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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소음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고요함을 견디지 못하는 자들은 술에 취해 마지막 몸부림을 쳤다. 내가 잠에서 깼을 때 어둠은 급하게 자리를 떴고 세상은 언제 그래었냐는 듯 밤의 흔적을 열심히 지우고 있었다.

 

 

 

8층을 계단으로 올라갔다. 내가 710호라 한 층만 올라가면 되었다. 언제나 아침을 먹는 나이기에 무료조식은 놓칠 수 없었다. 상쾌한 아침 공기가 머무는 루프탑에서 볶음밥과 면, 쌀국수, 과일, 요구르트, 주스 등을 먹으며 이국적인 풍경을 바라봤다. '맛있다. 맛있어!‘

 

 

 

나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른 시각에 아주 편한 복장으로 거리로 나와 발길이 닿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출근을 서두르는 오토바이 행렬은 이미 도로를 가득 메웠다.

 

 

 

따온단 공원을 지나 통일궁까지 왔다. 힘겹게 도로를 건너 맞은편 430일 공원을 지날 때 삼삼오오 바닥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오전 8시밖에 안 되었는데 나에게는 너무 생경한 모습이었다.

 

공원을 지나 좌회전을 했고 얼마 떨어지지 않는 로터리에 거북이 연못이 조성되어 있었다. 무작정 연못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았다. 이곳이 요즘 베트남 MZ 세대에게 뜨는 사진 명소인 것 같았다.

 

 

 

그늘진 인도를 걸어 외관이 핑크빛으로 유명한 떤딘 성당까지 왔다. 주변에 재래시장이 있어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을 보는 현지인 사이로 나와 같은 관광객이 호기심이 어린 눈빛으로 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오전부터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사이공 중앙우체국까지 도로를 따라 걸어왔다. 바로 옆 책방 거리에는 어떤 행사가 진행 중이었고, 선생님의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아기들이 아장아장 걷다가 지쳤는지 가게 앞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중앙우체국 앞과 내부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아마도 이곳에 단체 여행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것 같았다. 대충 우체국 안을 둘러보고 낼모레 다시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 박당 포트까지 한달음에 왔다. 이곳에 온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이공워터버스(SAIGON WATERBUS)를 예매하는 것이다. 박당(17:00)-빈안(18:30) 왕복 저녁 배편을 예약한 후 편안한 마음으로 발걸음 돌렸다.

 

 

 

오전 1030분밖에 안 되었지만, 학교 앞 노점에서 새참 같은 점심을 먹는 학생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직선으로 길게 뻗은 인도가 간이 식당으로 변하는 모습은 외국인이 보기에 굉장히 흥미로운 풍경이었다.

 

 

 

호치민 동상이 서 있는 광장에서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양식으로 지어진 시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시청을 등지고 서면 사이공 강까지 일직선으로 뻗은 광장이 모습을 드러난다. 지금은 주말까지 행사 때 설치했던 시설들을 철거하느라 분주했다.

 

 

 

이른 아침부터 계속 걸어 다녔더니 배가 고팠다. 현지인이 먹는 보통 음식을 찾아 부이 비엔 거리 골목을 돌아다녔다. 한참을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된 곳에서 따뜻한 식사를 했다.

 

관광객이 찾지 않는 좁은 골목길에 불쑥 나타난 나를 위해 부랴부랴 자리를 마련해주고 맛있는 음식까지 내어준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먹은 등갈비, 공심채, 두부조림, 고깃국물 등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고 양도 푸짐했다. 우리네 인심 같은 포근한 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는데 음식값도 저렴했고 후식으로 바나나까지 주셨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잘 먹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에서 잭 프루트를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샤워한 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맥주를 마셨는데 이보다 좋은 무릉도원은 없었다. 해가 질 무렵까지는 밖에 나갈 생각이 없었다.

 

 

 

오후 4시가 넘어 박당 포트로 향했다. 한낮처럼 뜨거운 햇살은 없었지만, 공기가 후텁지근했다. 길을 걷다가 젊은 친구들이 먹는 음료를 보고 망설임 없이 샀다. 볼 때마다 궁금했었는데 얼음이 든 컵에 음료수를 따서 부어주었다.

 

 

 

단돈 1,50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이곳에서는 배 타고 호치민 야경 구경을 할 수 있었다. 그것도 왕복 배편 요금이다.

 

오후 5시 박당 포트에서 사이공워터버스를 타고 빈안까지 18분이 걸렸다. 배를 타고 가는 기분은 사이공 강의 탁함과 대조적으로 상쾌했다. 해가 질 때까지 빈안 포트 주변을 거닐었다. 크게 한 바퀴 돌아보는데 마트가 있었고 333 캔맥주 가격이 호치민 시내보다 1/3이나 더 저렴했다.

 

 

 

어둠이 찾아오고 건물에 하나둘 불이 켜지면 빈안 포트에서 제대로 된 호치민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빈안 포트는 호치민 랜드마크 81의 야경을 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였다.

 

다시 배를 타고 박당 포트로 돌아가면서 호치만 야경의 진수를 파노라마처럼 두 눈에 담았다. 오전에 일찍 예매했고 실내좌석이 아닌 야외좌석 12(A-H)이 배정되어 야경 구경하기에 더욱 좋았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낮에 본 모습과 같지 않았다. 호치민 동상이 앞에 서 있는 시청사와 사이공 센터는 조명이 환하게 밝혀져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강에서 본 야경과는 또 다른 형태의 야경명소가 시내 건물마다 있었다.

 

 

 

오늘 많은 거리를 걸었고 내일 붕따우를 가야 하기에 이른 시각이지만 호텔로 향했다. 부이 비엔 거리 노점에서 소고기가 든 반미를 샀다. 저녁은 간단히 캔맥주를 마시며 반미를 먹을 생각이다.

 

내가 가는 길은 물론 주요 관광지도 있지만 많은 부분은 현지인들 삶 속에 자연스럽게 찾아 들어가는 삶의 길이 대부분이다. 어차피, 어디를 다니든 시간은 흘러가지만, 여행이라면 이렇게 다녀야 한다고 나는 예전부터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의 내 여행 스타일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