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의 블타바강
댄싱 하우스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오늘도 변함없이 새벽에 잠이 깼다. 오전 5시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에서 깨는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 사흘 동안 야경을 제대로 못 봐서 어둠이 장악한 정적의 프라하는 어떤지 보려고 새벽 거리로 나왔다. 하늘은 짙은 청록색이었고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는 텁텁하지 않고 상쾌했다.

 

 

 

 

 

새벽 415

대중교통이 24시간 동안 운행되나? 의문스러웠다. 조용할 거란 내 생각과 달리 도로에는 노면전차, 버스, 자동차들이 분노의 질주를 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거리에 내 발자국을 어둠 속에 남기며 블타바강까지 걸어갔다. 블타바강에 가까워질수록 짙은 어둠은 흰 안개와 배턴터치를 했다. 새벽 안개의 포위망을 벗어나려고 블타바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나 혼자 외로운 사투를 펼쳤다.

 

신호등
농산물 직판장 (Farmers’ Saturday market)

 

공용침실(dormitory)은 여전히 한밤중이었다.

내가 샤워하고 짐 정리를 마치는 동안 바깥은 이미 해의 세상이 되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은 전혀 포착할 수 없었다. 오전 830분을 지나 체크아웃을 했다. 3일 밤을 편하게 보낸 호스텔을 이젠 떠나야 한다. 호스텔에 짐을 맡겨두고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장이 서는 농산물 직판장(Farmers’ Saturday market)이 열리는 블타바강으로 향했다.

 

농산물 직판장 (Farmers’ Saturday market)

 

현지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규모가 작고 파는 물건도 한정적이었지만 시장의 정겨움이 가득한 재래시장이라 나를 즐겁게 하는데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왔다 갔다를 반복하다가 사람들이 많이 사는 이름 모를 빵과 카푸치노를 사서 현지인들처럼 강변에 앉아 먹었다.

아침 식사로 조금 부족한 것 같아 구운 토스트에 채소소스를 올려주는, 아마도 가장 인기 있는 빵을 줄을 서서 샀다. . 온갖 종류의 빵을 먹어보고 있지만 내 입맛에는 모든 빵이 그저 그런 맛일 뿐이다. 홀쭉한 배에 포만감 일부를 더하는 정도로 여겨졌다. 그래도 좋았다. 나는 가장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많이 걷지도 않고, 한 장소에서 충분히 휴식하며,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이름 모를 곡이 연주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런 게 힐링이니까!

 

 

 

 

보트
도심 공원 행사

 

하늘은 나의 여유로움을 시샘했다.

맑은 하늘에 갑자기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농산물 직판장을 나와 블타바강을 따라 걸어갔다. 주말이라 어느 곳이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평일에 보기 힘든 패들 보트를 타고 블타바강을 유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각종 행사도 도심 공원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이방인이 내가 그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Mlynska kavarna

 

다리쉼을 하려고 카페에 들어갔다.

물론 맥주 한잔 마시는 것 이외에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들어간 것이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고풍스러운 카페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이곳 카페에 동양인은 나 혼자였다. 카페 종업원들이 일하면서 힐끗힐끗 나를 쳐다봤다. 관광지와 조금 떨어진 곳에만 가도 전혀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었다.

 

프라하성 가는 길
굴뚝빵으로 바라본 프라하
성 비투스 대성당

 

또다시 길을 걸었다.

프라하성에 다시 가려고 다른 길로 들어섰다. 모든 길은 올라가려는 사람들과 내려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그러거니 말거나 난 체코의 굴뚝 빵을 사 들고 계단을 열심히 올랐다. 프라하성은 그야말로 사람들의 전시장 같았다. 의자에 앉아 굴뚝 빵을 먹으며 성 비투스 대성당을 동경의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30여 분을 성당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프라하성은 성이라기보다는 조그만 마을 같은 느낌이 더 들었다. ‘나만 그런가?’

 

프라하성 올라오는 길
K-remember, 분짜와 코젤 맥주

 

햇볕이 따갑다.

부채를 펼쳐 해를 가려보지만, 햇빛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무더위에 시원한 국물이 내 입맛을 자극하지만, 딱히 먹을만한 음식이 생각나지 않았다. 빵 종류는 먹기 싫고 매콤한 것이 당기는데. 태국 라면보다는 역시 시원하고 매콤한 베트남 분짜가 좋을 듯했다. 내 발걸음은 K-remember로 향했다.

시원한 코젤 맥주와 고수를 한 접시 추가했다. 분짜는 1997년 베트남에서 처음 먹어본 그 분짜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유럽 여행에 한국 음식은 전혀 가져오지 않았다. 평소처럼 현지식을 먹겠다고 다짐했는데. 여행일정이 많이 남아 있는 지금, 어떻게 견디어 낼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호스텔 야외 테라스

 

남은 체코 화폐를 다시 유로로 환전했다.

맡겨둔 짐을 찾으러 호스텔에 다시 왔다. 부다페스트행 야간열차 시간이 4시간 정도 남아 로비의 테라스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글을 쓰고 있다. 기차를 타는 순간, 체코 여행은 마무리되고 헝가리 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처음엔 34일이 길게 느껴졌는데 지금 보니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언제나 여행은 하지 못한 것과 안 가본 곳이 더 잔상으로 남아 여행 내내 후회의 마음을 갖게 한다. 그래서 또 여행을 떠나는 것이겠지만.

 

프라하 중앙역, 부다페스트행 야간 슬리핑 기차

 

프라하 중앙역은 정적이 감돌았다.

부다페스트행 야간 슬리핑 기차는 3S 플랫폼에서 탑승을 시작했다. 나는 인도인 부부와 같은 객실을 배정받았는데 내가 3층 침대였다. 불현듯 오래전 인도에서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밤이 깊어 3층 침대에 눕자마자 불을 껐고 흔들리는 기차 진동을 느끼며 잠에 빠져들었다.

Wenceslas Square
천문시계
구시가광장

 

불도 끄지 않고 세상 모르게 잠들었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깼는데 창밖은 이미 밝음이 어둠을 물리치기 시작했다. 샤워를 하고 오전 520분쯤 숙소를 나섰다. 한적한 오전 시간에 관광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천문시계가 있는 구시가지 광장은 생기를 잃은 듯 고요하고 적막했다. 동영상을 찍으려고 오전 6시까지 기다렸지만, 천문시계는 조용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해골이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천문시계, 틴 성모 마리아 성당, 얀 후스 동상 등을 여러 각도에서 사진만 찍었다.

 

카를교 가는 길
카를교
얀 네포무츠키 동상

 

 

 

 

카를교로 향했다.

밤의 열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도로 곳곳에 그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이른 영업을 시작하는 상점들은 분주한 아침을 맞고 있었다. 도시의 아침은 어느 곳이나 똑같은 분위기인 것 같다. 카를교는 결혼사진 촬영지로 인기가 있었다. 한낮의 북적거리는 카를교를 피해 이른 시간에 결혼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얀 네포무츠키 동상이 따뜻한 시선으로 신랑 신부를 바라보는 듯 했다. 소수의 관광객도 삼삼오오 사진을 찍으며 카를교를 걷고 있었다. 이른 아침의 카를교에서 30인의 성인 동상과 내가 만나 오늘 하루의 서막을 열었다.

 

페트린 언덕에서 바라본 프라하
페트린 정원

 

 

 

 

숲으로 들어섰다.

중세 신성로마제국의 거리를 벗어나면 페트린 언덕에서 프라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높은 곳에 올라야 내려다볼 수 있다는 간단한 진리를 우리는 가끔 잊고 살고 있다. 조용한 숲과 정원, 멀리 보이는 프라하성, 프라하 시내의 모습이 좋아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오르막을 오를 때 느끼는 육체적 고통은 이렇게 치유가 되었다.

 

카를교에서 바라본 부다성
프라하 시내
화약탑
스타버스

 

어느새 아침 햇볕이 따가웠다.

도로를 걷는데 진한 커피 향기가 내 코를 자극했다. 다시 구시가지 광장을 지나 화약탑과 마주했다. 검게 그을린 듯한 건물이 역사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었다. 점심을 먹기 전에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체코에서 첫 커피로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어제의 일들을 두서없이 생각나는 것들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몸이 경험하는 것을 글로 써두면 나중에 그게 바로 여행기가 된다. 그렇게 1시간 30분을 스타벅스에서 있다가 점심을 먹으러 갔다.

 

K-remember, 소고기 쌀국수와 넴(롤)

 

식당 이름은 K-remember이며 베트남 음식점이었다.

어제부터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소고기 쌀국수와 야채 튀김을 주문했다. 진한 소고기 육수와 고수의 만남이 내 입맛에 잘 맞았다. 한국식 국밥은 아니지만, 빵보다는 내 입맛에 더 잘 맞는 음식이었다. 굵은 땀방울까지 흘리며 국물까지 다 마시니 배가 무척 불렀다. 포만감을 느낀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행복한 일이었나? 행복은 단순하고 일상적인 순간에서 느닷없이 찾아왔다.

 

호스텔 야외 테라스

 

오늘 오전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맥주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더운 한낮에는 휴식을 취하고 오후 5시경 오후 여행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비셔흐라드
드보르자크
국립명예묘지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체코도 이상기후로 인해 날씨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2시간가량 매섭게 쏟아지던 비가 멈추더니 이내 햇빛이 구름 앞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뭐야, 더 뜨겁고 후텁지근하잖아.’

오후 4시가 지나 숙소를 나섰다.

부채를 손에 쥐고 걸으면서 햇빛을 가렸다가 부채질을 하다가 하면서 비셔흐라드로 향했다. 벽돌로 쌓아 올린 성벽은 왜 비셔흐라드가 고지대의 성벽인 줄 말해주고 있었다. 요새화된 성안에는 성당, 묘지, 박물관, 정원 등이 있으며 성벽에 올라서면 프라하성과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처럼 나도 성벽에 걸터앉아 먼발치의 프라하성과 시내를 내려다보며 고풍스러운 풍경에 젖어 들었다. 시원스럽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국립명예묘지와 신전에 도착하게 된다. 체코가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인 스메타나와 드보르자크, 체코 대표 화가인 알폰스 무하도 이곳에 잠들어 있었다.

 

Kozlovna Apropos, 꼴레뇨와 코젤 다크 맥주

 

비세흐라드에서 내려와 블타바강을 따라 걸었다.

한두 방울씩 내리는 비를 친구 삼아 어제보다 북적거린 거리의 사람들을 피해 코젤다크맥주(Kozlovna Apropos)에 들어섰다. 다행히 대기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바로 주문도 했다. ‘Koleno and dark beer please!’ 체코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꼴레뇨는 유독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이었다. 우리의 족발을 기름에 튀긴 그런 음식이다.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이라는데 오늘 꼴레뇨는 겉질속촉(겉은 질기고 속은 촉촉하다)였다. 껍질이 껌보다 질기고 딱딱했지만 고기는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혼자서 1kg인 꼴레뇨를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나의 식탐을 내가 잊고 있었다. 코젤다크 맥주 2잔과 함께 다 먹어버렸다. 많은 종류의 맥주를 마셔봤지만 코젤다크는 내 인생 최고의 맥주가 되었다.

 

카를교
프라하성 입구
성 비투스 대성당
스타벅스 전망대

 

 

 

 

포만감을 느끼며 프라하성으로 향했다.

날씨는 더더욱 후텁지근해졌고 경사지의 계단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오르막 계단이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늘어질 때 나는 한 번도 쉬지 않고 계단을 올라 프라하성에 단숨에 올라섰다. 등산전문가라는 사실이 이럴 때 도움이 되었다. 인적이 적어진 프라하성은 건축물의 재료 색깔처럼 을씨년스러웠다. 발걸음이 향하는 데로 정처 없이 성을 배회했다. 성안에서의 삶은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성의 규모와 그 안의 건축물들의 웅장함을 떠나 갇혀 지낸다는 점이 나하고는 절대 맞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성을 빠져나와 스타벅스 인근 전망대에 오면 성벽 아래로 프라하 시내가 광활하게 드러났다. 같은 프라하지만 페트린 언덕, 비셰흐라드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프라하 거리
카를교

 

 

 

 

 

다시 긴 계단을 내려와 블타바강에 왔다.

대체 태양은 언제 지는 거야?’ 야경을 보려고 했지만 기다림이 너무 길었다. 오늘도 야경을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다가 구시가광장의 소란스러움을 목격했다. 시계를 보니 이제 곧 오후 9시가 된다. 재빠르게 동영상을 찍을 준비를 했다. 아홉 시가 되자 해골이 줄을 잡아당기며 종을 울리고 예수의 열두 제자가 순서대로 나왔다 들어갔다. 공연이 끝나자 구시가광장의 모든 사람이 환호성을 질렀다. ‘나도 드디어 봤네.’ 이게 뭐라고, 안 보면 보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인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로 더위를 물리치고 짐 정리를 시작했다. 내일은 34일간 숙박한 프라하 숙소를 떠나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야간 기차를 타고 떠날 예정이다. 오늘도 프라하의 밤은 영원히 잠들지 않았다.

Luma Terra 호스텔, 로비 테라스
프라하 노면전차
프라하 도심거리

 

시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밤중인 새벽 130분에 잠이 깼다. 공용침실(dormitory)을 나와 글을 써보려고 휴게실에서 따뜻한 차(석류)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빗방울이 너른 대지 위에 마구잡이로 쏟아지듯 생각의 일면들이 어둠 속으로 순식간에 흩어졌다. 정신을 집중하여 한 문장씩 써 내려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도가 높아졌고 그만큼 시간도 빠르게 흘렀다.

 

이른아침의 도심거리
철로 옆 인도교
블타바강

 

조금 일찍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 체스키크룸로프로 가는 날이다. 어제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다. 해가 늦게 지는데도 다음날 그 해가 너무 일찍 떴다. 오전 6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 프라하 거리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나에게는 무척이나 이국적인 거리의 풍경들이었다. 익숙해지면 별것 아니라고 느끼겠지만 이곳에서의 4일이라는 체류 기간은 익숙해지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인 것 같았다.

 

RegioJet 버스
체스키크룸로프 버스정류장
체스키크룸로프 지도

 

오전 8

RegioJet 버스는 프라하에서 출발했다. 내가 생각했던 그런 편안한 버스는 아니었다. 요금은 Flixbus에 비해 싸지만, 의자 간격이 너무 좁고 안전띠는 너무 내 몸을 조여와 이동하는 내내 불편함을 느꼈다. 다만 운전사의 능숙한 운전은 어떤 위협적인 느낌도 들지 않게 도로를 빠르게 내달렸다. 도로공사 중인 일부 정체 구간과 두 번의 터미널 경유로 예정시간보다 지체된 11시에 체스키크룸로프에 도착했다.

 

목재 인도교
카약체험

 

 

 

캠프장

 

나는 목적지가 달랐다.

버스를 타고 온 사람 대부분이 체스키크룸로프 시내로 향했다. 나 혼자만이 조금 떨어진 캠프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번 유럽여행의 원래 계획은 캠핑이었다. 인원 구성의 어려움 때문에 결국 혼자서 자유여행으로 오게 된 것이다. 허공에 가득한 공기만큼 아쉬움이 크기에 꼭 캠프장을 먼저 방문하고 싶었다.

한참을 도로를 걷다가 캠프장으로 들어서는 목재 인도교를 지났다. 블타바강을 가로지르는 목재 인도교에서 카약체험을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캠핑하는 동안 꼭 해보고 싶엇떤 수상 스포츠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동안 말없이 서서 그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강변 사이의 숲길을 걸어 캠프장에 왔다. 텐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도 이렇게 야영을 하면서 이곳에 머무를 수 있었을 텐데. 나무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캠프장과 블타바강 풍경을 두 눈에 넘칠 듯 담았다.

 

체스키크룸로프
자메츠카 정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 한번 쳐다보고 몇 방울 떨어지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비를 꺼내 입고 체스키크룸로프성으로 행했다. 골목을 걷다가 오르막을 올라 자메츠카 정원에 도착했다.

정원은 넓었다.

어느새 비도 그쳤다. 여백이 있으니 한결 더 여유로운 공간처럼 생각되었다. 분수에서 물장난하는 아이의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천진난만한 표정이었다. 잠시 그친 비가 또다시 내렸다. 정원의 큰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했다. 이곳에서는 비를 피하기에 이보다 좋은 공간은 없었다. 삼삼오오 모여들던 사람들이 비 그치기를 기다렸다. 나는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비 내리는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겨두었다. 비가 와도 여행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순간들이었다.

 

스크라비토양식
성에서 바라본 체스키 크룸로프
해자의 곰
블타바강
늦은 점심식사

 

조금 잦아든 빗속을 그냥 걸었다.

망토 다리를 지나 스크라비토 양식의 성벽을 보면서 체스키크룸로프성으로 들어섰다. 비는 곧 폭우로 변했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겠다는 나의 굳은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어느 곳을 바라보던, 어떤 기기로 사진을 찍던, 모두가 사진가가 될 수 있는 그런 풍경이었다. 성의 해자를 지키는 곰을 보고 블타바강을 따라 걸었다. 강을 따라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갈 무렵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이발사의 다리가 보이는 블타바강의 작은 카페에 들어섰다. ‘beer, please!’ 이보다 맛있는 맥주는 지금 이 순간에는 어디에도 없었다. 치즈, 올리브유 등이 섞여 있는 소스를 찍어 먹는 샌드위치를 안주 삼아 맥주를 3잔이나 마셨다.

 

이발사의 다리

 

 

 

망토다리
망토다리, 체스키 크룸로프 성과 성탑
체스키크룸로프 버스정류장

 

비는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우산은 없지만, 우비가 있으니 다닐만했다. 그러고 보니 우산은 관광객들만 쓰고 다니고 현지인들은 우비를 주로 입고 다녔다. 아직 안 가본 골목길을 걷고, 망토 다리 아래도 가고, 눈이 오면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개처럼 얼마 남지 않은 체스키크룸로프에서의 시간을 소중히 보냈다.

오후 5

오전에 내렸던 장소에서 다시 RegioJet 버스를 탔다. 불편한 3시간의 이동시간을 온몸으로 잘 견뎌내고 다시 프라하로 돌아왔다. 야경을 보려고 했지만, 시차와 긴 버스탑승으로 피곤이 누적되어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녹초가 도니 몸을 겨우 추슬러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세상 이보다 편하고 좋은 곳이 있을까? 이렇게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인천공항 2터미널

 

모든 것이 멈췄다.

세상을 장악하고 있는 밤의 세계는 숨을 쉬지 않는 듯 무거웠다. 밤손님처럼 그 거리를 숨죽이듯 걸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나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새벽 435

먼동이 기지개를 시작할 때 인천공항행 버스를 탔다. 어둠을 물리친 햇빛은 의기양양한 자태로 뽐내기 시작했고 그 빛 속을 버스는 내달렸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대기를 뚫고 나로호가 우주로 날아가듯 2시간 50분 만에 인천공항 2터미널에 도착했다.

6개월 만이다.

돌아올 곳이 있기에 나는 다시 먼 곳으로 떠난다.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법의 하나다.

 

KE969, 12시간 10분의 비행

 

오전 1120

대한항공 비행기가 활주로에 섰다. 곧이어 육중한 몸체는 활주로를 힘차게 박차고 뛰어올라 하늘을 구름처럼 유영하기 시작했다. 체코 프라하까지는 12시간 10분이 걸린다. 4편의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 동안 2번의 식사와 1번의 간식을 먹었는데도 아직 2시간이나 남았다. 10시간 넘게 앉아만 있었더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괜스레 좁은 통로를 왔다 갔다 했다. ‘, 나도 이제 늙었구나!’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
공항버스

 

 

 

 

지하철
Wenceslas Square

 

 

 

 

Luma Terra 호스텔

 

여기는 프라하

반나절 넘는 비행시간에 비해 입국심사는 허무할 정도로 간단했다. 여행사마다 줄지어 늘어선 한국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고 사라진 후에서 비로소 119번 버스를 탔다. 버스에 동양인은 나 혼자였지만 전혀 위축되지는 않았다. 인생은 언제나 이상야릇한 구석이 있지만, 내 인생이 여행 그 자체이기에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버스에서 지하철로 갈아탄 후 프라하 구시가지에 도착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 순간 잘 익은 수박이 칼날의 스침에 쫙 갈라지듯 내 입이 크게 벌어졌다. 중세 신성로마제국시대의 건축물이 내 앞을 가로 막고 서 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으면서 넓은 광장과 주변의 중세 건축물, 거리의 이국적인 사람들과 노면전차 등을 살펴봤다. 무언가가 내 머리를 세게 후려친 기분이었다. 유로를 체코 화폐로 환전을 하고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7시가 지났다. 체크인하자마자 짐도 정리하기 전에 샤워했다. 뱀이 허물을 벗듯 끈적했던 몸이 매끈하고 시원했다.

 

블타바강에서 바라본 프라하성
중세건축물
공원의 아이
카를교의 모습
해가지는 구시가지
천문시계

 

 

 

 

해가진 후의 Wenceslas Square
코젤 맥주

 

해가 지지 않는 저녁 거리를 걸었다.

숙소를 기준으로 도로를 따라 블타바강으로, 블타바강에서 강변길을 따라 카를교로, 카를교에서 구시가지로, 구시가지에서 다시 숙소로 2시간 만에 돌아왔다. 자세한 프라하 구경은 남은 일정에 다시 하면 되기에 가끔 구글맵을 보면서 지리를 익히려고 노력했다. 프라하 지리를 익히는데 이만큼 좋은 방법도 없었다.

강바람이 시원했고 도심길에 만난 공원은 현지인들의 유쾌한 휴식공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낮의 맑음은 저녁의 어스름으로 대체되었고 간간이 빗줄기가 내리기도 했다. 마트에서 맥주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평소보다 긴 하루를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다. 7시간 시차 때문에 일어날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나 자신이 낯설다. ‘누구냐 넌!’

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를

자유 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https://kopion2.tistory.com/1256

여행일정 - 클릭하면 세부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여행경비 - 클릭하면 세부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규슈여행 6일차]

하카타에서 미야지다케 신사 가기, 미야지다케 신사,

후쿠오카 여행[우동 타이라,  골목길, 나카 강, 톈진 중앙공원, 아크로스 후쿠오카, 캐널시티 하카타, 야나가바시 시장]

 

하카타-후쿠마 전철요금, 편도 480엔
JR 가고시마 본선(구간쾌속 모지코)
후쿠마역

 

흐린 날이었다.

바람이 불고 이따금 빗방울이 떨어지는 쌀쌀한 날이었다. 하늘에는 회색 구름이 바다처럼 넓게 깔려있었다. 나는 하카타역에서 JR 가고시마 본선 전철을 타고 후쿠마역으로 향했다. 전철 안에는 출근하는 회사원, 등교하는 학생 등 각자의 용무를 위해 전철을 탄 사람들이 핸드폰을 보거나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지하철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는 출입문 쪽에 서 있었다.

출입문이 열리면 정류장에 제일 먼저 내릴 수 있는 곳이었다. 전철의 속도만큼 외부 풍경이 창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후쿠오카의 시골 풍경이지만 어쩐지 낯설지만은 않은 풍경이었다. 나는 후쿠마역에 도착할 때까지 창밖을 응시하며 그렇게 서 있었다.

 

후쿠마 거리 가로수
후쿠마 거리 일본주택
버스정류장
미야지다케 신사 입구

 

나는 후쿠마역을 나와 도로를 건넜다.

버스를 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기에 그냥 걷기로 했다. 이곳도 희끄무레한 구름이 가득한 날씨였다. 해는 구름 뒤에 숨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직선으로 뻗은 도로에는 가로수가 내가 갈 곳을 안내하고 있었다. 가로수 잎들은 미미한 바람에도 하나둘 춤을 추기 시작했다. 12월의 잔뜩 찌푸린 날씨는 이 거리에서 다 볼 수 있었다.

나를 급하게 만든 건 아랫배의 통증이었다.

점점 주기가 짧아지는 통증을 겨우 참아가며 잰걸음으로 어느 주차장 화장실에 도착했다. 5분이 지나 다시 화장실을 나왔을 때는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하늘은 조금 전에 보던 그 하늘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좀 더 환해진 듯했다. 도로 위 교통표지판을 보고 미야지다케 신사(宮地嶽神社)에 거의 다 왔음을 알아차렸다.

 

미야지다케 신사 입구, 빛의 길

 

도로를 건너 우회전을 했다.

도리이를 지나 상점이 끝나는 지점에서 계단을 올랐다. 계단은 가파르게 보였지만 막상 올라가 보니 많은 힘이 들지는 않았다. 신사 뒤쪽은 산이고 앞쪽은 미야지하마 해변(Miyajihama Beach)이 있는 바다가 있었다. 그 바다가 바로 현해탄이었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일직선의 길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신사에서 모래가 아름다운 해변까지는 15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계절상 빛의 길은 볼 수 없었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 오른쪽 공간에 일몰을 찍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사진을 보니 10월과 2월에 얼마나 멋진 일몰 풍경을 볼 수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난 한참을 그곳에 서서 바다까지 길게 뻗은 길을 응시하고 있었다.

 

미야지다케 신사
원숭이

 

신사 입구는 한산했다.

신사에 들어가기 전 일본인들은 손을 씻고 입을 헹궜다. 신사 참배에 앞서 마음가짐을 다 잡는 일종의 의식이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신사는 한산했고 침묵이 흘렀다. 아예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삼삼오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신사 안은 어떠한 소음도 용납되지 않는 곳처럼 고요했다.

미야지다케 신사에는 일본 제일의 대주 연줄, 대북, 대령이 있었다. 이 중 대주 연줄은 지름 2.6m, 길이 11m, 무게 3톤이나 나갔다. 어마어마한 대주 연줄은 매년 12월에 새것으로 바꾼다고 한다.

원숭이를 발견했다.

신사에서 나와 계단을 향해 걸어가는데 찻집 앞 공터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조련사의 말 한마디에 원숭이는 편안한 자세로 무언가를 응시하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사람들이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오히려 원숭이는 모여드는 사람들을 못 본 척 곁눈질로 보는 듯했다. 우리가 원숭이를 신기하게 바라보듯이 원숭이도 사람들을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보고 있었다.

 

후쿠마 거리 전깃줄
JR 가고시마 본선(구간 쾌속)
드립 커피 구매 후

 

후쿠마역을 향해 걸었다.

도로 좌우의 전봇대의 전깃줄이 도로를 따라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이미 한번 걸었던 길이라 어느새 익숙한 거리처럼 느껴졌다. 후쿠마역에서 전차를 타고 하카타역으로 돌아왔다.

마치 멀리 떠났다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사람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월요일의 하카타역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구글 지도를 검색해 보고 Kaldi Coffee Farm에서 드립 커피를 샀다.

어느새 12시가 넘었다.

아침을 안 먹어서 그런지 더 배가 고팠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거듭하다 갑자기 떠오르는 음식이 있었다.

 

우동 타이라

 

몸이 원하는 것에 관심을 두기로 했다.

이 순간 내 몸이 원하는 것은 몸을 따뜻하게 해줄 뜨거운 국물이었다. 따뜻한 국물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곧장 걸어갔다. 안 가본 곳이기에 일말의 의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 몸이 원하는 한 우동 타이라에서 우동을 맛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줄 서 있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식당 밖으로 줄을 선 사람이 5명이라서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줄을 섰다. 키와미야 함바그 이후 무언가를 먹기 위해 줄을 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한두 명씩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서 줄이 줄어드는 것 같았지만 내 뒤로 줄은 더 길어졌다. 식당 안에도 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기운이 조금 빠졌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초만원이었다. 이런 상황을 밖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메뉴
주방
주방이 보이는 식당내부

 

줄을 선 상태에서 메뉴판을 받았다.

일본어와 숫자로 표기된 메뉴판을 보고도 절대 당황하지 않았다. 나는 우동 먹으로 왔으니까. 주문을 받으러 왔을 때 ‘recommend menu, please.’라고 말했다. 그런데 영어를 잘 하는 여사장이 어떤 메뉴를 알려줬다. 미소를 띠며 속사포처럼 영어로 설명을 계속했다. ‘OK, I’ll take it.‘

칸막이 너머 주방은 분주했다.

유독 흰색 메리야스의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아저씨는 면만 뽑았다. 뽑고, 또 뽑고. 정말 쉬지 않고 면을 뽑았다. 이렇게 뽑은 면을 삶은 후 그릇에 담아 육수를 붓고 그 위에 고명을 얹어서 나왔다. 주방과 홀의 손발이 척척 맞았다. 괜히 대박집이겠는가

 

소고기, 튀김, 파가 들어간 우동

 

줄을 선 후 12분 만에 자리에 앉았다.

우동은 15분이 지난 후에 내 앞에 놓였다. 식당 안의 훈훈한 공기처럼 뜨거운 국물과 진한 육수 맛의 우동을 보니 '내가 참 선택을 잘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우동 이름은 모르겠고 고명으로 소고기, 튀김, 파가 올려져 있었다.

그릇을 들고 육수를 마셨다.

육수는 짜지 않고 깔끔하면서 담백했다. 칼칼하게 먹으려고 고춧가루를 조금씩 골고루 뿌렸다. 우동 면발은 중간 크기 면인데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한 것이 씹는 식감마저 아주 좋았다. ‘후루룩후루룩기다리는 시간보다 먹는 시간이 훨씬 짧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좋은 맛과 질이라면 언제든지 다시 찾고 싶은 식당이다.

 

후쿠오카 골목여행

 

하늘이 한층 낮아졌다.

비가 내리는 오후가 찾아왔다. 차량과 우산을 든 행인들이 가득한 거리에서 갈 곳을 잃은 사람처럼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도로 건너에 SUN ROAD라는 아케이드 시장이 있어 비를 피할 수 있었다. 녹색 신호등이 불을 밝히자 잊고 있던 뭔가가 생각난 듯 빗속을 뛰어 아케이드로 들어섰다.

가볍게 흩날리는 겨울비조차도 따뜻하고 고요했다.

시간이 지나 비가 멈춘 흐린 날이지만 경쾌하고 즐거운 노랫소리로 가득했다. 나의 여행방식과 어울려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골목길을 연출했다. 어떤 건물도, 어떤 상점도, 어떤 주차장도, 어떤 전봇대도 그 골목을 다니는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렸다. 마치 오래전부터 살고 있었던 사람처럼 익숙한 것을 대하듯 나는 골목을 걸었다. 골목과 골목을 걷는 사람들이 내 여행방식을 대변해 주는 듯 그렇게 아름다울 수밖에 없었다.

 

톈진 중앙공원에서 바라본 아크로스 후쿠오카 건물

 

톈진 중앙공원 나무 벤치에 앉았다.

꼼짝 안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신발을 벗고 양반다리를 했다. 그곳에서 아크로스 후쿠오카 건물이 잘 보였다.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이 즐비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만든 자연에서도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듯했다. 얼마 전 산 아사히 맥주가 알코올 제로의 무알코올 맥주였다. 무열량의 다이어트 콜라가 판매되고, 카페인 없는 무카페인 커피가 판매되듯이 아크로스 후쿠오카 건물은 자연미 없는 인공 자연을, 미적인 자연만을 구축해 놓았다. 인공적인 자연을 보고 감탄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카 강
캐널시티 하카타
참치, 고래 등 4종류의 회

 

해가 지면서 빗줄기가 굵어졌다.

낙숫물이 흘러내리듯 지붕에서 처마를 흘러 땅으로 떨어졌다. 우산을 든 사람들이 나카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낮의 밝음은 어느새 뭉개지듯 번져 밤의 어둠으로 변했다. 거리의 조명이 하나둘씩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유독 캐널시티 하카타의 조명만이 뭉개지듯 번져 더욱 빛을 발산했다.

시간은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규슈 아니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밤이지만 우리들의 즐거운 시간은 영원히 멈추지 않았다. 야나가바시 시장에서 참치, 고래 등 4종류의 회를 샀고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맥주도 샀다. 우리는 호텔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술 한잔 기울이며 상대를 바라보고 말에 솔직한 마음을 담아 이번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년 유럽 캠핑 여행을 생각하면서 3년 만의 해외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를

자유 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구글지도

 

주소

5 Chome-10-7 Sumiyoshi, Hakata Ward, Fukuoka, 812-0018 일본

〒812-0018 福岡県福岡市博多区住吉5丁目10−7

 

연락처

+81924319703

 

영업시간

오전 11:15 ~ 오후 3:00

(일요일, 공휴일)

 

우동 타이라 うどん 平(たいら)

 

쌀쌀한 날씨에 미야지다케 신사를 다녀오니

몸이 으실으실 거리는 기분이 들어 따뜻한 국물이 생각났습니다.

 

하카타역에 도착한 후

따뜻한 국물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구글지도를 보며 곧장 걸어갔습니다.

 

사람들이 줄 서 있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뻔 했습니다.

 

줄서기

 

식당 밖으로 줄을 선 사람이 5명이라서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줄을 섰습니다.

 

무언가를 먹기 위해

줄을 선 것은 이번이 두번째 입니다.

(첫번째는 키와미야 함바그)

 

한 두 명씩 식당안으로 들어가면서

줄이 줄어드는 것 같았지만 제 뒤로도 줄은 이어졌습니다.

 

저도 안으로 들어가고 보니

식당 안에도 줄이 있었습니다.

 

메뉴

 

10분쯤 지난 후

줄을 선 상태로 식당안으로 들어서니

메뉴판을 나누어줬습니다.

 

뭐... 이제는 당황하지 않습니다.

저는 우동 먹으로 왔으니까요.

 

1분 후

 

주문을 받으러 왔을때

recommend menu라고 말했는데

 

여사장님이 영어로 어떤 메뉴를 알려줬습니다.

영어를 아주 잘 하고 친절했습니다.

 

주방

 

식당안은 사람들로 초만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밖에서는 전혀 몰랐습니다.

 

칸막이 너머 주방은 분주했습니다.

흰색 메리야스 입으신 아저씨는 면만 뽑았습니다.

 

뽑고... 뽑고...

정말 쉬지 않고 뽑습니다.

아무래도 면의 달인이실 겁니다.

 

삶은 면을 그릇에 담아

육수를 부어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추천우동 680엔

 

줄을 선 후 12분만에 자리에 앉았고

우동은 15분이 지난 후에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식당안의 훈훈한 공기처럼

뜨거운 국물과 진한 육수맛의 우동을 보니

'내가 참 선택을 잘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확한 우동 이름은 모르겠고

우동에 고명으로 소고기, 튀김, 파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우동 먹방

 

진한 육수를 수저로 떠서 먼저 마셨습니다.

육수는 짜지 않고 깔끔하면서 담백했습니다.

 

칼칼하게 먹으려고

고추가루를 조금씩 뿌렸습니다.

 

우동 면발은 중면정도 되는 크기였는데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한것이 씹는 식감이 아주 좋았습니다.

 

후르륵... 후르륵...

 

본격적으로 우동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3분도 되기전에 국물도 남김없이 다 먹었습니다.

 

기다리는 시간보다 먹는 시간이 훨씬 짧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좋은 맛과 질이라면

언제든지 다시 찾고 싶은 식당입니다.

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를

자유 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구글지도

 

하카타에서 미야지다케 신사를 가려면

하카타역에서 후쿠마역으로 가서 버스나 도보로 미야지다케 신사를 갈 수 있다.

 

[후쿠오카 여행] 하카타에서 미야지다케 신사 가는 방법?

 

후쿠마역 개찰구
하카타, 구루메 방면 기차 시간표
오리오, 고구라 방면 기차시간표

 

JR 가고시마 본선을 타면

하카다나 구루메 방면과 오리오나 코쿠라 방면으로 갈 수 있다.

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를

자유 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구글지도

 

하카타에서 미야지타케 신사를 가는 방법은

 

1. 하카타역에서 JR 가고시마 본선(구간 쾌속 모지코)을 타고  후꾸마역에서 하차. 24분 소요됨

2. 후쿠마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Miyajidakemiya Mae(Miyajidake-Jinja Shrine Mae) 하차. 9분(5정거장)

or

2-1 후쿠마역에서 도보로 2km, 26분

 

전철 구간별 요금

 

미야지다케 신사를 가려면

일단, 하카타역에서 전철을 타고 후쿠마역까지 가야한다.

 

하카타(博多) 후쿠마(福間)

이용요금 편도 480엔

 

 

하카타역, 아침 9시대 시간표
JR 가고시마 본선
후쿠마역

 

어떤 전철을 타느냐 하면은

JR 가고시마 본선(구간 쾌속 모지코)를 타면 된다.

 

사진(오른쪽 맨 위) 을 보면

구간쾌속, 오전 9:28분, 모지코 역(門司港駅), 2번 게이트

 

하카타에서 후쿠마역까지는

JR 가고시마 본선 전철을 타고 24분이면 도착한다.

 

후쿠마역 버스정류장
미야지다케 신사 앞 버스정류장

 

1-1번 버스(최단거리, 9분 소요)

1-2번 버스(미야지하마 해변 경유, 20분 소요)

 

후쿠마역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5정거장 간 다음

Miyajidakemiya Mae(Miyajidake-Jinja Shrine Mae) 하차한 후

도로를 건너 우회전하면 미야지다케 신사 입구가 보인다.

 

미야지다케 신사 가는 거리 모습

 

그러나...

긴 버스 배치간격으로 난 그냥 걸어서 다녀왔다.

 

후쿠마역에서 2km 거리인데

천천히 걸었는데도 20분 정도 소요되었다.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낯선 도시를 천천히 걸어다니는 것도 또 하나의 여행이니까...

 

미야지다케 신사 빛의 길
미야지다케 신사

 

계단은 가파르게 보였지만 막상 올라가 보니 많은 힘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신사 뒤쪽은 산이고 앞쪽은 미야지하마 해변(Miyajihama Beach)이 있는 바다가 있었습니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일직선의 길이 바다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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