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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베트남 여행]-8일차(12/15), 프놈펜에서 버스타고 호치민 가기, 비락분탐 익스프레스, Duc Vuong Saigon Hotel, 부이 비엔 거리, 호치민 환전, Vie Limo 등
배고픈한량 2024. 12. 29. 18:00
어젯밤 넓고 포근한 침대에서 숙면했더니 그동안 쌓인 여행의 피로가 풀렸다. 커튼을 젖혔더니 불을 켜지 않아도 환한 빛이 들어왔다. 떠나야만 하는 나를 보내기 싫은지 하늘은 우울한 기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다들 조식을 먹으려고 로비로 내려오는데 나만 여행용 가방을 끌고 체크아웃을 했다. 호텔을 예약할 때 조식을 추가하지 않았었다. 어차피 버스를 타면 여러 가지 먹거리를 나눠주니까 굳이 아침을 먹을 이유는 없었다.
호텔에서 도보로 10분도 걸리지 않는 비락분탐 버스터미널에 왔다. 오늘까지 벌써 세 번째 이용하는데 이번 캄보디아/베트남 여행의 기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오늘은 프놈펜에서 버스를 타고 국경을 통과한 후 베트남 호치민으로 가는 날이다. 버스를 타고 육로로 국경을 통과하는 것은 7년 전 태국 치앙마이에서 라오스 비엔티안으로 갈 때 이후 두 번째이다.
버스는 예정시각보다 10분 늦게 출발했다. 중국인 단체 승객이 지각했는데 지각했으면 조용히 탑승할 것이지 큰 소리로 떠들어 대서 빈축을 샀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여전히 잘 샌다.
버스 출발과 동시에 아침 도시락을 나눠줬다. 프놈펜 시내를 벗어나기 전에 뜨거운 커피를 줬고 점심 메뉴 주문까지 받았다. 버스가 출발한 지 2시간쯤 지난 10시 35분쯤 휴게소에서 15분간을 쉬었다. 이동하는 내내 남은 유심 데이터를 쓰려고 유튜브를 시청했다. 이런 나의 행동은 국경을 통과하여 유심이 제 기능을 못 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2시간이 더 지났을 때쯤 캄보디아 바벳(Bavet)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캄보디아인과 외국인이 나누어져 출국 절차가 진행되었는데 비자와 여권을 제시하고 지문등록만 하면 끝이었다. 대략 3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200m 간 다음 여행용 가방을 끌고 베트남 Mac Boi 국경 검문소 입국장으로 들어갔다. 버스 승무원이 승객 여권을 모두 걷은 후 입국 절차를 일괄처리하지만, 국경을 통과하는 모든 사람이 다 모이니까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이번이 베트남에 4번째 입국하는 건데 이전 세 번은 항공기를 이용했고 이번만 캄보디아에서 버스로 육로 국경을 통과하는 것이다.
베트남 입국장은 누가 봐도 고의로 일 처리를 늦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줄을 서지 않아도 소정의 돈을 내면 빠르게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면서 통과시켰다. 너희들도 돈을 내고 빠르게 들어가라는 의미 같았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줄을 선 많은 사람이 허탈감을 느꼈다.
베트남 입국 절차는 상상 이상으로 더디고 지루했으며 그저 기다리는 것밖에 달리 할 일이 없었다. 결국, 1시간 10여 분이 더 지나고 나서야 입국날짜가 찍힌 여권을 받았다. 왜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또다시 여권 검사를 했다. 뭐야 이건?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다시 버스를 탔다. 오전에 주문한 점심 도시락이 놓여있었고 허기진 배를 볶음밥으로 급하게 채워야 했다. 캄보디아 유심칩은 국경을 통과한 순간부터 쓸모가 없었고 남은 시간 동안 우두커니 차창 밖 풍경을 보며 음악을 들었다.
호치민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우울해하더니 급기야 비가 내렸다. 호치민 시내의 교통체증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버스는 사고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프놈펜에서 출발한 지 7시간 20분이 지난 후 호치민 부이 비엔 거리에 도착했다.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배정된 객실은 710호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올라간 다음 카드키를 대자 문이 열렸다. 이곳에서 4박 5일 동안 머무를 예정인데 혼자 쓰기엔 생각보다 넓고 깨끗했다. 하룻밤 32,000원의 가격으로 루프탑 조식까지 포함이니 12월 성수기 가격치고는 싼 편이다.
환전하려고 다시 밖으로 나왔는데 여전히 비가 내렸다. 우산이 있었지만 안 가지고 나와서 그냥 비를 맞으며 부이 비엔 거리를 걸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환전소 찾기도 쉽지 않았다. 빗속에 벤탄시장까지 걸어서 간 후에야 환전소를 발견했다.
1$당 24,000동으로 환전했는데 생각보다 좋지 않았고 여권도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이상했다. 어찌 되어 건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인데 95$를 줬을 뿐인데 수중에 2,280,000동이 생겼다.
돈이 생겼으니 쓸 일만 남았다. 이틀 후에 갈 붕따우 리무진 버스를 예약하러 가는 길에 조명이 이쁜 백화점 앞 거리를 지나갔다. 이미 거리는 크리스마스와 새해맞이 장식품들로 가득했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오후 6시쯤 Vie Limo에 들어갔고 12월 17일 사이공(08:00)-붕따우(16:00) 왕복 리무진 버스를 예매했다. 도로 정체가 생각보다 심하다고 하니 나처럼 당일 여행인 경우는 일찍 출발해서 일찍 돌아오는 것이 좋다고 한다.
비 오는 밤거리, 도로의 오토바이는 대체 어디서 쏟아져 나온 것일까? 프놈펜에서 호치민에 도착했을 때부터 비가 내렸고 빗물로 얼룩진 거리는 자동차, 오토바이 등의 불빛을 흡수하여 광택이 날 정도로 번들거렸다. 낮에도 건너다니기 쉽지 않은 사거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내가 무사히 이곳을 지나갈 수 있을까?
어느새 비가 멈췄다. 베트남에 오면 꼭 먹는 음식이 분짜다. 1997년 7월 처음으로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달간 지낼 때부터 분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베트남 음식이 되었다. 분짜가 북부 음식이라 식당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우연히 부이 비엔 거리에서 분짜를 파는 식당을 발견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옆자리에 한국인 가족 여행객이 분짜를 드시고 있어 얼핏 살펴보았다. 내가 이미 수없이 먹어본 로컬 분짜가 아니라 관광객을 위해 변형된 퓨전 분짜였다.
메뉴판을 보고 나서 실망감은 더했지만, 차선책이 없기에 그냥 먹기로 했다. 고수도 없고 고기는 프라이팬에 구워 숯 향이 하나도 없었는데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고파서 소스 국물까지 다 먹었다.
부이 비엔 거리는 광란이 밤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호텔이 거리 끝쪽에 있어 덜 시끄럽겠지만 루푸탑에 바가 있어 바로 아래층 객실에 숙박하는 나는 어느 정도는 소음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객실에 이어플러그가 놓여있었다. 오늘 밤 숙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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