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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베트남 여행]-11일차(12/18), 사이공 중앙 우체국, 파시오 커피, 보네바누이, 호치민 골목길 풍경, 분팃느엉 키우 바오, Duc Vuong Saigon Hotel 루프탑 바 등
배고픈한량 2024. 12. 30. 18:00
어제의 피로는 숙면으로 한 방에 해결되었다. 오늘은 계획된 일정이 없었다. 한마디로 여유로운 아침을 맞은 것이다. 여느 때처럼 조식 시각에 맞춰 루프탑에 올라 뷔페로 차려진 음식을 골라 먹었다. 물론 식후에 먹는 수박, 파인애플, 파파야, 용과 등의 과일도 빠뜨리지 않고 먹었다.
오전 8시가 지나 터벅터벅 발걸음을 내딛긴 했는데 내가 어디로 향할지 목적지는 없었다. 공항버스가 있다는 말에 버스정류장에서 노선을 확인하고 25분간을 기다려 봤지만 12분~18분 간격으로 온다는 152번 공항버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났고 그것을 실천하려고 부리나케 발걸음을 옮겼다. 연신 부채질을 하며 도착한 사이공 중앙우체국에는 어린이들의 체험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들의 동선을 피해 다니며 내가 할 일을 시작했다.
수많은 엽서 중에 내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두 개를 샀다. 테이블에 앉아 글을 쓰면 되는데 볼펜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창구마다 비치된 파란색 볼펜으로 사람이 없는 빈 창구에서 재빠르게 내용을 채워 나갔다.
우표를 산 후 풀을 묻혀 엽서와 편지봉투에 붙였다. 그리고 우편물을 담는 파란색 바구니에 넣는 것으로 모든 과정을 마쳤다. 12월 30일 오전 10시 19분, 이 글은 쓰는 이 순간까지도 어떤 엽서나 편지도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리 연말이라도 벌써 11일이 지났는데 왜? 왜? 왜?
다행히 사진을 찍어두었다. 모두에게 깜짝 선물로 엽서나 편지를 쓴 것인데 이렇게 내용을 전하게 되어 송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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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
To 하늘그린 직원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From 성식 in 호치민
[편지]
To 경익 형!
내일이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태우지만
오랜만에 편지를 쓸 기회가 생겨 몇 자 적습니다.
오늘 아침, 호텔 조식을 먹고 나니 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오전 8시가 지나 터벅터벅 걸음을 내디뎠는데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 나도 모르겠더라고요.
연신 부채질을 하며 도착한 곳은 우체국이었고 온 김에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실로 오랜만에 누군가에 손글씨를 써 보내요.
특별한 내용이 있는 편지는 아니지만, 핸드폰 SNS에 익숙해져 가는, 아니 이미 익숙한 상태에서는 특별한 모험이라 표현하고 싶네요.
새해에도 건강하게 흡연, 음주, 조절 잘 하시고요.
올해 가기 전에 또 한잔해야죠. 사무실 회식 말고.
혼자 여행 다닐 때 가장 좋은 것은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한다는 것이고, 혼자 여행 다닐 때 가장 싫은 것은 술 상대가 없다는 점이네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함께 여행 갑시다.
From 성식 in 호치민
p.s
볼펜이 없었는데 창구에서 눈치 보며 재빠르게 씁니다.
다시 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사업 더 번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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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을 나와 거리를 걸었다. 걷다 보니 호치민 동상이 있는 시청사 광장이었는데 베트남 방송국에서 촬영하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한동안 서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무작정 거리를 걷다가 파시오 커피(Passio Coffee)에 들어갔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내부를 놔두고 굳이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 마시니 땀에 젖어 끈적했던 몸이 한결 상쾌해졌다.
영수증에 있는 와이파이를 연결한 후 카톡을 확인했다. 2시간 30분 전에 경익 형이 보이스톡을 했는데 이제야 확인을 한 것이다. 바로 보이스톡을 했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 연결이 되었다. 내가 유심칩을 구매하지 않아서 와이파이로 연락하면 연결이 안 되는데 컴퓨터로 받으면 연결된다고 했다. 통화를 마치고도 40여 분을 더 그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내가 걸어간 길을 선으로 이으면 미로처럼 복잡해서 심하게 꼬인 실타래처럼 보일 것이다. 오늘도 묵묵히 걸어간 나의 길에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베트남 결혼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우리네 결혼식과는 사뭇 다른 형식이지만 인도, 네팔, 일본 등지에서 본 결혼식과 더불어 나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여행지에서의 이런 간접체험이 여러 군데의 관광지를 무의미하게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식에 방해되지 않게 구경한 후 축하의 말을 전하고 그곳을 벗어났다.
호치민에 도착했을 때부터 눈여겨 둔 보네바누이(Bo Ne Ba Nun)에서 점심을 먹었다. 사실 어떤 음식을 파는지 모르고 들어갔다가 현지인이 먹는 것을 보고 같은 것을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무쇠 접시가 달궈지면서 음식 조리가 시작된다. 지글지글 끓는 무쇠 접시에 소고기+소시지+햄+달걀+양파가 올려져 있고 반미 빵과 샐러드가 같이 나왔다. 음식이 기름지고 느끼할 것 같아 베트남 냉 녹차도 주문했다.
반미 빵 자체가 겉은 딱딱하고 속은 촉촉해서 그냥 먹어도 맛있었다. 반미 빵을 손으로 찢어 반미처럼 여러 가지 토핑을 넣어 먹으면 된다. 맛은 좋은데 생각보다 양이 너무 적었다. 다른 음식과 비교하면 성인 남자에겐 너무 부족한 양이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냥 대로만 걸어 다니면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좁은 공간이었다. 어둡고 음침해 보였지만 내 코를 자극한 생활 냄새가 나를 인도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이런 곳에도 보통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골목 중간쯤 들어왔을 때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들렸다. 건물 안쪽에 당구대가 놓여있고 웃통을 벗은 사람들이 당구를 치고 있었다. 낯선 외국인을 보고도 경계의 눈빛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당구를 같이 치자고 했다. 한동안 당구 경기를 지켜봤는데 규칙이 이해가 안 되었다. 분명 삼 구를 치는데 경기 방식은 삼 구가 아니라 사 구를 치고 있었다. 뭐야 이건! 도통 이해가 안 되네.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호텔에서 낮잠을 잤다. 해가 질 무렵인 오후 5시쯤에 다시 밖으로 나갔더니 역시나 도로는 오토바이 행렬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이런 광경이 낯설고 익숙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먹어보지 않은 음식을 찾으며 길을 걸었다. 거리의 어둠과 대조적으로 환한 불빛의 분팃느엉 키우 바오(Bún thịt nướng Kiều Bảo)에는 현지인들로 가득했다. 먹는 것에 언제나 망설임이 없는 나의 선택은 이번에도 탁월했다.
메뉴를 고른 후 돈을 내고 주문을 마쳤다. 빈자리에 앉아 있던 시간은 2분도 안 되었는데 채소가 담긴 작은 바구니와 함께 음식이 나왔다.
내가 주문한 음식은 이곳의 대표 음식이고 가는 면, 구운 돼지고기, 잘게 썬 돼지고기, 스프링 롤에 고명으로 파, 당근, 땅콩이 올려져 있었다. 생선 소스 2 국자와 고추 한두 숟가락을 넣어 채소와 함께 잘 비벼 먹으면 된다. 한마디로 차가운 비빔 쌀국수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이다. 가격도 저렴한데 맛까지 있으니 사람들이 찾을 수밖에 없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내 눈을 의심했다. 설마 했다. 정말 건너려고 저러는 걸까?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려고 준비하는 동안 그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시작했고 도로 중앙까지 걸어간 상태였다.
아무리 이곳이 베트남이라지만 오토바이와 차량이 뒤섞인 차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건너는 모습에 기가 찼다. 호치민에서 무단횡단은 많이 봤지만 이처럼 황당하고 당당한 무단횡단은 처음 봤다. 당신을 무단횡단의 끝판왕으로 임명합니다.
부이 비엔 거리를 한 바퀴 돈 후에 호텔로 돌아왔다. 샤워 후 옷까지 갈아입고 유튜브를 보면서 배가 꺼지기를 기다렸다.
오후 8시가 되었을 때 객실을 나와 계단을 걸어 위층으로 올라갔다.
호텔 루프탑 바에서 모히또를 마시며 호치민에서 마지막 밤을 즐겼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만 한국인일세. 근데, 루프탑 야경은 별로 볼 것 없고 큰 소리의 음악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만 구경하게 되었다. 역시 혼자서는 이런 데 오는 게 아니야.
한 시간 정도 루프탑에 머물다가 객실로 돌아왔다. 투숙객이라고 정상요금에 20% 할인을 해 주었다. 오후에 산 잭 프루트를 안주로 삼아 캔맥주를 마셨다. 이번 여행도 이젠 종착점에 도달하고 있구나. 시끄러운 밤은 오늘도 멈추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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