 여행 경험의 여부에 따라 빈도가 달라진다. 그동안의 여행 경험은 자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고 다음 여행에 꼭 필요한 새로운 동기를 부여했다. 여행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이며 여행이 없다면 진정한 삶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행은 삶을 기분 좋게 만드는 맛있는 음식과 같다. 여행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질병의 만병통치약이다.

새로운 구상은 일상의 공간을 벗어난 휴가지에서 일어난다. 휴가지에서는 내 인생이 새롭게 전개될 것이다. 휴가를 즐기는 동안 기분 좋고 부드러운 흥분을 경험하게 된다. 드넓은 바다와 석양이 만들어낸 빛의 오묘함을 보고 한낮의 구름 없는 새파란 하늘을 가만히 바라본다. 휴가는 인생의 살아 숨 쉬는 발자국이며 살아있음, 여유와 기쁨을 의미한다.

 

혼자 놀기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제주,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무작정 걷는다. 마음에 드는 한적한 장소에 텐트를 치고 나만의 공간을 구축한다. 여행은 예고도 없이 불쑥 새로운 장소에 나타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어둠이 사라지고 해가 뜨면 지난날의 발자취가 인적 없는 해변에 뒤섞여 있다. 속이 다 비칠 정도로 맑은 바다는 솔솔 부는 바람에 수줍어하며 잔잔한 파도를 만든다. 해변을 맨발로 걸으면 일렁이는 파도처럼 자신을 숨기려고 모래는 유난히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지른다.

나는 텐트 밖으로 액자 같은 구름을 보고 있다. 길고 넓게 펼쳐진 솜이불 같아서 그 위에 눕고 싶다. 구름을 보고 있으니 동심의 세계로 돌아온 것처럼 즐겁다. 이게 백패킹을 하는 이유이다.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 구름이 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듯 나도 그렇게 흘러가면서 이 시간을 즐기면 된다.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면서 느긋한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외로움을 좋아하고 즐기는 법을 알고 있다. 꽃이 해를 향해 방향을 돌리는 것처럼 나는 원래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서 여행을 떠나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일상을 보낸다.

 

가을 남자

 

해가 떠 있으면 더위를 못 견디어 그늘을 찾고 해가 지고 바람이 부채질을 하면 옷을 겹쳐 입게 된다. 긴 머리카락이 흩날리듯 바람은 흘려보내면 되는데 내 마음은 갈 곳 잃어 방황한다. 계절은 늘 바뀌는데 유독 가을을 타는 이유를 모르겠다. 바닷바람이 거세게 부니 이젠 몸마저 춥다.

나는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에 나섰다. 붉게 타오르는 석양이 고요히 바다를 내리비추고 있다. 높은 곳에서 노을 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무겁게 짓눌려 있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며 평온함이 찾아온다. 밝음이 사라지니 야심한 시각처럼 괴괴한 적막감이 흐른다. 저 멀리 어둠을 밝힌 불빛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밀려온다. 지금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다.

욕망은 불꽃과 같이 뚜렷한 형태를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부는 날처럼 불꽃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크게 밝아지거나 커질 듯 사그라진다. 보드카에서 나는 술향기가 좋으니 어둠이 짙어갈수록 술향기도 짙어진다. 어디에서 부는 바람인지 모르지만 온종일 날아갈 듯 바람이 세다.

 

행복이 시간을 멈추게 하지는 않는다. 56일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번 여행은 많은 흔적을 남겼다. 비박 지에서의 하루가 모여 제주 백패킹 여행이 되었다.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었다. 제주도의 자연은 어느새 가을옷으로 갈아입었다. 곧 추위가 시작되는 겨울도 찾아올 것이다. 늘 그렇지만 이번에도 난 대단한 일을 해냈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다짐하지만 나는 향수에 젖어 다시 제주 백패킹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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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제주, 갈 곳이 없어지고 할 일도 없어졌다.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문득 그런 날이 있다. 공기에 비 냄새가 섞여 있지만 내 마음을 적시기에 아직 양이 부족하다. 행복을 충만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날씨라는 약간의 결핍이 필요하다.

안개에 물들고 싶은 새벽이다. 어둠을 바라보며 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새벽부터 한라산 산행을 시작한다. 어둠 속에 내동댕이쳐졌지만 익숙함에 곧 안도감을 느낀다. 이 순간도 조만간 지나가겠지.

 

괜찮은 사람

 

세상에서 가장 짙은 어둠을 내 뒤에 두고 열심히 산을 오른다. 걸음에 집중하다 보니 먼동이 떴고 어느새 편백 숲이다. 위풍당당한 발걸음에 신이 절로 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평범하다, 특별하다'란 말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품 안에 자연을 담을 수 없지만, 마음속에는 나만의 자연이 존재한다. 숲을 지키는 나무는 하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해준다. 숲은 인간의 본보기다. 나무는 홀로 살지 않고 이웃 나무들과 숲을 이룬다.

아직 익지 않은 과실처럼 숲의 냄새도 풋풋하다. 절기는 입춘을 지났지만, 조석으로는 겨울을 실감하게끔 쌀쌀하다. 한낮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한없이 높기만 하다. 산 정상에 오르면 하늘에 닿을까? 바다같이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나룻배처럼 떠다닌다. 나뭇가지 사이로 맑고 투명한 햇빛이 대지에 닿으면 유릿가루처럼 빛을 낸다. 그 빛을 멍하니 바라보면 풋풋한 숲에서도 상큼한 나무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구상나무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면 구상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고사한 구상나무지만 죽은 나무라 생각되지 않는다.

한라산의 아침은 평화롭고 구상나무는 싱그럽다. 푸른 색채에 빛나는 나뭇결무늬가 무성하다. 아침 햇살을 받으면 얼어 있던 상고대가 녹아 무성한 숲으로 빛을 발산하며 스며든다. 한라산은 높지만 그윽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쉬고 싶을 때는 언제나 그곳으로 찾아가 내 보금자리를 만든다. 자연의 의연한 기상과 늠름함에 매료된 순간이다. 기분 좋다.

산은 구름에 기대어 살고 구름은 바람에 기대어 산다. 기대어 산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살아갈 만한 곳이다. 오늘 내가 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파도처럼 바람에 출렁이는 맑은 하늘이다.

한라산만 52번째

 

눈부시게 맑은 날 한라산 정상에서 백록담을 쳐다본다. 한반도의 가장 높은 곳에서 하늘보다 더 청량한 세상의 첫 공기를 마신다.

세상의 주인은 자연이다. 한 생명으로 세상에 나온 것처럼 세상을 자연으로부터 빌려 한평생을 사는 것이다. 불필요한 것에 대한 소유욕은 자연을 황폐화한다. 끊임없는 소유욕은 언젠가 화마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자연이 원금이라면 자연이 사계절 동안 우리에게 주는 모든 것은 이자다. 세상 이치가 이자로 먹고살아야 한다. 원금으로 먹고살기 시작하면 금세 황폐해지고 만다. 물질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을 정복하려고만 한다.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한라산의 아름다움은 끝이 없고 어느 등산가의 욕망도 무궁무진하다. 구름으로 뒤덮인 날, 비바람이 부는 날, 눈보라가 휘날리는 날, 비록 환상적인 풍경을 못 보고 허공을 향해 고함만 지르다 가도 그저 좋았다. 복 받게도 오늘은 청량한 봄 날씨다. 나는 오늘의 한라산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1997년 나의 첫 해외여행이 시작되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약 1달 동안 하노이를 중심으로 베트남 북부여행을 다녀왔다. 2000, 뉴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10개월 동안 인도와 네팔을 여행했다. 낯선 곳에서 지낸 그때의 삶의 교훈은 인생의 여행자로서 삶에 초석이 되고 있다.

한 달 이상의 장기 여행이 좋은 이유는 여행이 일상이 되고 그 일상 속에 모험을 즐긴다는 점이다. 장기 여행은 정해져 있지 않은 불확실함과 수없이 마주하게 된다. 불확실한 순간과 만남은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인생과 세계관을 변화시킨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준비만 하고 실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 일상을 벗어나면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내 일상이 된다.

 

딱하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다닐 수가 없게 되었다. 땀 흘려 일하고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듯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녔던 그 날들이 그립다.

요즘은 어디를 가든 날씨와 상관없이 우울한 습기가 느껴진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소중하다. 한번 흘러간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여행자로서 확실한 내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자유로운 내 모습을 생각하면 할수록 어느 장소이든 간에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돌아다니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한 줄기 바람처럼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다.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밤에 떠오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노는 맛

 

1년 전, 나는 제주에 있었고 정확히 오늘 추자도로 향했다. 자연을 직접 보지 않고서 어떻게 글을 쓴단 말인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나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하늘은 맑아졌지만 바람은 멈추지 않아 파도가 심하다. 여행에 있어 파도가 심하게 출렁거리는 게 심각한 걱정거리는 아니다. 멀미로 고생한 여행이라도 보람과 살아있음을 느낀다. 퀸스타 2호 실내공기에 바닷냄새가 섞여 있다.

강풍이 휩쓸고 간 후 하늘도 땅도 그저 좋은 봄날이다. 바닷바람이 등을 떼밀어 추자도 숲길을 즐겁게 걷는다. 온전히 나를 보고 자연을 보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이 순간을 누릴까?

사람의 자취가 거의 없는 곳으로 바람을 피해 이곳에 왔다.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연장하고 싶어 나바론 절벽에 가만히 서 있었다. 다시 추자도에 온다면 그때는 지금의 추자도는 아닐 것이다. 지금 난 차갑게 이성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여행길에서는 나라는 사람의 꼬리표를 항상 떼고 다닌다. 유유자적 걷는 방랑의 삶도 참 멋지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봄 하늘, 흰 구름이 떠다닌다. 구름의 이동만큼 세월의 흐름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내 젊은 날의 자취가 구름과 함께 사라진다. 어떤 여행을 하든 간에 경험이 써 내려가는 삶의 드라마는 찬란하게 눈부시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

 

여행은 부자유를 거부하고 세상을 자유롭게 노니는 것이다. 일에 얽매여 삶이 지쳤을 때는 현실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휴식과 삶을 찾아 떠나야 한다. 낯선 곳을 여행하면 할수록 바라보는 눈이 뜨이고 엉켜있던 생각의 끈이 실타래처럼 막힘없이 풀리게 된다. 바람의 방향에 자신을 맡기면 자연 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다.

 

[제주]2018년 12월, 4박 5일간의 제주여행



한해의 마지막 달, 12월이 찾아오면

나는 당연히 제주를 가야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늘 그렇지만 아무 계획되 없이

습관적으로 제주행 항공권을 끊었다.



- 비행기에서 바라본 제주시의 저녁 -



그러고보니 최근 10년동안

1년에 2번이상을 제주에 갔다.


여름에는 백패킹 여행을 했고

겨울에는 방어를 먹기 위해 그곳으로 갔다.


마치 꼭 지켜야 하는 정해진 일정표 같다.




- 제주공항 -



이번에도 방어를 먹기 위해

저녁 비행기를 타고 지금 막 제주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인 방어 시식 후,

남는 시간은 내가 안가본 제주 구석구석을 돌아보려 한다.


근데... 내가 안 가본 곳이 제주도에 있나??


감미로운 음악, 향기로운 커피와

만 있으면 제주여행은 언제나 감미롭다.



- 통큰막창순대 -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공항을 벗어났다.


나만의 제주맛집 통큰막창순대에서 찾았다.

지난해 제주 골목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식당이다.


사람, 정, 음식, 맛...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오후 7시가 안 되었는데 재료가 소진되어 내가 마지막 손님이 되었다.


식당을 나오며 사장님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Daum검색창에 통큰막창순대를 쳐보세요.



- 제주여행 1일차 이야기 중에서 -




- 제주시외버스터미널 -



아무 소리도 없이

겨울비가 새벽부터 내리고 있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151번 급행버스를 타고 모슬포로 향했다.


이미 안개가 물방울처럼

제주 중산간을 하얗게 뒤덮고 있다.





- 모슬포 신성수산 -



모슬포항 신성수산에서 대방어 한마리를 잡았다.


방어 부위별로 다 담으면

4접시만 나오는데 내가 2접시를 샀다.


역시 바로 잡은 것이라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아이스박스로 포장을 한 후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 예하게스트하우스 -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혼자 먹으면 별 맛을 못 느끼는 법이다.


예하게스트하우스 사장님, 스텝(제시카)과 함께

두툼한 방어를 기름장, 초고추장을 찍어 김에 싸서 먹었다.


역시 겨울 마라도 방어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맛에 내가 제주를 찾는 것이다.




- 내가 만든 방어회덮밥 -



양이 많다보니 회로 먹다가 남은 방어는

냉동실에서 살짝 얼린 후 회덮밥을 해 먹으면 된다.


상추, 깻잎, 무순 등 신선한 채소와 함께

초고추장과 참기름 양념을 더해 먹으면 입안에서 천지개벽을 일으킨다.


겨울 제주는 역시 방어회다.



- 제주여행 2일차 이야기 중에서 -




- 지미봉 오름 -



게하를 나와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왔다.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다가 동일주 201번 버스를 탔다.


정해진 목적지는 없고 버스에서 게하에서 가져간 책을 읽었다.

1시간이 훨씬 더 지났을때 버스 창문 너머로 지미봉이 보인다.


서둘러 하차벨을 누루고 종달리에서 내렸다.

차가운 기운을 품은 겨울바람이 내 안면을 강타했다.




- 지미봉 오름의 풍경 -



지금은 겨울이다.

여름철이면 시원하다고 했을텐데...


옷깃을 더 여미고 지미봉 오름에 올랐다.

종달리, 우도, 성산일출봉 등이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졌다.


지미봉 정상에서의 바람은

나를 휘감아 돌다가 이내 사라져 버렸다.




- 종달리 소심한책방 -


소심한 책방에 갔다.

정확히 2년만에 다시 찾은 것이다.


외형적인 변화는 없었다.

단지 진열된 책들이 달라졌을뿐이다.


예전에는 독립출판물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베스트셀러 도서가 절반은 차지하는 것 같다.


소근소근 울려퍼지는 음악이

소심한책방에 아주 잘 어울린다.


잠시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들었다.

여유롭고 한적한 지금 이순간이 너무 좋다.



- 제주여행 3일차 이야기 중에서 -



- 노루생태관찰원 안내도 -



비가 올듯이 하늘이 인상을 쓰고 있다.


바람에 밀려온 구름은

검은 그림자로 세상을 뒤덮고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 것 같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343번 버스를 탔다.

거친오름이 품고 있는 노루생태관찰원으로 향했다.



- 노루생태관찰원 전시실 -



따뜻한 버스에서 내리니

비인지, 눈인지 모를 것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겨울인데 이렇게 강한 바람이 불어오니

노루는 볼 수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료는 1,000원이다.


먼저 전시실로 향했다.

노루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시되고 있다.


고라니, 노루, 꽃사슴의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 노루생태관찰원 상시관찰원 -




기대를 하지 않고 상시관찰원으로 갔다.

새끼 노루들은 관찰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먹이를 손에 들고 가만히 있으니

새끼 노루들이 천천히 다가왔다.


내가 가장 가까이에서 본 노루이다.

추운 겨울을 잘 보내고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새끼 노루야~!!





- 제주 4.3 평화공원 -



거친오름을 둘러본 후

인근의 4.3평화공원에 갔다.


제주 4.3은 평화, 통일, 인권의 상징이다.

제주에 오신다면 꼭 방문해 보셨으면 한다.


기억은 과거 자체라기보다

현재와의 관계 속에서 재구성되는 오늘의 전사()이다.


- 현기영의 순이삼촌 중에서 -




- 동문시장 -



기온은 육지보다 따뜻하지만

제주에는 바람이 세게 불어오기때문에 춥다.


추운 겨울에는 뜨근한 어묵국물과 호떡이 생각난다.

기름에 튀겨진 호떡을 한입 베어물었을때 흙설탕의 단맛이 너무 좋다.


먹거리가 풍부한 요즘시대에

어릴적 향수가 더해진 호떡을 동문시장에서 사 먹었다.




- 예하게스트하우스에서 브루나이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


어차피 내 마음이다.


우리가 난처함에 빠지는 이유는

잘 몰라서가 아니라 확실히 안다고 생각하는 신념때문이다.


신념은 사실이라고 믿는 생각이지만

사실은 그저 상황을 인식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혼자만 다른 길을 걷는다고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고 외로움을 느낀적이 있는가?


아무도 저렇게 안 한다는 말보다

아무나 저렇게 못한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


뭘 걱정하는가?

한번뿐인 인생인데 내 마음대로 살아야지.



- 제주여행 4일차 이야기 중에서 -

2018년 제주 여름 여행7 - 각재기국



아침부터 햇살이 너무 뜨겁게 내리쬔다.

제주 지하상가를 통해서 동문시장에서 관덕정에 왔다.



관덕정



신발을 벗고 대청마루에 올라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책을 읽으며 한 시간을 대청마루에 앉아 있었다.




정성듬뿍 제주국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요~

새로운 장소를 찾아 이동을 했다.


용연계곡이 흐르는 용연구름다리로 향하는데

어딘가 익숙한 '정성듬뿍 제주국' 식당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배가 고프지 않으니 저녁에 꼭 먹으로 가야겠다.





용연구름다리가 있는 용연계곡



해송 그늘아래 의자에 앉았다.

이곳에서 용연계곡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제주 위트에일을 마시고 있다.

나도 여행객이지만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다른 여행객을 살펴볼 수 있었다.


즐거운 표정의 얼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행동은 정신없이 바쁘다.


마음의 여유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속초식당 한치물회



한동안 사색에 빠져 있던 나는

갑자기 한치물회가 먹고 싶어졌다.


서부두수산시장 인근 속초식당에 갔다.

한치물회를 주문해서 정말로 맛있게 먹었다.


음식은 먹고 싶을때 먹어야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제주항 서부두



낮잠을 자러 숙소에 가기전에 제주항 서부두에 왔다.


어느덧 일주일이란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태풍 솔릭과 함께 시작한 제주여행이라 더 뇌리에 남는 경험이 되었다.





정성듬뿍 제주국의 각재기국



오후 6시


저녁을 먹으면서 TV를 볼 생각에 정성듬뿍 제주국에 갔다.

오늘은 아시안게임 축구경기인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8강전이 있는 날이다.


각재기국과 막걸리를 주문했다.

각재기란 전갱이과의 바닷물고기로서 전갱이의 제주 사투리적인 표현이다.


물이 끓으면 손질한 생선을 넣고 한소금 끓으면 배추와 풋고추를 넣어 다시 한 번 끓인다.

이때 배추는 손으로 뜯어 넣든가 어린 배추인 경우에는 통째로 넣기도 한다.

국물 맛이 시원하고 개운하며  찬으로 나온 멜젓과 생선구이 등이 어울려 제주의 토속적인 미각을 맛볼 수 있었다.


각재기국도 맛 만큼이나 축구도 이겨서 기분이 좋은 밤이다.



제주거리



계획적이지 않고, 여유롭고, 즐거운


 제주여행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동안 가보지 않은 곳을 주로 찾아다녔다.


천천히 걸으면서 내 오감으로 느끼려고 노력했다.


나는 2008년 이후 매년 제주여행을 온다.

어느 곳을 가든지 100% 만족하는 여행은 없지만,

이번 제주여행에서는 충만감을 느꼈다.

2018년 제주 여름 여행6 - 거문오름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 내린다.


제주여행 한참 전에 거문오름 탐방예약을 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제주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거문오름에 왔다.





거문오름



비가 내릴것 같은 날에는

우비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훼손방지를 위해

우산, 양산, 스틱, 아이젠의 착용은 금지되어 있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

생수를 제외한 음식물 반입조차 금지되어 있다.


탐방시간은 오전 9시 ~ 오후 1시까지이다.



거문오름 출입증



오전 11시


탐방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받고

자연해설사와 같이 동행 탐방이 시작되었다.


탐방예약자는 나를 비롯하여

총 50명 정원에 30여명의 사람들이 함께 했다.




자연해설사와 같이 거문오름 탐방시작



자연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순조롭게 거문오름 탐방이 시작되었다.


자연해설사가 재치있는 입담으로 피톤치트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모두들 집중해서 그의 말을 듣었다.


초반에 분위기는 좋았다.



사위질빵

으아리

누리장나무



워낙 사람들이 많고 그들의 진진한 태도때문에

자연해설사의 말보다는 주변 식생에 더 관심을 가졌다.


사위질빵, 으아리, 누리장나무 꽃이

거문오름 탐방로 주변에 피어 있었다.


삼나무, 잣나무, 소나무, 낙엽송 등 침엽수종은 쉽게 구분하지만

제주도의 기후 특성상 난대활엽수종은 아직까지는 구분이 쉽지 않다.



제1탐방로에서 제2탐방로로 이동하는 아이들



어느새 한시간이 지났다.


제1탐방로를 돌아본 후

사람들의 1/3 가량이 탐방을 마치고 돌아갔다.


제2탐방로로 이동하면서

사람들의 눈빛이 아까와는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아이들만이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고 있다.



제2탐방로 - 자연해설사의 해설



어찌보면 내 생각과 그들의 생각이 같았던 것 같다.


쓸데없이 너무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너무 재미없게 긴 시간을 들여 자연해설사가 설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정보를 듣기 위해 거문오름에 온 것이 아니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려고 찾은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실어진다.


제2탐방코스에서 나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탐방을 마치고 돌아갔다.


나만 홀로 제3탐방코스로 향했고 그 짧은 순간을 즐겼다.

거문오름에 내가 왔다는게 이제서야 실감이 들었다.


해방감속에 편안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었다.



보성시장내 감초식당 '순대국밥'



버스를 타고 다시 제주시로 돌아왔다.


조금 늦은 점심이긴 하지만

보성시장내 감초식당에 가서 순대국밥을 먹었다.


2006년 7월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서

[순대일기] 편에 소개돼 더욱 유명해진 식당이다.



제주 도심 거리를 걷다



한낮의 뜨거운 제주 도심 거리를 걸었다.

내가 가려고 마음 먹은 장소는 아지까지 없다.


어느덧 발걸음은 동문시장에 다다랐다.

오늘은 동문시장 인근 옐로우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할 예정이다.



동문시장 야시장


산지천



시장의 혼잡함과 시끄러움속에서 사람사는 냄새가 풍겨져 온다.

채소, 과일, 건어물, 생선, 떡 등 눈길을 사로잡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이 우리 삶의 일부분이기에 더 정이 간다.

가만히 시장구경만 하며 돌아다녀도 즐거운 제주 여행이다.


동문시장 야시장과 산지천 야경도 아주 멋진 곳이니까...



[6일차 여정]

예하게스트하우스 - 거문오름 - 보성시장 감초식당 - 동문시장 - 옐로우게스트하우스

2018년 제주 여름 여행5 - 한라산 등산



사람은 발생한 모든 일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은 모두 정당한 것이며

남이 한 말과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기정사실화 하는 경향이 있다.



말벌 집 - 산행시 벌 조심하세요.



자신의 정당성만을 주장하다보니

사실 왜곡을 하게 되고 그게 마치 사실인 것처럼 믿어버린다.


자신의 기억이 새롭게 바뀌어 버린 것이다.

핵심이 없는 장황한 말에 스스로가 말려들어 횡설수설 떠들기만 한다.


세상에 별의별 사람 많지만 미친놈도 참 많다.

이런 놈들은 말벌 침 맛을 봐야 하는데... 



속밭대피소 인근 삼나무숲



어제밤 나의 제주 단골 숙소인

예하게스트하우스에서 옥창민 도전자(이하 창민)와 만났다.


오늘의 한라산 등산을 위해

바쁜 일정을 조정하여 어렵게 제주에 온 것이다.


우리는 2009년 지리산둘레길을 걷다가 처음 만났다.

그러고보니 그와 인연을 맺은지도 10년이다.


세월 참 빠르다.




진달래밭 대피소



한라산 산행이 처음인 창민이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수월하게 산을 오르고 있다.


성판악에서 500m 생수를 8개나 사더니

배낭이 무겁다며 나에게 넌지시 2개를 내민다.


까마귀 때문인가??


매점이 없어진 성판악 대피소는

활기도 없고 왠지 모르게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구상나무 군락지

엉겅퀴



해발고도가 높아질수록

안개같은 구름이 짙게 내리깔리고 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주변풍경은 점점 달라진다.

구상나무 군락지가 태풍 솔릭의 피해를 많이 입은 듯 했다.


한라산에는 기록적인 강풍이 몰아쳤고

이틀간 최고 1,0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역경을 이겨낸 엉겅퀴 꽃을 바라보니

내 가슴이 뭉클하다.





한라산 동능정상에 서다



오늘은 2018년이 시작된 이후 237일째 되는 날이다.

이는 2018년이 앞으로 128일만 남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늘은 8월 25일이고

창민이는 생애 처음으로 한라산을 올랐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유로울 것,

꼭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각오이다.


결정하는 순간 모든 것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창민이가 그랬듯이...




옥창민 - 고고학자



성판악으로 하산을 한 후

창민이는 한라산 등정 인증서를 받았다.


크게 기뻐하는 창민이의 모습을 바라보니

보는 내가 더 기쁘다.


우리는 미래를 위하여 오늘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미래를 위하여 오늘을 즐기며 살아야 한다.


이것이 내 삶이다.




제주시청 인근 '호근동' 돔베고기와 모듬순대



한라산 산행이후

돔베고기가 먹고 싶어하는 창민이를 위해

제주시청 인근의 호근동에 왔다.


오후 5시 30분에 문을 여는 호근동은

제주의 숨은 맛집 중 하나이다.


쭉쭉... 한잔 들더라고~~~



실키의 '나 안쾐찮아' 중에서



한국사회는 유독 나이를 따진다.


초중고때는 학년의 차이에 따라,

대학때는 입학년도(즉, 학번)에 따라 선후배가 결정된다.


사회에 나와도 학연, 지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을 만나면 '1)고향이 어디죠? 2)출신학교는?'을 물어보는게 순리처럼 되어 있다.


같은 고향이거나 동문이라도 되면 바로 나이를 묻는다.

바로 선후배가 결정되고, 아무렇지 않게 넘지 말아야 할 선들을 넘게 된다.


친해지랬지 막 대하랬니??


나와 창민이는 자주만나지는 못하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고 친하다고 막대하지 않는다.


친함에는 존중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5일차 여정]

예하게스트하우스 - 한라산 산행(성판악~진달래밭 대피소~한라산 동능정상/백록담) - 제주시청 인근 호근동 - 예하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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