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캄보디아/베트남 여행]-10일차(12/17), 호치민에서 붕따우가기, Vie Limo, 붕따우 도보여행, 백 비치, 혼바사원, 뇨산 예수상, 반콧14, 프런트 비치, 붕따우 롯데마트 등
배고픈한량 2024. 12. 30. 11:00
잠에서 깬 후 커피를 마시려고 준비하다 아주 작은 도마뱀을 발견했다. 도마뱀이 더 놀랐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2000년 인도에서 지낼 때 숙소엔 항상 도마뱀이 있었다. 사람에겐 전혀 해를 끼치지 않고 벽이나 천장에 붙어 있다가 모기나 벌레를 잡아먹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놀랄 수 있지만 난 괜찮았다. 의문이 드는 건 여긴 호텔인데 너 어디로 들어왔니? 귀여운 녀석아!
호텔 조식을 먹으려 계단으로 루프탑에 올라갔다. 약간의 메뉴만 바뀌고 거의 같은 음식이 준비되는 것 같았다. 어제와 약간 다른 조합으로 쌀국수 대신 수프를 선택했고 청경채 볶음과 튀김류를 접시에 음식을 담았다. 밤과는 다른 조용한 도심 풍경을 바라보며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샤워한 후 선크림까지 골고루 발랐다. 오전 8시에 출발하는 붕따우행 리무진 버스를 타기 위해 Vie Limo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도 도로는 오토바이, 자동차, 버스가 뒤섞인 체 복잡스러웠다. 교통체증으로 5분 늦게 버스가 도착했고 예약할 때 배정받은 운전석 옆 옆자리인 앉았다.
나를 제외하고는 다 현지인이었다. 스피커에선 베트남 음악이 흘러나왔고 운전사와 승객이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리무진 버스는 하차 서비스가 있는데 붕따우 어디서 내릴 것인지 묻는 것 같았다. 운전사가 영어를 전혀 못 해서 아예 나에게는 묻지도 않았다.
사이공 강 터널을 지날 때 보니 오토바이 전용도로가 구분되어 있었다. 잘 구획된 신시가지에서 비어 있던 내 옆좌석 승객이 타고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휴게소에서 쉴 때까지는 정체 구간은 없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일반 국도로 진입하면서 정체가 시작되었다. 정체 구간을 벗어나서도 버스는 속력을 내기 쉽지 않았다. 붕따우 Vie Limo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는 출발한 지 2시간 30분이 지나 뒤였다.
베트남에서는 유심칩을 구매하지 않았다. 여행 전 오프라인 구글 지도를 미리 내려받았고 인터넷이 되지 않아도 구글 지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구글 지도를 한번 살펴본 후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걸어 붕따우를 돌아보기로 했다.
영국 사우샘프턴에 거주한다는 그의 말이 옳았다. 그는 나와 함께 프놈펜에서 호치민으로 버스를 타고 올 때 옆자리에 앉았던 톰이다. 붕따우에 롯데마트가 있었다. 그것도 버스 사무실과 아주 가까웠다. 호치민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둘러볼 생각이다.
백비치(Back Beach)로 향했다. 해안가에 도착했는데 긴 장벽이 앞을 가로막아 해변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건 뭐지? 장벽을 따라 걷다가 겨우 진입로를 찾았고 거침없이 모래 해변으로 들어갔다. 들어와서 보니 모든 것이 명확했다. 리조트 공사로 인해 모래 해변 2/3가량이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사이공 캔맥주를 마시며 드넓은 모래 해변을 걸었다. 바로 이 맛 아니겠는가? 높은 파도에도 불구하고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모래 놀이에 푹 빠진 아이들이 있었다. 현지인들보다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붕따우는 외국인들에게 휴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이곳 리조트 숙박하면서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 노년층이 생활하는 모습을 거리를 걷다 보면 종종 발견하게 된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혼바 사원(Hon Ba Temple)은 평화로운 아름다움을 지닌 신비스러움 그 자체였다. 누구에게나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고 자연이 허락할 때만 출입할 수 있었다. 오늘 자연의 허락을 받지 못한 나는 맞은편 산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구름이라는 포장지가 태양의 뜨거움을 막아 주었지만, 예수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는 내내 온몸을 흐르는 땀방울은 막을 수 없었다. 쉬지 않고 600번째 계단을 올랐을 때 다 올라온 줄 알았는데 또 다른 계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크림을 발라 땀을 닦아 내는 것도 일이었다.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릴 줄 알았더라면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을 텐데.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없었다. 뇨산 정상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거대 예수상과 모양이 비슷한 32m 예수상이 서 있었다.
캔맥주를 마시며 반대쪽으로 하산을 했다. 숲길을 걷다가 탁 트인 곳에서 붕따우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었는데 주황색 지붕과 크고 작은 인공호수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일반적으로 내가 아는 베트남 분위기는 아니었다.
우연히 하산길에 한국인 젊은 사업가를 만났다. 엔터 관련 사업을 한다는 그는 나와의 대화가 좋았던지 베트남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함께 걸었다. 그렇게 걸었던 거리는 호치민과 다르게 오토바이의 굉음이 거의 없어 조용했고 마주치는 사람들도 여유롭고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삶의 질이 호치민과 달랐다.
현지인들이 식사하는 것을 보고 반콧14(Banh knot 14)에 들어갔다. 처음 보는 메뉴에 살짝 당황했지만, 베트남 전통음식이라고 하니 도전해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메뉴판을 보다 새우보다는 오징어가 먹고 싶었고 사탕수수 주스도 주문했다.
주문과 거의 동시에 신선한 채소 접시와 양파 접시가 나왔고 1분도 지나기 전에 모든 음식이 차려졌다. 어떻게 먹어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 종업원이 다가와 소스 만들고 먹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한마디로 삼겹살 먹듯이 모든 것을 넣어 쌈을 싸 먹으면 된다. 쌈을 만들어 생선 소스에 찍어서 먹는데 달거나 짜지 않았고 바삭바삭한 식감이 특이했다. 양이 적을 것 같았는데 쌈을 싸서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렀다. 입가심으로 시원한 사탕수수 주스까지 한꺼번에 마시고 식당을 나왔다.
수산시장 골목을 걸어 프런트 비치(Front Beach)까지 왔다. 바다에는 어선들이 군집을 이루며 정박하고 있었고 어부들이 육지에서 볼일을 보고 배로 돌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모래 해변이 적고 수심이 깊은 것 같아 초보자가 수영하기엔 위험해 보였다. 주변이 공원이라 저녁에 석양을 보기엔 아주 좋을 것 같았다.
사탕을 먹고 떨어진 당을 보충했다. 낯선 거리를 외국인이 걸어 다니면 현지인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수많은 눈초리가 나를 향하고 있지만 개의치 않고 주변을 관찰하며 걸었다.
붕따우 시장을 거쳐 롯데마트까지 왔다. 역시 에어컨 바람이 시원해서 좋았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망고 젤리를 발견하고 바로 구매했다. 주류코너에서는 내가 즐겨 마시는 캔맥주 가격이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저렴했다.
오후 4시 정각에 Vie Limo 사무실에서 리무진 버스를 탔다. 이젠 붕따우를 떠나 호치민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중간 휴게소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렸을 때 서쪽 하늘에 붉은 노을을 발견했다. 그 순간을 놓치기 싫어 재빠르게 사진을 찍었다.
부지불식간에 어둠이 찾아왔다. 오토바이가 많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호치민 시내에 진입했다는 것을 알았다. 도로는 그만큼 교통이 혼잡했고 2시간 40분이 지난 오후 6시 40분에 버스에서 내렸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배도 고팠지만, 너무 피곤해서 졸음이 밀려왔다. 우연히 발견한 도시락 전문점에서 닭고기 덮밥을 포장해서 호텔로 돌아왔다. 온종일 흘린 땀을 말끔하게 씻어내고 허기진 배를 부랴부랴 채우기 시작했다. 에어컨의 냉기만큼 차가운 캔맥주를 냉장고에서 꺼내 단숨에 마셨다. 이때 마신 캔맥주의 맛을 여행이 끝난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해외여행 · 맛집 > 베트남 남부(호치민, 붕따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Total
- Today
- Yesterday
- 자유여행가
- 대마도 여행
- 유럽배낭여행
- 여행
- 대마도 백패킹
- 50대한량의유럽배낭여행
- 제주백패킹
- 블랙야크 마운틴북
- 여행을떠나는이유
- 해외여행
- 걷다보니유럽
- 뚜벅이가 꿈꾸는 세상
- 나에게여행이란
- 베트남 북부여행
- 나만의글쓰기
- 홋카이도 여행
- 유럽여행
- 블랙야크 셰르파
- 마운틴북
- 제주맛집
- #여행에미치다
- #시베리아 선발대
- 50대한량의유럽여행
- 베트남여행
- #다르게살아보기
- 베트남 여행
- 제주여행
- 명산100
- 일본여행
- 뚜벅이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